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KDX Ⅲ) 1번함인 세종대왕함 진수식을 가짐으로써 우리 해군은 대양해군 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꿈의 구축함’ 이지스함 보유는 대양해군 건설을 위한 해군의 오랜 숙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진수식은 첫 걸음마에 불과하다.
우리 해군은 2012년까지 3척의 이지스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본은 현재 보유한 5척의 이지스함에 이어 3척을 추가 건조중이며 중국도 이지스함 4척을 자체 기술로 개발중이다. 일본이 세계 최강 전투기 F22 랩터 100대 구입을 추진, 동북아 제공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치열한 가운데 ‘신(神)의 방패’로 불리는 최신형 이지스함의 등장이 동북아 해·공군 군사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주국방 네트워크’ 신인균 사무처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1. 이지스함은 ‘꿈의 함정’이라는데, ‘이지스’란 무슨 뜻인가?
이지스(Aegis)의 어원은 그리스신 제우스가 딸 아테나 여신에게 준 무적의 방패에서 유래됐다. 중앙에 메두사의 목이 달려있는 이 방패는 벼락에 맞아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무기였다고 한다. 1969년 미 해군에서 이지스란 명칭의 신형 미사일 개발에 착수하면서 처음 사용된 이후 방어능력이 뛰어난 전투체계를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라 부르게 됐다. 이후 미국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한 최신예 순양함 또는 구축함의 명칭으로 사용됐는데, 1983년 취역한 순양함 티콘데로가함(CG-47.9590t)이 첫 번째다.
2. 이지스함의 보유가 한국군 전체에 가져 올 변화는 어떤 것인가?
이지스함 출범으로 한국군 작전 개념이 바뀌게 되는등 전쟁 억지력에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남북간에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지상에 조밀한 방공망이 구축돼 있다. 남북한 모두 이 방공망 때문에 유사시 육지로 기습공격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공격은 바다를 통한 우회공격이 가능할 뿐이다. 이지스함이 동해와 서해를 지키고 있는 한 해상을 통한 북한군 공군의 공격은 어려워져 엄청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3. 한국 해군의 대양해군시대가 열렸다고 하는데 세종대왕함의 작전수행능력은?
세종대왕함은 최대 1054㎞ 떨어져 있는 항공기나 미사일을 찾아낼 수 있고 동시에 1000여개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다. 북한군의 동향을 탐지할 수 있고 작전 반경이 멀리는 말라카해협까지 확장된다. 보급없이 출항 그 상태로 30일 정도의 작전이 가능하다. 또 파고 14m의 큰 파도에 견딜수 있고 경항공모함인 대형수송함(LPX)이나 항모의 호위체계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최대 30노트(55.5km)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항속거리는 1만㎞이다.
4. 세종대왕함에는 어떤 무기들이 탑재되나?
세종대왕함의 가장 핵심적인 체계는 이지스(Aegis)라 불리는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 미사일 및 발사체계 그리고 컴퓨터 자동처리 시스템이 연동되는 전투체계이다. 함대공·대유도탄방어·함대함 유도탄과 장거리 대잠어뢰, 경어뢰 등 근접방어무기체계인 골키퍼(Goal Keeper), 127㎜ 함포 등을 장착하고 있다. 또 대잠 및 구조용 헬기 2대가 탑재되며 승조원은 300명(장교 24명, 부사관 163명, 병사 113명)이다. 한꺼번에 대함 미사일 15발을 쏠 수 있고, 항공기는 17대를 상대로 싸울 수 있다. 이지스함은 특히 공중에 비행중인 탄도유도탄까지 탐지, 추적할 수 있다.
5. 세종대왕함에는 어떠한 국산 유도탄과 신무기들이 탑재되나?
현재 일본이 보유 중인 5척의 이지스함보다 32~38발이나 많은 미사일이 탑재될 것이다. 특히 500㎞ 이상 떨어져 있는 지상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국산 함대지(艦對地) 크루즈(순항) 미사일 ‘천룡(天龍)’ 32발과 잠수함을 잡는 국산 장거리 대잠(對潛) 미사일 ‘홍상어’(사정거리 19㎞ 이상) 16발도 탑재될 계획이다. 일본 이지스함에는 함대지 크루즈 미사일이 없다.
6. 이지스함은 애초 6척이 도입될 예정이었는데 왜 3척으로 축소되었나?
당초 KDX Ⅲ사업은 2020년까지 3개전단으로 구성되는 기동전단에 각각 2척씩 배치돼, 모두 6척의 KDX Ⅲ급 이지스함을 보유할 예정이었으나, 2005년 발표된 국방개혁 비전 2020 프로그램에 따라 3척으로 축소됐다. 외환 위기로 사업 착수가 2년 연기됐고, 2003년 말에야 기본설계를 마칠 수 있었다. 북한의 공군력을 해상에서 제압하려면 동해와 서해 각 2척씩 모두 4척이 필요하며, 이지스함은 적 탄도탄과 전투기를 동시에 상대하려면 2척이 1조를 이뤄야 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7. 세종대왕함 건조비는 1척당 1조원이라고 하는데 정확한 비용은?
현대중공업이 선체 건조비만 2594억6000만원에 계약했다. 이지스 레이더 시스템 가격 약 3480억원 등을 포함해 척당 1조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다.
그나마 레이더시스템은 일본과 공동구매를 했기에 척당 2000억~3000억원이 절감된 것이다.
8.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1번함을 ‘세종대왕함’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해군은 이지스함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파견 등 국제적으로 그 함명이 빈번하게 등장할 것을 감안해 국민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성군(聖君)등 위인의 이름을 부여키로 했다. 세종대왕은 국민적 호감도가 가장 높은 인물이다. 먼 훗날 항모를 보유하게 된다면 이미 대형 상륙함에 독도함 등이 함명으로 사용되는 만큼, ‘고구려’,‘발해’ 같은 웅대한 대륙국가의 이름이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9.한국은 이지스함 몇번째 보유국인가?
세종대왕함 진수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스페인,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 이지스 구축함 보유국이 됐다. 그러나 미국, 일본과 같은 7600t급 이지스 구축함은 세계에서 3번째로 보유하게 됐다. 스페인과 노르웨이가 보유한 이지스 구축함은 우리 해군의 KDX-II(충무공 이순신급) 수준인 4600t급으로 규모와 성능에서 큰 차이가 난다.
10. 세종대왕함의 한해 유지비용은?
미국의 경우 7600t급 이지스함 1척을 운영하는 데 연간 300억원의 유지비용이 든다. 세종대왕함 건조를 위한 연구개발비를 대략 1000여억원으로 계산할 때 우리 군이 연간 장비유지예산으로 개발비의 4%를 책정하는 관행을 감안하면 세종대왕함의 연간 유비지용은 최소 4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