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등학교 때부터 짱공과 함께해온 26살 청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자친구에 관한 문제 때문에... 눈팅 8년만에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네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여자친구랑.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 연락을 받지 않아요 오늘부터.. 그제 까지만 해도 발렌타인 데이여서 여자친구 늦게 퇴근하고 잠깐 만나서(저는 학생) 초콜릿 받구, 저는 손수 쓴 카드와 함께 장미꽃다발을 주고.. 그러고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헤어졌습니다. 집에 들어가서도 서로 선물 고맙다고 문자 한 후에 서로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잠들었구요. (참고로 카톡이 아닌 'Between'이라는 커플 전용 메신저를 씁니다.)
그리고 다음날(즉, 어제) 아침에, 금요일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라는 문자를 보냈고 여자친구도 저보고 힘내라고 문자를 보내주였죠. 그 다음으로는, 다음주 주말에 같이 부산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제가 열차 시간표와 요금표 찍은 사진을 보내주면서 참고하라고, 그렇게 문자를 보냈죠. 그건 읽고 나서도 답이 없었는데, 으레 읽고 나중에 답장하는 건줄 알고 편하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밤 10시가 지나서도 답이 없더군요. 그래서 읽고 말았나보다 하고 대강 '머해? ㅋㅋ 오늘은 많이 안 늦게 끝났어?' 식으로 문자를 보냈었습니다.(참고로 여자친구가 전화보단 문자를 좋아하는 스탈입니다.) 그 문자를 다음날 아침까지 읽지도 않았길래(여기서 부터 지금까지 보낸 문자까지 읽지 않았습니다),'야근하느라 힘들어서 쓰러져 자고나서 오늘은 휴일이니까 조금 늦게 일어나나보구나~' 했죠. 여자친구가 연일 야근이라 집에서 바로 쓰러져 잠자고 잠이 많은 체질이라 휴일엔 오후까지 자곤 했거든요.
오후 네시가 넘어가도 반응이 없자 이때 쯤이면 전화를 해야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문자를하나 더 남겼죠. 자고 있나보네 많이 피곤했나 보구나 라는 식으로요. 이 때부터 뭔가 예감이라는게... 안 좋아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별의 별 잡생각이 다 들고.... 내가 뭘 잘못했었나, 뭐 실수한거 있었나, 여자친구 무슨 사고 난건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 있었나.....
밤 여덟시 반이 넘어가자 정말이지 이때까지 자고 있을 수는 없다... 라고 생각이 들어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안 받더군요... 문자를 남겼죠 한번 더. 연락이 안된다... 무슨일 있냐는 식으로. 사태가 이렇게 보니 아까 잠깐 친구를 만날 때 여태까지 여자친구와 있었던 일의 경위를 상세하게 들려주었고, 친구는 '별일 아니겠지만, 정말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고 대답해주었죠. 이제 그 경위를 짱공 식구분들께 풀어보고자 합니다.
여자친구를 정말 저는 어렵게 만났죠... 작년 크리스마스 때 고백했습니다. 솔로 25년차. 스스로도 너무 부끄럽고, 정말 여자친구가 간절했던, 너무너무도 간절했던 시기에 제 인생에 나타나주어서 저는 너무나도 고맙고 행복했죠. 인터넷 소개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났는데, 처음에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너무 가볍지도, 진지하지도 않게요. 토너먼트 형식인데, 제가 키도 작고 얼굴도 그저 그런 편이라(키랑 얼굴, 직업, 지역이 공개됩니다.) 연결은 커녕 매일 떨어졌죠. 그러다 2주만에 여자친구와 연결이 되었고... 연결 되고 카톡 되자마자 그 어플 지우고, 약속 잡고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자친구도 제가 마음에 들었는지 두 번째 데이트 신청은 여자친구가 먼저 하였고 그렇게 만남을 쭉 이어져 오다 크리스마스 날에 제가 고백을 해서... 난생 처음으로 여자친구라는 걸 사귀게 되었습니다. 너무 행복했죠.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 여자 때문에 많이 울었습니다. 제가 시도를 안해본 모태솔로였다면 몰라도 나름대로 시도는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진심일때 소심하다거나 주저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다만 이제까지의 결과는.. 다 차였죠... 성격 상 먼저 다가가고 말을 걸지만, 저를 마음에 들어하는 여자가 여지껏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12년의 경우에는 그 어느 해보다 열심이었죠. 소개팅도 많이 해보고 대쉬도 해보고....
나이트라는 곳도 가보고 했었습니다.친구중에 좀 '잘 노는' 친구가 있는데 한창 외로워하고 있는 저를 보다 못해 나이트를 같이 가보는게 어떻겠냐고, 나이트가 니가 생각하는 그런 애들만 오는게 아니라 네가 정말 진심으로 대하면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네가 말하는 법이나 여자를 대하는 자신감도 키워볼 수 있다고(제가 말빨과 자신감이 조금 부족하긴 합니다).. 친구 말도 있고... 한창 외롭고.. 주위에 여자는 한 명도 없고...그렇게 해서 그 친구 취직하기 전까지 한 달 정도 동안 나이트도 가보고 했습니다. 물론 저는 진심으로 임했죠. 하지만... 계속되는 차임과 멸시.. 한 번은 가운뎃손가락으로 욕까지 먹고는... 되려 좌절에 빠졌습니다.
나이트에 잠깐 다니던 시절 그 이후로도... 차임은 계속되었고.... 매일 매일 슬픔속에서 기력없이 살고... 남들 내 나이면 다 해보는 연애... 나는 언제쯤 여자친구 사귀게 될 수 있을까... 하다가 지금 여자친구를 만난 겁니다.
정말 저는 진심을 다했죠. 여자친구가 남자 대하는게 서툴고, 겉으로 표현 잘 못하고... 그런 타입이라 제가 말 많이 걸어주고 개그도 하고 재밌게 해주고 자상하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여자친구도 마음만은 진심이어서 제 생일날 비싼 옷도 선물해주고, 데이트 할 때도 밥값, 커피값, 영화값, 스키장 리프트 값까지... 낼 때는 주저없이 내주는 모습에 저는 더욱 고마웠고 여태까지의 차임은 너를 소중이 여길 수 있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죠.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진실되게 다가가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을까요. 여자친구가 겉으로 표현을 잘 안하다 보니 자연스레 저 혼자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죠. ' 내가 잘 한걸까?? ' , ' 왜 먼저 나한테 말을 잘 걸지 않을까? ' , '내가 이 말 했었던게... 여자친구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부터 하나 하나 세심하게 생각하고 여자친구 입장에서 배려해주려고 노력을 하였고... 그런데 이게 여자친구에게는 소심하게 비추어졌었나봅니다.
한 번은 여자친구가 터미널에서 집을 가려고 하는데 그날 눈이 엄청 많이 왔어요. 저는 그냥 집에 잘 들어가라, 잘 들어갔냐, 그래 잘자구 오늘도, 이런 식으로 연락하고 그날은 끝났죠. 그런데 다음날, 제가 여자친구와의 연락을 곱씹어보니 '눈이 많이 왔잖아... 여자들은 눈 맞는거 민감하잖아... 여자친구 우산도 없었는데.. 우산 들고 가겠다고 말이라도 못해줄 망정 눈싸움이나 하고 싶다고 철없는 얘기나 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던겁니다. 눈 오는 것에 대해 순전히 제 위주로 생각했던 거죠. 물론, 여자친구는 이것에 대해 아무말 없었지만, 여자들은.. 막 서운하고 그런거 일일이 표현 안하고 남자들이 그런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주기를 바라잖아요. 그래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미안하다고. 내 위주로 생각해서. 여자친구는 웃으면서괜찮다고 했었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 그런거 일일이 신경 안 써줘도 된다고. 그래서 저는 고맙다고.. 그리고 허탈하게 웃으면서 오빠가 너한테는 왜 이렇게 소심해지는지 모르겠다..고...
발렌타이 3일 전인 2월 11일 설 연휴 마지막 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이 사건에 관한 얘기를 한 번 더 했습니다... 우산이라도 가지고 가겠다고 말이라도 꺼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너 만나면서 이런 세심한 것까지 나도 모르게 신경쓰게 되었다고.... 그리고.. 서로 술 마시면서.... 이렇게 소중한거 네가 처음이라고... 이런 감정 처음이라고 네가... 여자친구도 제게 질문을 했었습니다. 원래 그렇게 소심하냐고... 저는 전과 똑같이 얘기했죠. 원래 사람 대할 때 털털하고 자잘한거 신경 안쓰는 타입인데(여자친구 만나기 전까지는 이게 제 성격입니다 정말로) 너에게만은... 돌아서서 생각도 많아지고 매 순간 순간마다 생각이 나고.. 힘들지 않나 걱정이 되고... 오늘은 잘 하나고 있나 궁금해지고... 한다고요.
그리고... 나이트 얘기도... 꺼냈었습니다.... 나이트도 한동안 갔었다고... 물론 왜 갔었는지와 제가 임했던 마음까지 솔직히 말해죠. 나이트에서 여자한테 욕까지 먹고.... 여자한테 만날 차이고.... 그러다가 너를 만났는데 그래서 난 네가 더 가치있게 느껴지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행복하다고.
아까도 언급했지만 너무 진실되게 다가갔던게 탈이라면 탈이었을까요... 여지껏 데이트를 하면서 저에 대한 '마음'은 제가 느낄 수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제게 먼저 손 잡는다거나... 먼저 안긴다거나... 스킨쉽한다거나... 먼저 말 건다거나... 제가 하는 것에 비해 매우 드물었죠. 제가 한 번 단둘이 조용한 곳에서 얘기할 때 '오빠가 아직 좀 불편해?' 라고 물으니까 자기는 아직 남자대하는게 서툴고... 원래 남자 앞에서 말도 많이 안한다고.... 그러더군요.
여자친구가 제게 써준 편지에서도, 그리고 고백했던 날에도 여자친구 자기도 노력한다고, 분명히 그랬기에 '아.. 내가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가야 여자친구가 내게 마음을 열겠구나... 그래... 내가 먼저 나를 오픈해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었기에 우산 못 가져가서 미안하다는 말도, 나이트에 갔었다는 말도, 여자한테 차이기만 했다는 말도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진심으로 얘기를 해주었죠. 이 세가지 사건을 왜 계속 여기다 쓰냐면... 이 얘기를 친구가 듣더니 이것들은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이었다고 하네요. 지금 여자친구가 만일 일부러 연락을 끊고 있다면, 이유가 이거라면 이거일 수도 있겠다고요....
아무튼.... 휴.... 제가 술 마시면서 이 모든 얘기를 해주었던 것은 발렌타인 데이 전이었습니다. 막상 발렌타인 데이날에는 그냥 가벼운 얘기 하고 농담하고.. 있었던 일 얘기하고.. 다음주에 갈 부산여행 얘기하고 ( 여자친구는 제게 말 안 걸고 제가 먼저 다 말 걸었죠... 리액션은 괜찮았었습니다.) 그러고 헤어졌었습니다 위에서 썼던 것처럼요.
전에 서로 서운한거나 고쳐야 될 점이나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것... 그런거 연애하면서 서로 말한 땐 하자고 제가 말 꺼냈었는데 여자친구도 오빠도 그렇게 해달라고 했었거든요. 근데 오늘... 아무 말도 뭣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연락을 끊어버리니... 이렇게 눈팅 8년차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하... 암담합니다 심정이.... 제가 많이 부족했었나봐요 이래 저래... 또 말하는 거지만.... 나를 불편해하나 하며 안달하고... 지나치게 진실되게 내 모든걸 오픈하면서까지.... 그게 잘못되었었나 봅니다.
예상보다 글이 상당히 길어졌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