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오티를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새터라고 하더군요 ㅋ
전 04학번이고 오티참가는 신입생때 이후로는 처음이네요 그러니까 5년만이네요.
학번이 높은데 왠 오티를 따라다니냐고 하신다면 건축학과는 5년재이기 때문에 다른과와 달리
4학년이 가장 책임있는 일을 합니다. 그렇다고 학생회 이런건 아니고 친구가 과회장이다보니 이래저래
방장을 맡아 도와달라는 말에 자원봉사자 같은 개념으로 무료참가했습니다. 오티비 비싸더군요 덜덜덜
오티를 신입생이 아닌 재학생으로 그것도 학교에 고학년이 된 입장에서 참가하게된 오티는 참 다르더군요
설레임보다는 반가움으로 신입생을 맞이해서 같이 놀다가도 술을 마셨더라도 다친사람은 없는지 술병난
사람은 없는지 살펴보면서 조금은 번거롭기도 했지만 신입생들도 형 오빠 하면서 잘들 따라주니까 귀엽고
기억에 남을만한 대확생활의 추억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보통 2박3일로 진행을 하죠 첫날은 살짝 달리고 교수들이랑 인사나누고 서로 인사나누고 깔끔하게 자고
둘째날은 게임하면서 더 친해지고 장기자랑하고 공연보고 둘째날 밤은 완전 달리는거죠
각방 책임자들은 밤을 새서 신입생을 관리해야한다면서 오침시간을 주었습니다. 덕분에 푹 자고
셋째날 아침이 밝아올때까지 미친듯이 마시고 놀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꼭 둘째날 늦은 밤 시작되죠 ㅋ ㅎㅎㅎ
조금 유치하긴 하지만 게임을 해야하잖아요.. 엠티의 주인공이잖아요
그걸 진행하는데 아무래도 신입생들은 어색하고 뻘쭘하니까 거의 다 따라하는 수준이고..
재학생들이 앞서서 진행도 하고 분위기도 띄워야 신입생들이 더 즐거워하고 서로도 친해지고
재학생들과의 만남의 기회 더 많아지고 그렇게 하는건데
아무래도 군대다녀온 남자 고학번 선배가 학교에서는 힘이 있잖아요..
이상하게 오티따라온 동기 후배중에는 여자들이 많아서 게임진행의 비중이
저한테 몰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술마시고 노는걸 또 좋아하는 타입인데 신입생중에 자신의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게임중간중간에 재미있는 개인기를 보여주는 남자 신입생들이 너무 귀여워서 같이 호응해주고
같이 일어나서 춤춰주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보니 저도 많이 망가졌습니다.
고학번 간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저 때문에 신입생들이 즐거워하고 대학교에 들어온 것에 대한
즐거움을 더 느낄 수 있다면 그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더해가다가 새벽4시정도가 되었습니다. 정리될 인간들은 하나둘 정리가 되고
말그대로 드림팀이 결성이 되었습니다. 신입생들은 술을 많이 안먹어봐서 그런지 많이들
시체가 되어 한쪽으로 방치되었습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보니 재학생 60% 신입생40%정도의
비율이 되었습니다.
저는 건축학과인데 건축공학과와 분리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건축공학과 재학생중에는 잘 모르는
사람도 몇 있는데 시체실의 최대한의 확보 때문에 새벽4시 이후 달릴 드림팀은 건축공학과와
건축학과가 합쳐졌습니다. 거기서 아까의 신났던 그 분위기가 아직 가시지가 않아 계속해서
게임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하다보니 내 옆에 건축공학과 여자후배가
앉아있었습니다.
명찰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봤더니 06학번더군요
보통 여자들은 한번은 휴학을 하기 때문에 물어보니 3학년이더군요 전 4학년이고
일단은 학년차이보다 학번차이가 많이나니까 서열따지는 공대안에서 옆과이긴 하지만
같은 건축학부 선배라고 깍듯이 잘하더라고요
드림팀이 결성된 방은 제가 맡은 방이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주도를 거의 제가 그대로 이어받아
하고 있었는데 옆 방에서 그리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지 않아 아쉬웠던 그 여자후배는 제가 스스로
망가져가면서까지 방분위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니 신이났는지 계속 옆에 있으면서 게임진행을
돕고 신입생들의 예상치 못한 노래나 개인기가 나와 폭소가 터질때마다 신나가지고 제 팔짱을 꼈다가
어깨를 막 때렸다가 그렇게 옆에서 막 신나게 놀았습니다.
물론 애기도 많이 했죠 '어머.. 어머.. 재좀봐요 하핫' 이런류의 대화들 있잖아요 일회용 '그러게 하핫'
이런식으로 대답해주고 암튼 그렇게 3시간 정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날이 밝아 청소를 하고
마무리를 하고 좀 씻고 아침을 먹고 셋째날이 되어 집에 갈 준비를 하느라 피곤했지만 바쁘게 움직
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그 애를 만났습니다.
뭐 그런거 있잖아요 술을 잔뜩 마신 상태에서 어떠케 어떠케 하다보니 친해진 사람을 술깬 맨정신에
만났을때의 그 뻘쭘함 서먹함.. 일단은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일단은 제가 선배니까 먼지 인사를
하더라구요 약간 표정이 굳어서는 어려워하는 눈치였습니다. 거기서 저는 그냥 활짝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주고 '아침쌩얼을 보니 어제저녁과 많이 다르다' 이런식으로 농담을 건네면서 친한척을
했습니다. 그렇게 같이 방장회의에 들어가서 전달사항을 접수하고 다시 나와서 각방으로 흩어져
신입생들에게 전달을 할려고 걸어나가는데 그 여후배가 '오빠 잠깐만요' 뭐 이러면서
핸드폰을 수줍게 내밀었습니다.
보통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전날 술마시면서 친해졌고 학교에서 어차피 계속 볼 사이니까 연락처라도
알아서 인사하고 지내자 뭐 이런 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다녀와 외로웠던 저에게는 사알짝 설레임의
대상이 될 수 있죠. 그 여후배가 꽤나 귀여웠거든요.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집에 왔습니다. 신입생 챙기고 짐챙기고 뭐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핸드폰을
확인을 못했는데 집에 도착해서 씻고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그 후배 문자가 와있었습니다.
물론 뻔한멘트죠. '오빠 덕분에 오티 더 재미있었던것 같아요. 학교에서 보면 인사할께요'
흐뭇하게 문자를 확인하고 저도 뻔한 멘트로 답장을 보냈죠
'그래 나도 잼있었다. 학교에서 보자'
분명히 흔하게 일어날만한 일이고 특별한건 없지만 문제는 저죠. 제 마음이 특별한 문제인거죠.
자꾸 생각납니다. 계속 떠올라서 이렇게 글도 작성하는거구요
어떻게 하면 제가 가진 감정을 다른 분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그때 상황을
정확하게 글로 재현하려고 시도하게 되었고 덕분에 글이 이렇게나 길어졌네요 어마어마하네요
아무튼 끝까지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여후배한테 목숨을 걸어보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자꾸 생각이 나서 연락이 혹시라도 더 되거나
만날 자리가 마련이 되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져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