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휴가 나왔습니다.

탁로더 작성일 05.12.21 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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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뭔지도 모르게 어리버리 입소대대로 들어가서 훈련소 갔다가

후반기 갔다가 자대로 와서 신병대기기간 풀리고 작업하고 눈치우고

이러다보니 100일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산속 막사에서 적응하느라 정신없고 매일 잡일만 하다가

산에서 갑자기 사회로 나오니 민간인들이 옷입은것도 신기하고

건물들도 신기하고 도로에 차 돌아다니는것도 신기하고 모든게 신기하네요.

집근처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바라본 동네의 광경은 너무나도 반갑고

익숙하기도 하고 100일 사이에 뭐가 또 그렇게 바꼈는지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부모님께 충성 경례하고 포옹하고

어머니 눈물 닦아드리고 목욕탕 가서 100일동안 쩔은 때를 다 벗겨내고

손수 만들어주신 어머니의 따뜻한 밥에 눈물이 찔끔..

젓가락질이 왜이렇게 어색한지 김치를 숟가락으로 집어먹으려다 뜨끔!

밥을 다 먹고 가족들과 둘러앉아 커피와 과일을 먹으며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어떠케 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내 방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고 눈에 익숙한

바탕화면을 바라보며 마우스를 잡을때의 그 느낌이란..

입대전 즐겨했던 스포게임은 도저히 어지러워서 못하겠고

싸이에 들어가 부대에 있는동안 올라온 방명록의 위로의 메시지들

확인하고 일일히 답변하고 부대에서 찍었던 사진들 하나씩 스캔해서 올리고

짱공을 켜서 공유실에 들어갔더니 왠 못보던 영화들이 잔뜩 올라와있고

티비를 틀어보니 못보던 광고들이 즐비하고 "세상이 바꼈구나"

생각이 들정도로 모든것들이 어색하고 생소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컴퓨터 작업을 맞추고 어머니 핸폰으로 친구들에게 연락하고

반가운 목소리 듣고 만날 시간 정하고 컴터좀 하면서 쉬었습니다.

쉬는 도중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1초만에 수화기를 들고

저도 모르게 나오는

"감사합니다. 통신보안 00중대 이병 000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충성!"

통신병의 습관이 저절로 나오는듯

쉬다보니 어느새 약속시간이 되고

친구들 만나서 술을 마시는데 오랜만에 먹는 술이라 그런지 금방 취하덥니다.

10시가 되니 쏟아지는 잠을 어떠케 해야 할지를 몰라 커피를 마시며 이겨내고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기분이 좋아서인지 친구에게 군대에 대해서 얘기도 해주고

속에 있었던 힘들었던 얘기들도 서로 주고받고 그렇게 술자리를 맞추고

빠에가서 입가심으로 양주 몇잔 먹고 빠여자애들 꼬셔서 2차갔다가

거의 밤을 새고 헤어져서 집에와서 잠을 잤더니

새벽 5시에 잠이 들었는데 오전 6시반쯤

저도 모르게 들려오는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저절로 눈이 떠지고

침구류를 정리하는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정신을 차려보면 내가 정리하고 있는 침구류는

딱딱한 모포와 침낭이 아닌 부드러운 이불이었습니다.

"아! 여긴 우리집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행복하게

잠을 푹~ 더 잘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적응은 안되고 신기하고 잼있기만 하지만

다가오는 복귀날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려워집니다.

사고 없이 즐겁고 알차게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화장실에서 몰래 먹던 초코파이도 한상자 사서 실컷먹어보고

저에게 주어진 4박5일간의 자유를 실컷 누려봐야겠습니다.

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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