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교도대 이야기

건데기만세 작성일 11.07.20 1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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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음슴체를 사용했음을 이해바랍니다.

경비교도대에 관한것이 하도 없어서 그냥 짓껄여 봤습니다.

스압 주의 바랍니다.

 

- 1장 훈련소에서-

나는 2002년 3월 논산훈련소에 입소 하였으며,

남들과 같이 군사훈련 6주를 받았음.

4주차였던가 암튼 그 때 특기병과를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만큼 똥줄이 탔던적도 없는 듯함.

나는 "섬유공학과" 출신이라,

특기를 "병참"을 받았고,

누군가 얘기하기를 "병참"은 보급병이나 군화수선이나 할 것이라고

되도 않는 헛소리를 귀에 불어 넣어주었기에

일년에 여덟번 모시던 조상님을 향해 큰절을 삼천배 올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음.

 

그런데...

그런데...

 

6주차 훈련이 끝나고,

6주간 동고동락 했던 피를 나눈 동기들은 기차를 타고 육군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팔려갈 것이라고

중대 기간병이 방송하는데,

지금 부르는 사람은

A급 보급품을 들고 나오라는 것임. 빤쓰까지..

뭔가 불길했지만,

내 이름은 없겠지 하고 있어도 별거 아니겠지 하고

방송을 차분히 듣고 있었음.

다행이 이름이 다 불리고 내 이름은 없었음.

너무 궁금해서 왜 그러냐

했더니 이 사람들은 다른 부대로 차출된다고 함.

속으로 좋은 곳은 아니겠군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한명 누락됐으며 내이름을 부르며 다 가져 나오라고 추가 방송함;;;;

다음날 동기들은 다 팔려감.

눈물이 다남.

그러나 이름 불리운 30명은 훈련소에 남아

풀도 뽑고 총도 닦고 기간병과 아저씨 하며 담배도 얻어피우고 그러고 지냈음.

3일동안 그렇게 지내다보니

점점 똥줄이 타기 시작함.

전경이냐고 물으니 모른데

의경이냐고 물으니 진짜모른데

설마 새우잡이 배타냐고 하니까 가서 총이나 닦으래

그리고 4일째 였던가

더블백까지 뺏겻던 우리들에게 국방부 쇼핑백을 던져주면서 짐 담으라고 하고,

우리 대대 30명과,

옆 대대 뒷 대대 총 200명은 영문도 모른채

국방생 쇼핑백을 한손에 들고 연병장에서 각잡고 서 있었음.

멀리서 버스가 한대옴.

이름도 기억남 "개마관광"

저건 뭐시냐..

도대체 우리를 어찌할 셈이냐..

버스 다섯대 정도가 연병장 근처에 서고

거기서 왠 회색군복 입은 배불뚝이 중년 아저씨가 내렸음.

"너희들은 이 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간다"

우리 개념없는 훈련병들은

도대체 수원으로 왜 가는건지도 모르고 버스를 탔고,

두시간여 달려 내린곳은...

"법무 연수원"

헐;;;;

헐;;;;

우리가 변호사도 아닌데 여긴 왜왔나.....

 

-2장 법무연수원 -

 

버스에서 웅성거리면서 지지부진 내리니,

기간병이 조용조용하게 얘기함.

"웰컴투 헬, 닥치고 줄"

줄서라는 소리 같았고 굉장히 위압적이였음.

어쨌든 우리 무개념 훈련병들은 어영부영 줄을 섰고,

아까 그 중년 어르신 들이

"군기가 빠졌구만" 이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메가폰에다가 지껄이시더니

대가리를 박으래....

우리 00군번이 훈련소부터 가혹행위 근절기간에 걸려

나름 편하게 훈련소 생활 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박으라니.. 그것도 대가리를... 그것도 세멘 바닥에.....

암튼 박았더니 앞에서부터 워커발로 하나둘씩 툭툭 차서 자빠트리는거임.

여기서부터 애들이 쫄기 시작...

그 때 중년 어르신 교관의 정체가 드러났음.

그들은 7급 공무원이고, 현역 훈련 교관이였으며

우리들은...

"경비 교도대"로 끌려온 것임.

국방부에서 법무부로 왔기 때문에

국방부 보급품은 다 반납한 것이였음.

"경비교도대"

그건 도대체 무엇이며 뭘 하는 것일까..

난 몹시 불안했음.

경비 서는데 왜 군인을 쓰는 걸까

국방부도 아닌데 전방에서 경비를 서라는 것일가

별 희한 잡생각이 옆머리를 치고 지나갈 무렵

훈련병 사이를 헤집는 기간병이 

킥킥 거리면서 한마디 했음.

니들은 전부 "교도소" 간다고.

캬.. 그쉐키 농담도.... 허허.... 엄마.... 아까 절한 조상님.... 이게 어찌된건가요.....

 간단한 보급품을 받고잔뜩 쫄아 있었음.

훈련소 처음 들어갔을 때와 같이 뭐든지 다 신기하고,

훈련소보다 환경이 좋았기에 그래도 괜찮았던 걸로 기억함.

약 2주간 실전교육 뭐 이런저런 교육을 받으면서

간략하게 얼차려도 받았지만,

훈련소보다 강압적인 것도 없고,

집에 전화도 시켜주었기에

나름 버틸만했음.

변호사 법조계 인사들과 같이 연수를 받는지라,

하얀 식판에 고기반찬 나오는데

사실 버틸만한 것 보다

더 좋았음.

그리고 약 2주간 교육이 끝나고 마지막날,

약간씩 지랄맞던 기간병들과의 간담회가 있었음.

기간병들은 각 교도소에서 근무하다 온 일반 사병이며,

그 사람들에게 부대에서 생활하는 노하우를 전수받으라고함.

우리 분대에 배정받은 기간병은 "수교(병장)"

평소 참 유하던 사람이였음.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다리던 우리 곁에

그 찬란한 짝대기 네개의 수교는

아주 오만한 걸음으로 서서 첫 마디를 열었음.

"일단 여기는 천국이다 니들도 알지?"

그래 인정했음.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음.

"하지만..."

자소(자대)의 생활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함.

일단 국방부 법이 닿지 않는다고 함.

국방부에서 가혹, 구타 이런거 공문 떨어지면

실행되는데 2년은 넘게 걸리다고 ㅋㅋㅋㅋㅋ

니들 죽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21세기가 지난지 얼마 안된 그 시점(2000년 3월)에 설마 사람을 때리겠냐고

자위를 하며 뻥치지말라고 훈련병 주제에 수교와 농담따먹기를 하려고 했는데,

정말 걱정되는 말투로

니들 이제 어떡하녜,

근데 사람을 잘 안죽으니까 잘 버티래 ㅎㅎ

온갖 말도 안돼는 말로

자소 가면 일주일 동안 죽기 전까지 맞을 것이며,

눈뜨면 맞고

눈감아도 맞고

밥먹다가 맞고

맞고 맞고 맞고....

안믿었어.

그날 저녁 눈 감고 잠 드는데,

진짜 안믿었기 때문에 잘 잤어.

근데 조금은 불안은 했어.

집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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