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사용설명서3 - 1

픽업아트 작성일 09.03.07 2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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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지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서 올린 글이 예상외로 많은 추천을 받았고, 더 많은 추천을 받기 위해 글을 쓰다보니 결국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가끔은 추천을 받기위해 외국서적과 세미나 영상에서 내용을 얻어오기도 했는데, 그래서 가끔은 나 자신이 부끄러울 때도 있었다. 이제부터는 내가 이리저리 실생활에서 부딪쳐가며 느껴온 바들을 써 보고 싶다. 따라서 다분히 이전 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웬만하면 거창한 이론나열이나 어려운 말은 피하기로 했다. 더욱이 내가 느끼고 실천한, 피와 살이 벤 글이기에 읽기에도 수월할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예전의 무겁고 젠체하던 글의 분위기는 더 이상 없을 거란 얘기다. 그러니 이제는 사용설명서가 아닌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거리로서 즐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문제는 그 책에 나온 내용을 곧이곧대로 따라한다는 데 있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예로 들면, 이 책은 미국 같은 고도민주주의 사회에서나 먹힐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상하관계와 예를 중시하는 우리 동양권으로서는 참으로 공감하기가 힘들다. 고작 캘리포니아주의 절반만한 땅에 5천만이 꾸역꾸역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혼자만 성공하기가 참 힘든 나라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사적인 공간이 적은 반면, 서로 의지하고 베푸는 상호호혜의 문화가 깊이 박혀있다.

 

 

 

이 책대로 실천하다보면 머지않아 당신은 차라리 눈치도 봐 가면서 사는 게 제멋대로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대신 우리나라는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챙겨주고, 반대로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공경하는 끈끈한 ‘정’을 갖춘 나라가 아니던가. 이런 ‘정’이 없기 때문에 미국 같은 나라는 한해에 4천만명이나 되는 우울증 환자를 양성하게 되는 거다. 그들은 상호의존보다는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기 때문에 홀로서기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남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다. 자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잡념이 많아지고, 그래서 더 고독하고 우울해진다. 미국에서 유례없이 자기계발서적이 난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관심은 ‘나’이기 때문에 ‘나를 어떻게 계발해야 할까’에만 정신이 쏠려있다. 그들에겐 조화가 없다.

 

 

 

다행히도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우리나라에 상륙했을 때 우리나라는 이제 막 어설픈 자기애를 추구하기 시작한 20대 여성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런 진짜 ‘자기밖에 모르는’ 여성들이 이 책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핑크색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북 커버 또한 크게 어필했다. 이 책은 개념없는 여자들이 더욱 큰소리 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고, 우리 남자들은 다시 한 번 더 그들의 앙탈에 두손 들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는 이전 글에서 많은 책을 추천했지만, 당신은 미국 작업서적을 대할 때에도 이러한 문화차이를 염두에 두고 보아야한다. 미국은 일정 나이가 차면 독립을 하는 문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솔로들을 위한 모임이 생겨났고, 이는 BAR와 클럽, 그리고 세미나의 번성을 가져다주었다. 솔로들이 편히 커피를 마시게 해 줄 수 있는 공간, 그러다 새로운 연인을 찾게 되는 공간. 이런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스타벅스 또한 엄청난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거다.

 

 

 

작업환경을 보자. 미국은 파티라든가 바에서 남자가 직접 다가가 작업을 걸기에 어찌 보면 철저한 능력중심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웨이터가 짝을 데려오는 기이한 나이트문화는 아마 없을 거다. 팁을 더 주면 더 많이 데려온다. 미팅이나 소개팅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그만큼 우리나라는 ‘솔로잉’에 취약한 문화다.

 

 

 

때문에 미국은 아직도 어프로치할 때 어떤 말을 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가끔 이들이 내놓는 소위 픽업멘트를 보면 기가 찬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내 베프가 여자친구랑 방금 깨졌는데, 내 여친의 친구를 또 사귀고 싶대요. 바로 사귀어도 될까요?’를 물어보란다. 미국같이 인상관리가 발달한 나라라면 어떻게든 응답을 해주겠지만, 우리나라는 미친놈 취급하고 가 버릴 수 있다. 미국은 말 자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나라다. 일례로 우리나라엔 데이비드 레터맨이나 제이 레노같은 스탠딩 코미디언이 없다. 이런 조또 재미없는 말장난을 듣고 희희낙락하는 건 아마 미국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문화일 수도 있다.

 

 

 

미국은 처음 보는 사람에겐 무난한 주제로 먼저 접근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일단 경계는 풀릴 거라 말한다. 그러나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접근 자체가 이미 경계를 유발하는 문화다. 때문에 '관심이 있다고 먼저 표현하고, 그 다음에 무난한 주제로 넘어가는 게 좋다’ 당신이 무난한 주제로 접근하려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우리나라 여자들은 더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도는 믿지 않는다며 매몰차게 거절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오프너란 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에 있어선 ‘저기, 관심있어서 그러는데요..연락처라도 주시면 안될까요?’같은 아주 판에박힌 멘트가 차라리 더 효과가 있다고 봐야한다. 스토리를 꾸며낸다는 건 아직 우리나라엔 익숙하지 않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말장난으로 살짝 우회해가는 미국 작업방식보다는 우리는 다이렉트식 작업을 추구하는 유럽의 방식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 뒷문으로 슬금슬금 돌아가기 보다는 정문을 걷어차고 당당히 들어가야 한다는 거다.

대신에 자신감있는 바디랭귀지와 목소리를 연마하면 된다. 그리고 당신의 스타일을 재고하라. 당신의 밸류를 말로 설명하려 하지 말고, 여자로 하여금 직접 찾아내도록 하는 게 더 좋은 작업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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