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한테 고백하는법"
얼마전 9월 24일이 고백데이였다죠? 혹시 고백했다가 차이신 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런 분을 위해 오늘은 "여자한테 고백하는법"에 대해 한번 얘기해볼까 합니다. 사실 제가 이글을 쓰기 전에 네이버 지식인하고 다른 블로그의 글을 좀 봤는데 너무도 천편일률적이라 놀랐습니다.
"적당한 시간과 분위기를 잡으세요"
"진심을 어필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세요"
"문자로는 절대 고백하지 마세요"
"꽃이나 편지를 같이 전달하세요"
등등....
이건 생각하면 굉장히 단순한 문젭니다. 입장을 한번 바꿔봅시다. 본인한테 친한 여자사람 친구가 하나 있다고 쳐봐요. 예를 들어 오나미나 오프라윈프리 같은, 그래서 전혀 이성적으로 관심이 안가는 여자가 있는데 가끔 밥도 먹고, 친한 편이라고 칩시다. 뜬금없이 어느날은, 그녀가 분위기를 잡더니 "꽃과 편지"를 준비해서 건네주면서 "사실은 나 너 되게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이랬다고 칩시다. 진심어린 말투와 눈빛으로 말이죠. 여러분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까요?
"아... ㅅㅂ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지?" 이거겠죠. ㅎㅎㅎ
반대로, 여자가 꽃이고 나발이고 하나없이 그냥 툭 멘트를 던졌다고 칩시다. 성의없이.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나 너 좋아하는데, 넌 나한테 관심있나 모르겠다~"라고 여자가 말을 합니다. 근데 그 여자가 전효성이나 송혜교, 혹은 김태희라고 생각해보세요. 설레겠죠? 그여자가 고백하는 방식이 아무리 성의없었다고 해도, 그런 건 문제가 아닐 겁니다. 내가 그 여자한테 마음이 있으니까요.
결국 중요한건 "고백하는법"이 아니라 "누가 고백했느냐"라는 겁니다.
다시 한번 강조할게요. 꽃이고 편지고, 이벤트고 뭐고 필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고백하는법"이 아니라, "고백하는 사람이 누구냐"이니까요.
그걸 전제로 깔고,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1. 고백하는 법? 고백을 해야 하는 이유가 알고 싶다
바보같은 질문입니다만, 고백은 왜 할까요? 여자랑 사귀고 싶어서 하는거겠죠.
그럼 아이큐가 70이 넘어가는 영장류로서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여자랑 사귀는 길이 왜 꼭 고백이어야 하는가?"
가령 꼭 말로 어떤 관계를 공표해야 한다고 치면, 여러분은 친구도 하나도 없겠죠. "나, 너랑 친해지고 싶어. 우리 친구하자 오늘부터." 이런식으로 친구 사귀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근데 왜 남녀끼리는 이런 걸 꼭 말로 해야한다고 생각할까요.
스스로 한번 자문해보세요. "여자랑 사귈려면 고백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가 왜하고 있는거지?" 그 기원을 정확히 거슬러 찾아낼 순 없다고 해도, 아마 중고교 시절에는 이미 어른들을 흉내내며 소꿉장난 같은 연애놀이를 하고 있거나, 그런 걸 하고 있는 친구가 주변에 있었을 겁니다. 걔네들은 아마 개선장군과 같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얘기를 했었겠죠. "나 지민이랑 사귀기로 했어. 어제 고백했는데, 걔도 ok했거든~"
이렇게 우리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혹은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으로부터 고정관념을 학습하며 성인이 됩니다. 순수하던 어린 시절에 아무 생각없이 "이거는 그냥 이렇게 하는거야~" 라고 고정관념을 받아들인거죠. 그래서 고백을 왜 해야 하는지, 꼭 해야 하는지, 고백을 안하면 사귀지 못하는 건지 등에 대해 깊게 생각도 안해보고 그냥 별 생각없이 고백하고, 차이고, 더러는 성공해서 사귀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근데 이게 좀 문제가 있다는거죠... 뭘까요?
(이런 박력이 있다면...)
2. 고백하는 법? 고백은 꽤나 위험한 행동이다.
?고백은 불필요한 행동일 뿐 아니라, 따지고 보면 꽤 위험한 행동이라는 겁니다. 고백하는법을 알려고 할 것이 아니라, 고백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하나씩 따져보는 게 더 현명한 일이예요. 여러분이 여자랑 어느 정도 썸을 타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여러분와 만나는 그 썸녀의 마음은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겠죠.
당신이라는 남자에 대해서....1) 이성으론 전혀 관심없다 2)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다 3) 좀 괜찮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많이는 아니다4) 꽤 호감이 있다5) 사족을 못 쓸 정도로 남자를 맘에 들어한다
그럼 각각의 시츄에이션에 대해, 여러분이 고백을 했다고 가정을 하고 결과를 생각해 봅시다.
1) 이성으론 전혀 관심없다. -> 고백하면? 얄짤없이 거절당하고 어색해져서 재차 기회도 없다. 그냥 망한 케이스.
2)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다-> 고백하면? 넌지시 거절을 당하거나, 아님 "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해요 오빠" 라는 식으로 즉답을 회피하되 보통은 "아직까진 그런 생각을 안해봤어요..."식으로 나중에 넌지시 거절의 답이 되돌아온다. 좀 더 호감을 이끌어냈다면 앞으로 잘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성급하게 고백했다가 익지도 않은 컵라면 뚜껑 열듯이 망하는 케이스.
3) 좀 괜찮게 생각하긴 하는데, 그렇다고 많이는 아니다-> 여자도 자신의 마음이 헷갈려서 보통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설령 나중에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와도, 여자도 확실한 마음이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여차하면 OK를 했다가도 "아무래도 우리 관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어요"라는 반응이 나오거나, 아니면 그런 반응이 나올까 두려워하는 마음에 남자가 굉장히 애쓰며 굽신대는 반몸종으로서의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연애는 시작했으나, 고생문으로 들어간 케이스.
4) 꽤 호감이 있다-> 여자가 보통 ok를 한다. 일부러 "생각좀 해볼께요" 라고 시간을 끌고서 나중에 승낙하는 식으로, 여자가 기세의 우위를 점하려고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굳이 고백을 안했어도 알아서 잘되었을 케이스.
5) 사족을 못 쓸 정도로 남자를 맘에 들어한다-> 여자가 먼저 고백하거나, 고백없이도 그냥 스킨십을 비롯한 모든 진도를 나갈 수 있다. 고백이 전혀 필요없는 케이스.
자, 위처럼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고백은 필요가 없거나, 했다가 망하거나, 성공을 해도 굳이 대단한 이득이 있지 않는 다소 무의미한 행동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귀자고 안해도 서로 호감이 있으면 손도 잡고, 뽀뽀도 하는 게 남녀죠. 말로 무언가를 표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손도 물어보고 잡고, 뽀뽀도 물어보고 할 것이 아니라면... 사귀는 것 역시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거라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간혹 여자 중에 남자랑 이미 호감이 있어서 손도 잡고 뽀뽀도 잡고 하다가, 문득 "우리 무슨 관계야?" 라고 규정을 해주길 원하는 여자가 있을 수 있는데.. 그때가서 "우리 사귀는 거 아니야?"라고 인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3. 고백하는법? 고백은 프로포즈 때나 하세요
?무언가를 꼭 공표하고 말로 알릴 필요가 있는 행위는, 전 결혼으로 족하다고 봅니다. 프로포즈 때나 고백하시면 되요.
중요한 건 남녀 사이에 호감이 있느냐,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느냐, 같이 있는 게 좋아서 떨어지고 싶지가 않느냐... 하는 감정의 문제지 "멋지게 여자한테 고백하는법" 따위가 아닙니다. 여자하고 어떻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호감을 공유하고, 그 호감을 증폭시킬지를 신경쓰세요. 이 글이 여러분의 사고를 전환시켜주는 계기가 되었길 바라며....
출처 : NEW 훈애정음 (http://blog.naver.com/terryt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