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한일 전쟁이다.
우리는 한반도가 침략당하면 주변 강대국들이 개때처럼 달려들어 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다. 러시아,중국,북한이 남한을 침략하거나, 미국,일본,남한이 북한을 침략한다면 맞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본이 남한을 침략하거나 중국이 북한을 침략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간의 분쟁”일 뿐이다. 우리가 아는 “민감한 한반도 문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러시아나 중국으로서는 세계 최강 미국보다는 그보다 약한 일본이 남한에 주둔하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유리하다. 즉, 세계 최강 미국이 남한에 50년간이나 주둔할 때도 없던 “전략적 위험”이, 일본이 남한에 주둔한다고 발생할리 만무한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침략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백만명의 중국군이 휴전선 근처에 집결한다고 해도 미국이 북한이나 중국을 먼저 공격할 수 없다. 중국이 휴전선을 밀고 내려와 남한의 영토에 발을 들여 놓아야 그때 비로소 미국이 참전할 수 있는 것이지, 백만명의 중국군이 휴전선에 집결한 사실만으로 먼저 전쟁을 할 수 없다. 또한, 지난 50년간 러시아군이 북한에 주둔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러시아군이 물러나고 중국군이 그자리를 차지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에게 큰일이 나는 사건인가? 일본과 미국에게는, 북한에서 러시아군에서 중국군으로 바뀌는 "교체 행위"가 좌시하지 못할만한 것인가?
또한, 한일전쟁은 중국,러시아에게는 전쟁특수를 가져온다. (일본은 한국전의 전쟁특수로 오늘날의 기반을 마련했다.)
* 일본은 1948년 부터 3여년간 무역수지 적자가 11억 달러에 달했으나 한국전쟁 동안 벌어들인 외화는 29억달러에 달했다.
50년 경제성장율은 10.9% 였고 51년에는 13%를 기록했다. 51년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9억 4천만 달러에 이르렀고 미국은 대일원조를 중단했다.
휴전 후 1960년에 이르기 까지 미군의 군수품 발주로 인해 일본은 매년 5~6억달러의 수입을 거두었다.
미국의 연간 군사예산은 50년 150억달러에서 53년에 500억달러로 증가하였으며 한국전쟁에 필요한 거의 모든 군수품 물자는 한국과 거리가 제일 가까우며 운송이 쉬운 일본에서 조달했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의 확장을 막을만한 세력이라는 논리는 이미 빛이 바랬다. 그 논리가 맞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남한보다는 수십배 가치가 있는, 석유의 보고, 이라크에서 미국의 확장을 막았어야 했다.
또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으로는 우리의 경제 규모가 있다. 간단히 세계경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경제규모가 상당하므로 우리가 망하면 세계경제가 어려워진다는 논리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경제에 수출 2500억불 수입 2000억불 정도를 기여하는 나라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수출이 중요하겠지만 공급과잉의 세계에서는 어떤 나라의 수출은 다른 나라에게는 눈에 가시다. 수입 측면을 보면, 한국이 수입하는 물건의 대부분은 원자재이거나 중간재들이다. 즉, 한국이 수입하는 물건은 한국에서 가공하여 수출하려고 수입하는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이 망하면 그만큼 다른 나라들이 한국이 수입했던 양만큼 더 수입하고 생산한다. 공급과잉의 세계에서는 쉬고 있는 공장라인이 많다. 삼성전자가 망하면 쏘니와 모토로라의 쉬고있던 생산라인이 돌아간다. 이제 남은 것은 순수하게 한국이 소비하는 부분, 먹고 쓰는 최종 소비재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13억 중국인이 한끼만 굶으면 한국이 일년치 소비하는 물량을 더 소비할 수 있다.
한국이 제거됨으로써 발생하는 세계경제의 수요창출의 효과는 그러한 한국의 순수입량을 상쇄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