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 될것 같군요...하지만 푸념할 곳이 없네요.
27살에
4살이나 많은 지금 아내를 만났고
무슨 불똥이 튀었는지 6개월 만에 결혼했습니다.
저도 저 나름 그동안 사회생활하며 익힌 경험으로 이 여자와는 서로 기대며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제일 큰 요소는
저에게는 아픈 형이 있고, 아내는 아픈 남동생이 있어서, 서로 그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왔기에
각자의 아픔을 이해하는지라, 인연이다 싶었던게 가장 크다고 봅니다.
부모님들도 암암리에 다행이다 싶으셨을겁니다.
양 집안에 사실상 금전적인 자산은 거의 없다시피하니, 오로지 나만이 열심히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오로지 회사에만 매달리고 미친듯이 일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데로 스스로 노예가 되어 12시간씩 일하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간간히 상사들의 점수를 따가며,
동기 4명들과는 틀리게 쉬는날 없이 출근하며 결국 입사 1년만에 25살 어린나이로 정규직이 되기도 했습니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공포와 압박감은 속으로만 감췄고
뒤도 옆도 돌아보지말고 언젠가 태어날 나의 자식이, 내 아버지가 그러셨듯 따듯한 가정과 행복을 줘야 한다며
스스로 채찍질을 하고, 막연히...언젠간 좋아질거라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아내한테는 고통이었나 봅니다.
결혼뒤 아내는 오로지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저에게 일일히 말못할 상처를 입어가며 괴로워 했나 봅니다.
밤샘작업까지 하며 회사를 위한다는 사람이 자신한테는 소홀히 하는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힘이남아돌아 밤샘작업하는게 아니었기에, 저 역시 상처로 남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는 회사의 갑질에 결국 꺽여버렸고,
나이 4~50대에 저 월급받고 가시방석에 있느니 로또보다는 높은 확률이라고 자기합리화 하며 장사를 시작해버렸습니다.
장사는 쉽지 않았고 그사이 태어난 딸아이를 위해 아내는 취직을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심각하게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관련 업무인데, 현재까지 2년가량 매일 12시~2시에 들어오기 일쑤였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잘 해보자는 의견과는 달리,
간혹 일찍 오는날은 싸우는 날이 되기 쉽상이었고,
싸워도 서로 지난날 상처를 부여잡고 내가 더 힘들다고 도토리 키재기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저도 싸울 여력도 떨어져 가고, 제가 풍족하게 벌어들이지 못해서 나가는 아내를 늦게온다고 뭐라 계속 하기도 힘들더군요.
헌데 막상 그러면서도, 직장 사람들과 해외 여행을 몇번 갔다오니 분노가 쌓였습니다.
3번째던가, 자기도 미안하던지 전화로 여행 한번 가도 되겠냐고 물어보는데 전 폭발해 버렸습니다.
매번 밤새 엄마찾아 우는 아이 달래가며 재우고, 그런 아이 부모님께 맡기고 출근하면서도, 아내도 바람한번 쐬야지 하며
참았었는데 그땐 왜 안돼던지..
하지만 막상 분노와는 달리 뭐라 할말도 없었고...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근데 그 날 저녁 비행기더라구요 ㅋ
아내는 그렇게 중국으로 날라갔고 제 마음도 휑 해지더군요.
아이 재우느라 지쳐 저도 먼저 잠들고,
아침엔 조용히 혼자 나오고 그래서 서로 일주일이나 얼굴은 커녕 대화도 나누질 못하는데,
그렇다고 돈벌겠다고 나가는사람 뭐라 하기엔 저도 지은 죄가 있어 말못꺼낸게 1년정도인데,
더이상은 이딴 결혼 생활이 싫어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급하게 돌아온 아내는 예상관 달리,
여행건은 미안하지만 아이는 데려가겠단 태도를 보였고 저는 정말 좌절감을 맛보았습니다.
글만 읽으심 나쁜여자로 오해하실듯 하지만.. 그런 여잔 아니었습니다.
위에도 구구절절 적었듯, 아내를 저렇게 만든건 제 역할도 컸지요.
하지만 하루만에 이혼할땐 하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나은 쪽으로 생각해보자 하더군요.
그렇게 아이만 생각하며 남은 감정 추스리며 또다시 1년이 흘러갔습니다.
부부생활은 당연히 없었고,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지요.
잘해보고 싶었지만 마주치지 조차 않으니 대화도 힘들었고, 긴세월 없던 대화는 결국 익숙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할머니집 코스에, 저녁엔 아빠, 아침에 일어나보면 엄마.. 이렇게 최근까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전 희망까지 싹 버리진 않았습니다.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부부사이지만, 아이때문에 같이 웃을때도 있었고, 금전적 미래가 어두워도,
아이를 위해 힘내면 겁날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아내가 원치 않았던 '아이 때문에 사는' 부부가 되었지만...
언젠간...서로 위로하며 의지하게 될..지도 모른니...내가 노력해야지...했습니다.
물론...아내는 계속 늦게 오기에... 얼굴보긴 힘들었지만 말이죠...
최근에 아내의 직장에 안좋은 일이 생겼고,
도와줄수가 없어 애태웠지만, 그져 서로 집에서 스쳐지나며 각자 돈벌러 나갈 뿐이어서...맘이 안좋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내가 서로 정리하는게 어떻냐고 하네요.
크게 싸운 뒤 1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가졌던 저는 또 한번 부서집니다.
서로 대화가 없어도, 기다리면 기회가 올거라 생각했는데, 반대였던가 봅니다.
내가 생각했던 아버지란 사람은, 비록 겉모습뿐이래도 강하고 모두를 포용해주는 그런 아버지였지만..
저는 이제 제일 가까운 아내조차 이해하지 못하며 원망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는 이상한 상황에 있습니다.
지난 5년 돌아보니,
서로 잘살아 보겠답시고, 엄한곳만 팠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서 힘든건 위로는 커녕 서로 징징대고 싸우기만 한 것 같고요.. 왜 우린 이렇게 힘드냐며...
마음은 제 아버지 처럼 남자답게 감싸주고 이끌어 주고 싶지만,
오늘도 아내는 제가 잠든 뒤에 올거란 생각에 우울해지고.
또 그게 현실이 되면 다시 저는 말문과 마음의 문이 닫히겠지요..
이게 다 돈이 없어서라는 원망
그게 아니라 내 마음이 넓지 않아서라는 자책
그와중에 친권마저 빼앗기면 어찌 살아가나 하는 현실적이면서 멍청한 두려움
아이를 슬프게 하게 될 거라는 절망...
나는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 왔는데...
그걸 보고 배우며 꿈꿔 왔는데, 제 스스로 일궈낸 결과물이 이거란 현실이 너무 괴롭네요.
긴 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꼭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