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네요.

The_u_m 작성일 12.12.17 20: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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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소개팅이란 소개팅은 전부 거절하고. 솔로로 살던중에.. 얼마전에 부모님의 지인으로 부터 선자리가 들어왔습니다.

아니 나이 32에 무슨 벌써부터 선이고?<-- 이렇게 생각하고 안할려 했으나, 부모님의 권유와 혹하는 마음에 만나봤습니다.

(이때까지 제가 만난 여자들은 부모님이 전부 반대하셨거든요. 그래서 헤어지기도 했고)

외모는 괜찮습니다. 물론 전에 만난 애들중 최고라고는 못하겠지만 어디 내놔도 괜찮을만한 외모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좀 특이해서 이쁘다고 다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확고한 스타일이 있어서....

평소에 좋아하던 관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얼굴 뜯어먹고 살게 아니기 때문에 그냥 만나볼려고 했습니다. 또한, 외모 보다는 성격에 중시을 두기 때문에.. 우선 좀더 알아보자는 생각이 컸습니다.

저의 수준이 부모님의 수준이 되어버리는 세상이기 때문에, 나름 이름있는 쉐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고기나 좀 썰어볼까 했지만, 첫만남부터 그렇게 자금 투자를 하기는 싫어서 같은 레스토랑의 파스타를 먹기로 예약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동네에 찾아갔습니다.

첫 인상은 얌전할것 같지는 않다 였습니다. 그리고 많이 말랐더군요. 얌전하게 할려고 노력한건지.

일부러 옷을 수수하게 입은건지.. 잘안입는 옷을 입은건지..

하여튼.. 첫인상이 나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괜찮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 32살이나 처먹고 자기 감정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서 상대방 기분 상하게 하는것도 도리는 아니기에.

감정 컨트롤하고 잘 만났습니다. 산책도 좀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나중에는 집에 태워다 드리고 저도 집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갔다오고 나서 오늘이 되자 마자.. 주선하신분 연락이 와서

그 여자분은 제가 마음에 든답니다. ㄱㅖ속 만나보고 싶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살을 빼고 나서는 제가 달려들지 않아도 가끔.. 아주 가~~~끔 생기는 일이라..

(살을 빼고 잘생겨 졌다는게 아니라.. 그나마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잘생겼다는 말은 못듣지만, 그렇다고

못생겼다는 말도 안듣습니다. 키도 적당히 180..)

기분이 좀 괜찮았으나.. 마음에 좀 걸리더군요. 그냥 친구나 선,후배가 소개해준것이 아닌 부모님의 소개이기 때문에..

그리고 만남의 전제조건이 잘되면, 결혼까지 가는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이 안되더군요.

하루종일 일하면서, 운전하면서, 밥먹으면서 다른사람과 회의 하면서.. 계속 생각해봤습니다.

결론은.... "아.. 내가 아직 배가 처불렀구나. 그냥 부른배나 두드리고 혼자 살아야겠다. 좀더 배고파 봐야겠다." 라는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다시 들려오는 어머니 지인분의 소식.... 여자분이 붙인 한가지 조건.... 결혼을 전제로 한 조건..

"에이.. 그래도.. 한번더 만나볼까.." 이러고 있는데 제 머리에 불을 질러버린 그 조건.

우리집에 성격급하신 분들이 일하고 있는 저를 집으로 호출해서 일하다가 달려가게 만든 그조건(프라이버시라서..)을

듣는 순간 "아.. 결론은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원래 제가 거절을 안합니다. 상대방이 거절을 하도록 만들거나. 거절할 때 까지 기다려줍니다.

오랜시간 동안 눈치가 없는 여자라면.. 제가 연락을 안합니다.

가끔은 너무 이쁘던지, 너무 기가세던지, 보기싫을 정도로 못생겼다든지..

그런 감당하기 힘들어보이는 사람은 첫만남부터 제가 몸을 사립니다.

멍때리는거죠. 그러면 알아서 거절해 줍니다.

나름 여자 자존심 새워주는 길이라 합리화중입니다.

 

하여튼.. 어쨌든 거절을 당하기만 했는데,

거절 당하더라도.. 몇번은 잘해주다가. 알아서 거절당해주는데..

오늘은.. 시간이 오래갈 수록. 여자분 부모님과 주선자분 저희 부모님(모두 같은 고향분들입니다..)의 입장이

점점 복잡해질거기 때문에.. 빠르게 결정내리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거절을 하고보니..

싱숭생숭하네요.. 남아서 야근하는데 일도 잘 안잡히고.

이때까지 날 거절한 여자들도 이런 기분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고.

내가 잘한것 만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같이 일하는 친구녀석이나 잡고 술이나 한잔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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