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bit Pattern
지난 시간엔 조작된(manipulative)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설파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 전에 한가지 exercise를 해 보자. 당신이 오른손 잡이라면 아마 양치도 오른손으로 할 것이다. 이제부터 양치질을 왼손으로 하는 훈련을 해보자. 하루 두 번 양치를 한다면 대략 5분씩 10분이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10분 투자는 크게 부담이 되진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보고 있다면 지금 시도해보아도 좋다.
어떤가? 아마 대단히 어색할뿐더러, 평소 3분 걸리던 양치질도 5분, 10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나는 오른손이 하던 비슷한 방식으로 양치를 하는 데까지 정확히 30일이 걸렸다. 처음엔 정말 30일이 지나고부턴 왼손 양치질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고, 1년이 지난 지금은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왼손이 칫솔로 향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엉뚱한 짓을 한 이유는 먼저 ‘습관의 강력함’을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평소보다 좌뇌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오른손잡이로서는 조금씩 왼손의 사용빈도를 늘림으로써 우뇌를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매일 해 오던 습관 중 하나를 바꿔보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수십 년을 해오던 습관을 바꾸기란 정말 쉽지 않았다. 일례로, 처음 10일간은 이 트레이닝을 그만 두려는 무수한 자기합리화가 있었다. 고작 5분간의 트레이닝을 하기엔 출근 시간엔 너무 바빴고, 퇴근 후엔 너무나 피곤했다. 고작 5분간의 트레이닝을 하기에는 “주말엔 푹 쉬어야” 했다. 논리적으로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대뇌’는 곧 그럴듯한 수많은 합리적인 이유를 생산해냈다. 거기다 나이가 들수록 계속 쌓이는 지식은 그러한 합리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아는 게 많을수록 핑계도 더욱 정교하고 그럴듯해진다. 아는 게 독(毒)이 되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습관을 관장하는 뇌는 머릿속 한 가운데에 위치한, 아주 작은 ‘도마뱀 뇌(lizard brain)’이기 때문이다. 이 도마뱀 뇌는 진화 과정에서 가장 오래된 부분이고, 뇌의 나머지 부분이 바로 이 뇌의 통제하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의 원천이라 불리는 대뇌, 즉 쭈글쭈글한 외피는 사실 진화선상에선 최근에 만들어진 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의 창조적인 되는 이 도마뱀 뇌를 따라간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이 불안이나 공포에 휩싸여 있다면 대뇌는 바로 그를 따라 작동한다는 것이다.
도마뱀 뇌가 가장 혐오하는것이 패턴의 변화이다. 사소한 패턴의 변화는 별로 꺼리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3~40년간 꾸준히 해 온 패턴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신은 그 패턴대로 신경회로를 구축하였고, 패턴대로 계속 할수록 신경회로는 더욱 강력해져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바꾸기 힘들어진다. 바쁘고 힘들다는 건 핑계였다. 나의 뇌는 이 도마뱀 뇌를 따라가고 있었다.
30일을 버티고 나니 도마뱀 뇌가 잠잠해졌다. 이젠 완전한 패턴으로 굳어져, 왼손으로 양치하는 것 또한 새로운 습관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젠 왼손으로 해도 어색하지가 않다. 물론 아주 급하거나 당황스러울 때 가끔 오른손이 칫솔로 향할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러한 경우는 점차 사라져갔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보기 힘든 것 또한 그것이 습관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힘든 것 또한 습관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연습할 기회가 없었고, 그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주거나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를 잘 푸는 법은 가르쳐 주었지만, 다른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체득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가 무얼 원하는지 알아가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았다.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당신은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낸다. 매번 만나는 사람마다 똑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똑 같은 일로 싸우고, 똑 같은 일로 기분이 상한다면 그건 당신이 이제까지 계속 동일한 패턴을 형성해왔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고치지 않는 한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계속 자기중심적이 되어간다. 하지만 아주 작게, 아주 조금씩 남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패턴이 굳어지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딱히 의식하지 않아도 남을 배려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Imprinting
병아리 ‘a’가 태어나자마자 본 것은 어미 닭이 아니라 탁구공이었다. a는 이후에도 탁구공이 어미인 줄 알고 계속 쪼르르 쫓아다녔다. 건장한 닭으로 성장한 병아리 a는 결국 탁구공과 짝짓기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a는 탁구공을 평생 사랑하고 따랐다. 실제로 실험실에서 있었던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도 어렸을 적 이러한 각인(imprinting) 과정을 반드시 거쳤다. 무엇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분별할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는 어른이 건네는 칭찬이나 비난 한 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 퍼스낼러티가 어떻다는 말을 무심코 던졌고, 그게 당신의 마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면 당신은 그대로 커 나갈 공산이 크다. 당신은 그게 당신이라고 인정해버리고, 이는 저 마음 깊숙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잡는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의 퍼스낼러티의 원천을 찾을 수가 없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소한 사건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다 큰 어른의 입장에선 아주, 대단히 작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당신의 일생을 바꾸어 놓았을 수도 있다. 다 자란 뒤에 바꾸기엔 이미 당신은 “내 퍼스낼러티는 원래 이래”라고 지지해줄 수많은 증거를 찾아낸 다음이다.
그렇게 형성된 것이 지금의 당신이다. 그래서 당신이 데이트 당시 겪게 되는 수많은 좌절과 고뇌의 어느 정도는 바로 이 각인 과정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수십 년간 트레이닝 된 당신의 퍼스낼러티와 그녀의 퍼스낼러티와의 만남이고, 그 양자가 부딪치는 점에서 바로 갈등이 발생한다. 각인과정과 패턴화, 이 두가지가 합쳐지면 쉽게 함몰될 수 없는 강력한 퍼스낼러티가 형성된다. 만약 배려가 습관화되지 않은 퍼스낼러티라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각인과 패턴화 과정을 통해 물길을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