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남자 ---
사람이 이상해 지고있다 왜이렇게 싫은게 많아지는지...
원래 내 별명은 대책없는 낙관주의자였는데 말이다
일단 그녀가 공대생이라는게 싫다 주변에 남자들이 너무 많다
응큼한 인간들! 과동기니 어쩌니 하며 친한척 하지만
알고보면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그녀가 술을 잘 마시는것도 매우 마음에 안든다
특히 술 마시면 자꾸 웃는 건 진짜 싫다
그녀가 웃는 걸 보고 다른 남자들이 착각하면 어떻게하냔 말이다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인줄 알고 나만보면 왈왈 짖는 그녀의 강아지도 밉다
나한테는 그렇게 사납게 굴면서 그녀한테는 맨날 꼬리만 흔든다
거기다가 밤에는 그녀의 침대에서 같이 잔다나? 정말 화나 미치겠다
아...진짜 강아지한테까지 질투를 하다니...
요즘은 이런 내 자신이 유치해서 참을 수가 없다
그녀와 사귀게 되면서 나만 점점 이상한 인간이 되어가는것 같다... 억울함...
--- 그여자 ---
멀쩡하던 혀가 점점 짧아지고 자꾸 코가 막히는거 같아요
"안뇽. 내일봐~앙." 전화를 끊는 순간 방에 울려펴지는 소리
코맹맹이 혀짧은 내 목소리에 내가 다 놀란다니깐요
이상하게 몸이 자꾸 꼬이고 전화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아후... 졸졸졸졸 나만 따라다니는 강아지 흰둥이
"야~ 너 저기가서 혼자 놀아라! 응?" 매일 구박했는데
이젠 내가 온종일 그 사람만 따라다니고 싶구요
내 품에서 킁킁 거리는 흰둥이처럼
나도 그 사람한테 꼭 붙어앉아서 그사람 향수냄새 맡고 싶어요
그 사람 만나러 나가는길에 예전엔 매일 높은 구두만 신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그 사람의 크지않은 키가 더 작아보일까봐
납작하게 바닥에 엎드린 단화만 골라신어요
비가 온다는거 뻔히 알면서두 한 우산 속에서 나란히 걷고싶은 마음에
집었던 우산을 현관에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니깐요
아이구... 내숭이라곤 진짜 하나도 모르던 원래의 씩씩한 나는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나?
- 이소라의 FM음악도시 '그남자 그여자' 中
연인이라 불리는 또는 연인이라 불리웠던 두 사람
같은 시간, 같은 상황 밑에서 그남자와 그여자는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남녀의 심리에 관한 짧은 이야기.. [그남자... 그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