[잡담] 감정의 임계점...

흙먹는언니 작성일 09.02.06 16: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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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미디를 잘 보지 못합니다. @_@

 

코미디를 보는 것이 때로 괴롭기까지 하다죠.. ㅎㅎ

 

그러나 그렇다고 아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구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봅니다. ㅎㅎ

 

그리고 그 수준을 넘어서더라도 보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요..

 

다만 웃지 못할 뿐입니다.

 

웃던 것을 웃지 못하게 되고, 무덤덤하던 것이 괴로워질 뿐.. 즉 임계점이죠.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사막에서 홀로 떠돌다가 우연히 사막 원주민에게 구해진 아이가, 자신을 구해준 원주민을 오해해서 돌을 던지자 그 원주민은 화를 내며 미련없이 아이에게서 등을 돌려버립니다. 그 원주민의 관습에 돌을 던지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금기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린아이 혼자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사막에 어린아이를 버려두고 떠나버린 것입니다.

현실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처음에는 웃고 떠들던 누군가가 어느 순간 갑자기 화를 내며 일어서는 것을.. 아니, 화를 내고 일어서는 것을 넘어 폭력적이 되어버리거나, 아예 친하던 사이를 단절시키는 것을..

 

대개는 그런 사람에 대해 주위에서는 비난을 합니다. 속이 좁다고.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그러나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금기였던 것이죠. @_@

물론 그것이 처음부터 금기였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처음부터 결코 해서는 안되는 그러한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처음에는 어느정도 허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을 경우가 더 많죠.

 

그렇게 처음에는 같이 웃으며 즐기다가, 어느 순간부터 웃지 못하게 되고 관계를 고려해 참게 되고, 그러다가 한 순간 폭발해 화를 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임계점이죠.

 

허용할 수 있던 것을 더이상 허용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마 누구나 그러한 임계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장난을 칠 때 어느 정도 선까지는 대개는 다 참아낼 수 있죠.

 

그리고 그 선을 넘어가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구요.

 

대개는 그렇습니다.

 

장난 그 자체로서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장난이 내가 정해놓은 어떠한 선을 넘어서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이죠.

 

처음엔 웃음이었던 것이 임계점을 거치면서 인내가 되고 화가 되는 것입니다.

웃는 것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웃는 것, 우는 것, 화내는 것, 미워하는 것, 기뻐하는 것, 모든 감정이 임계점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수준까지는 좀더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감정을 갖다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좀더 부정적이고 배타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어떠한 선. 물론 그 선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말하자면 역린이라고나 할까요?

 

건드려서는 안되는. 넘어서는 결코 안되는. 그런 것입니다. ㅎㅎ


문제는 이러한 감정의 임계점을 타인은 물론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대개는 모릅니다.

 

자기가 어디까지 참아내지 않아도 되고, 어디까지 참아낼 수 있으며, 어디까지 참아낼 수 없는지..

 

참아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참아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알게 되죠.

 

스스로든 혹은 타인이든.

 

그래서 싸우게 되죠.

 

그래서 갈등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사귀다 등을 돌리게 되죠.

 

그리고 등을 돌리지 않은 사람들은 깊은 친구사이가 되고 깊은 연인 관계가 되지요. ㅎㅎ

진정한 친구와 애인이라 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싸우고 갈등하고 절교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금기와 감정의 임계점을 알고, 그것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이입니다.

 

서로의 금기를 범하지 않고, 서로의 임계점을 넘어서더라도 용서해주는, 설사 참지 못하고 싸우게 되더라도 끝내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이를 진정한 친구며 진정한 사랑이라 합니다.

 

처음부터 좋기만 한 사이가 아니라, 상처가 쌓여 어떠한 상처도 이겨낼 수 있는 사이를 진정한 친구며 사랑이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친구와 사랑이라 하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만의 친구와 사랑이 아닙니다.

 

그 친구와 사랑은 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어머니가 될 수도 있으며, 여동생이 될 수도 있고, 선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이와 관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수 있을 때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는 겁니다.

 

그것이 친구이고 연인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그리고 친구 같은 경우에.. 진정한 친구를 갖기란 평생을 사랑할 사람을 얻기보다 더 어렵다고들 하기도 하지요.


어쨌든 감정의 임계점이라 하는 것은 참 미묘하면서도 사람 관계에 있어 중요한 것입니다.

 

허용할 수 있고 없고의, 공존할 수 있고 없고의,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도 대개는 알지 못하는 사이 넘어선 그 임계점의 경계로 인해 싸우고 등돌리고 원수가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임계점을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고자 한다면 말이지요. @_@

저 자신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감정의 임계점이 매우 낮은 선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전 아주 낮습니다.

 

한 마디로 되는 건 되는데, 안되는 건 처음부터 안된다고 못을 박아버립니다.

 

못을 박지 않을 거라면 혼자 끙끙 앓다 아예 폭발해 버리거나..

 

대개 이런 사람들을 소심하다고 그러지요.

 

감정의 임계점의 폭이 좁은 사람을 일컬어 흔히 소심하다 하는 것입니다.

 

제가 코미디를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그러한 소심함의 결과인 것이지요.. 우습게도. ㅎㅎㅎ

그래서일까요?

 

저는 사람 대하는 것이 정말 서툴어요.

 

서툴러서 서툰게 아니라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이죠.

 

사람 대하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감정을 이기지 못해 지나치게 솔직해져 버리고 말아요.

 

그리고 후회하지요.

 

왜 그랬을까 하고.. 그리고 끝.

 

그래서 이 나이 먹도록 사람 대하는 것이 어려워요.

 

아마 평생 가도 사람 대하는 것이 더 쉬워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한심한 노릇이지요.. ㅋ

 

그래도 이런놈을 좋다고 옆에서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지요. ㅎㅎ 

 

그리고 그래서 이런 저를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여자친구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나 봅니다.

 

ㅎㅎ 그냥 잡설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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