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 수컷
이제 연습을 해보자. 지난 편엔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유혹자로 거듭날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영혼을 보려면 자기 안위를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고 얘기한 바 있다. 내 생각에 처음부터 자기 중심적인 사람은 없다. 나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배려심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본인이 이기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기에 이기적인 것이지, 당신 자신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라. 자기 마음 속에 자신이 원하는 Self-Image를 명확히 하면 할수록 당신은 점점 그런 사람이 된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마음속에 계속 그려보고 그걸 계속 느껴보라. 천천히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변해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니 너무 조급해 말라. Self-image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 때는, 내가 나 자신을 배려심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나를 자기중심적인 인간이라 놀려댈 때다. 이럴 때 사람은 쉽게 무너져 예전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큰데, 이럴 때를 특히 잘 버텨내야 한다.
남이 뭐라 해도 계속 구축해 나가라. 계속 마음속에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나가라. 상상하고 느끼고 만져라. 그러다 보면 진짜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행동하게 되고, 또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평가 받게 되는 날이 온다. 셀프이미지 구축이 첫번째로 수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하루 이틀만에 완성될거라 생각 말고, 최소 1년은 작업한다는 마음으로 계속 갈고 닦아라. ‘관대함’에는 느낌이 있다. 무언가 푸근하고 따뜻하고 온화한 그런 느낌을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관대해지고 싶다면 그 느낌을 계속 간직하면서, 당신이 그러한 느낌대로 행하는 사람이라 끊임없이 마음속에 그리면 된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번엔 아주 구체적인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당신이 성인이라면 각종 술자리 모임 등 여러가지 모임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이러한 모임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말라. 당신은 소외 당해도 좋으니 남이 하는 얘기를 듣고만 있으라. 나이 어린 사람이 하는 얘기라도 뭐든 다 듣고만 있으라. 당신은 소외 당하면 당할수록 더욱 좋다. 그 자리에서 당신의 존재감은 없다. 당신은 없는 캐릭터이며, 당신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만이 술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이다. 당신은 원래 초대받지 못했으니 말을 꺼내지 말라.
각종 유혹서적에서 우리는 항상 인간관계에서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배운 바 있다. 그렇게 우두머리 수컷이 되어야만 여자가 따른다고 배웠다. 그것이 High Social Status를 가리킨다고 배웠다. 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는가?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되려 가장 많이 나눠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디언 추장은 가장 많이 자신의 재산을 내려놓는 사람으로 선발되었다. 추장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이 베풀어야만 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본말이 전도되었다. 가장 많이 부를 누린 사람이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한 사람으로 추앙 받는다. 최대한 많이 “가져야만” High Status를 차지하는 것으로 우리 문화는 세뇌되었다.
누구나 사람은 주도권을 잡길 원한다. 누구나 돋보이고 싶고 말을 많이 하고 싶다. 모임에서는 누구나 우두머리가 되고 싶고 주목 받길 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도 남들이 원하는 관심을 되려 당신이 베푸는 건 어떠한가. 술자리에서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쉽다. 말을 많이 하기도 쉽다. 활발한 사람처럼 이자리 저자리 옮겨 다니며 술잔 기울이기도 쉽다. 각종 게임을 주도하기도 쉽다. 말재간으로 남들을 조롱하기도 쉽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그러한 술자리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려진다. 그 사람이 정말로 좋은 사람이었는지, 다음 번 술자리에도 초대하고 싶을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는 술자리가 끝난 뒤에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일회성 모임이라면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모임에는 특히 더 그렇다. 당신이 언제나 주도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결국 당신을 피할 것이고, 당신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다. 모임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떠오르는 사람은 오히려 남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귀를 기울여준 바로 그 사람이다. 처음에는 조용해 보였던 그 사람이 점점 “괜찮은” 사람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그의 주위엔 항상 사람이 넘쳐날 것이며, 평소 얘기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생활까지도 서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사이가 될 것이다. 누가 진정한 Winner인가? 단기적인 주도권에 목말라 쉴 새 없이 떠들어댔던 그 사람인가, 아니면 말없이 묵묵히 앉아있던 그인가.
물론 당신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저는 원래 말이 없는데, 그렇다고 모임에서 환영 받는 것 같지도 않은데요?” 문제는 관심을 가지는 게 우선이지, 말을 줄이는 게 우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말이 별로 없으면서도 모임에서 계속 소외 받는 사람들을 수 없이 보아왔다. 이들은 남에게 관심도 없고 말수도 없다. 최악이다. 당신이 타인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놓고 있는지는 당신의 눈빛과 표정, 몸짓에서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당신에게서 풍기는 “자기 집중적인 아우라”는 당신이 특별히 말을 꺼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알아채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 역시 주도권에 혈안이 되어 있는 허풍쟁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나는 남에게 ‘관심 기울이기’ 일환으로 술자리 묵상 연습을 제안한 것이지, 단순히 말 수를 줄이라 요구한 것은 아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진 세상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말 수를 줄이는 훈련이다. 나는 이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상대방에게 “제대로 말 하는 법”을 훈련 할 수 있다고 본다.
저 자리에 앉은 저 남자는 너무 활발하다. 말도 많이 하고 사람들과도 두루 친해 보인다. 쉴새 없이 터지는 말재간에 여자들은 곧잘 웃어준다. 누가 봐도 정말 외향적인 사람 같다. 하지만 절대로 피상적인 모습에 속지 마라. 그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있다. 그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단지 그가 던지는 농담에 무례하게 보이지 않도록 억지 웃음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은 또 묻는다. “말도 많지만, 모임에서 환영 받는 사람도 있던데요?”
물론 이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알고 있다. 남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말 수가 항상 반비례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이야기 하지만, 말의 ‘수’는 전혀 상관이 없다. 말을 하기란 쉽다. 말을 잘 하기도 쉽다. 그러나 말을 ‘적절히’ 하기란 정말로 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적절한 때에 말하는 법을 알며, 언제 빠지고 언제 조용해야 할 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내뱉는 말은 남에게 보이는 ‘관심’이라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지 단순히 주도권을 잡기 위해 던지는 것이 아니다. 난 개인적으로 이 단계는 앞서 이야기한 ‘조용할 줄 아는 법’과 남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운 다음에야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내가 볼 때 아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러한 단계를 삶의 굴곡에서 하나씩 거쳐간 사람들일 것이다.
따라서 내가 제안하는 것은, 우두머리 수컷이 되기 위해 유달리 활달해 보이거나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도권을 원하면 원할수록 주도권은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기이한 현상을 당신은 발견할 것이다. 이제부터 말 수를 줄여보도록 하자. 그리고 남이 하는 말이 지겹더라도 조금은 관심을 보여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샌가 꿈에 그리던 여자가 당신의 옆 자리로 다가와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유혹은 정말로 손쉽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