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 下 악순환의 고리 ....한국도 가세

쇼동쇼동 작성일 08.03.13 15: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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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경쟁으로 촉발된 동북아의 긴장감이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 남측이 세계에서 5번째로 7600t급 이지스 구축함(KDX-Ⅲ) 1번함인 세종대왕함을 진수하던 지난 25일 북측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진수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에서 멈추지 않는 군비경쟁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하나의 삽화다.
그 기저에는 특정국가의 패권 추구를 억제한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와 중국의 군 현대화,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말을 바꾸면 미·일 동맹 강화가 중국을 자극, 중·일의 동북아 패권경쟁을 부추기고 틈새에 끼인 한국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을 우려한 북한 역시 핵개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역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중국이 올해 전년보다 17.8% 늘린 450억달러의 국방비(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은 1250억달러로 추정)를 집행하는 등 군사력을 급속히 증강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국 군사력의 확대가 동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난 25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연례 보고서’에서 밝히는 등 ‘응전’을 준비중이다.

실제로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의식한 미국과 일본은 동맹 재조정에 나섰다. 케빈 마허 오키나와 주재 미국 총영사는 최근 한국 기자들에게 “(일본 방위력이) 공격과 방어개념의 구분이 모호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미·일이 1997년 새로 작성한 방위 가이드라인에서 ‘일본의 안보에 영향을 주는 주변의 상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미국은 공격수, 일본은 방어’라는 과거의 역할 분담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방위성 관계자도 “일본 국방의 두가지 기조는 일본 영토 방어 이외에 국제 안보 환경 개선을 통한 위협 요소의 제거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동맹을 발판으로 한 일본의 군사력 강화와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여지다.

동북아 군비경쟁은 우주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대전에 필수적인 정보 수집 및 감시활동을 위해서는 정찰위성과 같은 전략 감시수단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의 ‘우주 전쟁’은 중국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1970년 인공위성을 독자적으로 발사한 이래 지금까지 90여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최근에는 항법위성 ‘베이더우’(北斗) 5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독자적인 GPS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을 떼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군사위성 경쟁뿐만 아니라 위성 요격과 같은 공세적 수단에서도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를 놀라게 했던 ‘중국판 스타워즈’ 실험이 대표적이다. 중국 언론은 1월11일 위성요격용(ASAT:Anti-Satelite)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 자국의 노후화된 860㎞ 고도의 기상위성을 격추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공을 지나는 타국의 정찰위성에 대한 적극적인 경고나 마찬가지였다고 국방과학연구소(KIDA)의 김태우 박사는 지적했다. 중국의 실험은 동북아뿐만이 아니라 미국, 러시아, 인도 등을 자극해 우주 군비경쟁을 부추길 불씨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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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 자민당은 최근 군사방위 목적의 우주 이용을 엄격히 제한해 온 ‘우주개발 평화이용 원칙’에 대한 개정을 통해 독자적인 군사목적의 위성 개발을 추진하려는 정책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각 산하 우주개발위원회(SAC)에서 우주개발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계기로 총 4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하기로 결정한 이후 빠른 속도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9월 해상도 1m급 전자광학(EO) 센서를 탑재한 정찰위성 1기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것을 포함, 지금까지 3기의 정찰위성을 발사했다. 올해 안으로 4번째 정찰위성을 발사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일본은 또 미국의 최신예기인 F22의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동북아 군비경쟁의 기폭제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F22에 대한 일본의 ‘집착’은 조바심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최근 유인우주선 발사와 위성요격 실험 등을 포함한 중국의 공세적 항공우주 개발 전략에 초조함을 드러내 왔던 터다. 그동안 일본은 적은 병력의 불리함을 첨단 무기로 극복해 왔다. 우수한 성능의 장비를 보유함으로써 병력 숫자면에서 월등한 주변국과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해 왔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문제도 일본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일본은 대응능력 배양 차원에서 미국의 MD 구축에 적극 참여하고, F22 도입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F22는 작전반경이 2000㎞가 넘어 한반도는 물론 중국 본토까지 공격 범위에 넣을 수 있다.

미국은 현재 F22의 수출을 2015년까지 금지한 ‘오베이 법안’을 들어 당장은 일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미 행정부와 의회가 국익과 지역안보를 위해 수출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미 싱크탱크인 렉싱턴연구소의 운용부장인 로렌 톰슨 연구원은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상 일본에 F22의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F22의 조기 도입에 성공한다면 동북아의 제공권을 장악하게 되고 동북아 하늘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중·일 사이에 낀 한국은 ‘건드리면 다칠 수 있다’는 고슴도치론으로 무장할 태세다. 지난 25일 진수한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에 대해 노대통령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한국 해군은 2012년까지 모두 3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할 예정이다. 세종대왕함은 우리 해군 함정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의 스커드·노동 등 탄도 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그 ‘그늘’은 넓고 깊다. 이지스함 한 척을 운용하는데 연간 300억원(미군기준)의 유지비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3척을 확보하게 되면 그 비용은 900억원에 달한다. 거의 F15K 한 대 가격에 맞먹는다. 한계도 있다. 미국의 군사위성 정보가 없으면 ‘외눈박이’ 거인처럼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미국이 이지스 시스템의 눈과 귀가 되는 군사위성과의 데이터 링크 시스템을 한국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 일본은 1000해리 적극적 전수방위전략, 4개 호위대군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원거리 전진 방어전략과 함께 종합함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이지스함만을 놓고 비교하더라도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격이 떨어진다. 일본은 7700t급 이지스함 1척을 추가로 건조했고 3척을 건조중이다. 일본이 보유할 이지스함은 조만간 8척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소브레멘니급(7900t급) 최신예 구축함 4척을 보유하고 있고 뤼하이급(7000t급) 최신 구축함 4척을 추가 건조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이 구축함 건조 경쟁을 펼친다면 한국 해군이 가장 먼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반도 주변은 독도와 이어도 등 영유권과 연계해 해양분쟁의 발생 가능성이 크다.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조업권과 천연가스·석유자원 등을 둘러싼 한·중·일간 해양자원 개발 분쟁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일의 해군력 증강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게 한국의 ‘딜레마’이긴 하다.

첨단무기 경쟁에 끼어들 여력이 없는 북한은 ‘빈자(貧者)의 최후무기’인 핵폭탄을 택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뒤 동북아 안보정세는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졌다. 특히 북핵에 가장 민감한 일본에서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핵무장 불가피론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일본은 경제력과 기술력, 그리고 현재 보유중인 플루토늄을 활용할 경우 수개월내에 강력한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 한국과 대만도 주변국들이 모두 핵보유국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기댈 수 없다고 판단해 자체 핵보유 의지를 갖게 될 경우 이른바 ‘핵 도미노’는 피할 수 없다.

한국은 국제적 고립과 한·미동맹의 파국 등의 이유 때문에 실제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대응조치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재래식 군비의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 북한 핵에 대해 대처하는 과정에서 남북간 또는 북한과 다른 나라 사이에 긴장이나 분쟁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부의 정보 당국자는 “북핵 포기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동북아 지역의 치열한 군비경쟁은 물론 국제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진·유신모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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