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올해로 건군 60주년을 맞는다. 한국전 당시 개전 3일 만에 소련제 T-34 전차로 무장한 북한 지상군에 서울이 함락당하고, 날아오던 소련의 MIG-15 전투기는 미 공군에 맡겨야 했던 한국군은 지금 60여만 병력에 26조여원의 국방예산이 뒷받침된 강군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러나 북핵 국면 등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태는 여전하고 동북아엔 첨단 군비 경쟁의 바람까지 불고 있다. 남북 대치 상황 속 한국군의 억지력과 함께 군비가 밀집한 동북아에서 우리 군의 경쟁력을 현대전의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공중전은 전쟁의 기선을 제압하고 승기를 잡는 데 결정적이다. 공중에서 밀리면 곧바로 지상전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국운을 걸고 고성능 전투기 확보를 위해 열을 올린다. 미 공군이 F-22 랩터를 개발한 것도 21세기 전 세계 어디서든 제공권을 장악할 전투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남북한 공군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공군 F-15K와 북한의 MIG-29다. 2003년 초 동해를 정찰하던 미 해군 해상정찰기 P-3에 접근해 위협한 전투기가 바로 MIG-29다. F-15 기종의 최신형이자 우리의 차세대 주력기인 F-15K와 경쟁 기종이다. 러시아가 생산한 MIG-29는 개량된 컴퓨터와 적외선 감지장치(IRST) 등을 장착하고 있다. IRST는 상대 전투기 엔진에서 내뿜는 열을 추적한다. 또 탐지거리 70㎞인 N-019 레이더를 갖추고 있다. 공중 기동성은 F-15 기종보다 나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MIG-29를 40대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 전투기의 핵심 무기체계로 사정거리 70㎞인 공대공 미사일 R-27R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정보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 공군이 보유한 최신형 F-15K는 탐지거리가 100㎞ 이상인 APG-63(V)1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어 MIG-29보다 훨씬 멀리 본다. F-15K에 장착된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은 사정거리가 105㎞ 정도다.
F-15K는 미 공군 또는 한국 공군이 도입할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의 지원을 받으면 자신의 레이더 탐지 범위 너머의 적기에도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 공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없다. 따라서 공군 F-15K와 북한 MIG-29가 공중에서 맞붙으면 이론상으로는 어떤 경우든 F-15K가 승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공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현재 공군의 주력인 KF-16 전투기와 북한 MIG-29가 단독으로 전투를 벌일 경우는 KF-16이 고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우리 공군 KF-16이 AWACS의 지원을 받으면 훨씬 유리하다.
한국이 F-15K와 KF-16을 주력으로 보유한 반면, 북한은 이보다 한두 단계 떨어지는 MIG-21을 주력기로 갖고 있다. 따라서 북한 공군이 숫자는 많지만 전체적인 전투력은 한국에 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변국에 비해선 우리 공군이 아직도 크게 열세다. 일본은 F-15K보다는 구형이지만 F-15J를 200대가량 보유하고 있고 F-16을 개량한 F-2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AWACS와 공중급유기도 운용 중이다. 독도 근처에서 작전을 벌여도 일본 F-15J는 공중급유를 받아가며 지속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F-15K는 강릉기지에서 출격해도 80분가량 임무를 수행하면 복귀해야 한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4세대 전투기 Su(수호이)-27SK를 운용하고 있다. Su-27SK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또 Su-27을 중국 내에서 생산한 J-11도 만만찮은 기종이다. Su-27은 MIG-29와 마찬가지로 F-15의 경쟁 기종이다. 러시아는 Su-27을 개량한 4.5세대 Su-35도 개발했다. 미 공군이 스텔스 5세대 전투기인 F-22를 개발한 것도 이런 Su-27의 개량형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