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교도대이야기 13부 -1

건데기만세 작성일 13.04.05 16: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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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교도대의 근무 특성상 영창이란 곳은 굉장히 가깝게 있어.

그만큼 일반적인 군부대보다 영창행 결정이 속결로 이뤄지지.

일단 영창행이 결정되면,

머리는 파랗게 밀고,

자진할 위험요소인 운동화끈과 요대 등은 모두 회수한 상태에서

자기가 누울 수 있는 모포 한 장과 매트리스 한 개를 들고

소 내에 마련된 약 서너평 감방으로 인계되어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어.

 

첫 번째 영창이야기는 내가 일교를 막 달았을 때였어.

교도소내에 엄금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담배”야.

이 담배라는 것은 소 내에 들어갈 때에도 엄금하는 지라,

막사내 근무 대기자 장소인 중대본부 앞에 따로 보관하라고 보관함이 있을 정도이며,

교도소의 내정문(교도소를 들어가는 최종입구)에서도

항시 검문하여, 적발시 상당한 불이익을 줄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기 때문에 경비교도대원들에게 지겨울 만큼 조심하라고 인지하고 또 인지시켰어.

막사 고참 중에 첫인상이 참 착한 고참이 있었어.

말수도 그리 많지 않고 톤이 낮아 차가워 보이지만

막상 같이 몇 마디 나눠보면 따뜻한 사람이였고,

결정적으로 아래 대원들에게 일말의 물리적 구타도 하지 않는 착한 고참 이였지.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가 그 고참의 표정이 어두워져 있더라고.

집에 우환이 있나 싶기도 했지만, 감히 짬밥 차이가 일년이나 나는 대고참에게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묻기도 뭐 하더라고.

입술에 핏기가 하나도 없고, 피곤할 때 생기는 포진 같은 것을 입술에 달고 사는 모습이,

굉장히 큰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어.

가을 즈음 이였을 거야.

날씨도 굉장히 청명하여 오늘도 훈련은 피할 수 없겠구나 낙심하며,

감시대에서 막사를 내려다 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어.

그런데 막사에서 방송이 흘러나오고,

전 대원이 연병장에 집합을 하더라고.

훈련 집합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절도 있는 집합이였고,

훈련복도 아닌 관복을 입고 모인 것이 훈련을 위한 집합은 아닌 듯 싶었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방송 내용도,

연병장에 집합한 대원들에게 침튀기며 열변하는 중대장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지만,

연병장 임의 집합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막사 내에 뭔가 큰일이 났으며,

훈련까지 생략하는 것으로 보아

쉽게 흘리기에는 굉장히 무거운 일임이 확실했어.

두시간 근무를 마치고

근무 교대하여 막사에 올라가보니 그 큰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어.

그 따뜻한 고참이,

막사에서 수용자에게 담배를 팔다가 적발 되었다는 거야.

그럴 사람이 아닌데...

집이 어려운 사람도 아니고,

뒷구멍에서 그런 어마어마한 짓을 할만큼 담이 큰 인물도, 어두운 인물도 아니야.

왜 그랬을까..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랬을까...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단돈 십원일지라도, 금전이 옮겨 갔다는 것은,

철없는 어린 대원이 실수로 했다고 둘러대기에는

너무 큰 범법의 범주에 있었기 때문에,

그 대원을 보호해주기에는 막사 내 소대장들도 불가항력 이였겠지.

중대본부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고개를 다리 사이에 박은채 뒤통수를 결재판으로 연신 두드려 맞는 고참이 보였어.

언제 머리는 스님처럼 박박 밀었는지,

끈도 없는 활동화를 신고 촥촥 소리나며 뒤통수를 맞는 고참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지더라.

정말 좋은 고참인데... 말수도 그리 많지 않고,

마음이 약해서 아래대원에게 모진 말도 잘 못하는,

아니 모질게 맞고 있는 하급대원을

자기가 욕먹을 각오까지 해가면서 몰래 이끌어주던 착한 고참인데,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어.

그날 저녁,

감시대에서 관찰하던 막사에서

그 고참은 모포를 옆구리에 끼고,

매트리스를 들고 인솔하는 하급 대원과 소대장을 앞세우며

대역죄인의 자세로 털래털래 영창에 입방했어.

그리고 저녁 교육실에 집합해서 그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듣게 되었는데,

그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1. 수용자 중 한명이 자신의 아버지가 위독하시나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너무 애통하다고 고참에게 하소연함.

2. 고참은 그 이야기를 듣고 병상에 계신 아버지가 생각나서 동정하기 시작함.

3. 수용자가 자꾸 죽고 싶다고 밑밥을 고참에게 뿌림.

4. 만류하며 위로하는 고참에게 담배 한 대 피고 싶다고 넌지시 흘림.

5. 고참은 몇날 몇일을 고민하다 몰래 담배를 한 대 피게 해줌.

6. “너 나한테 담배 줬지?”담배핀 수용자 돌변.

7. 고자질 하겠다며 고참 계속 협박하였고, 어린 고참은 담배 계속적으로 제공.

8. 수용자 친구가 면회와서 고참에게 고맙다며 금전 건냄.

9. 고참은 마다하였으나, 수용자 친구가 같은 이유로 고참을 협박. 결국 돈 수령.

10. 7~9항 계속 반복.

11. 접견실에서 수용자 친구와 수용자가 면회하던 중 교도관에게 적발.

 

그곳에 있는 수용자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말라는 말이.

그들을 개돼지 짐승으로 대하라는 것이 아닌,

전과 5범 이상의 잡범이니 조심하라는 뜻인 것을 잠시 망각한

인정 많은 고참의 실수였어.

영창에서 철문을 보고 정자세로 앉아서

하루에 반성문을 15장씩 빼곡이 써내려가는 고참에게,

잠시 땜빵으로 기동대 근무를 빌미로,

점심배급을 들어갔어.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사람인 줄은 알았기에,

나를 보고 사람 좋은 웃음 흘려주는 고참이 많이 안타까웠어.

15일 영창생활을 한 고참이 법의 심판을 받기위해,

우리 교도소 내의 미결수 방으로 옮겨지고,

막사의 대원들은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안그래도 빡시고 모질던 훈련을

군기라는 이유로 더 가혹해지고 더 모진 구타와 훈련을 공개적으로 받아가며,

그 고참을 온갖 저주와 욕설로 원망했지만

그래도 그 고참의 심성을 아는 아래 대원들은

미결수 방에서 똥색 수의 입은 고참이 털래털래 운동하는 것을 지켜 볼때면,

“힘내지 말입니다”라고 다른 고참 몰래 위로해주곤 했어.

 

(그 고참은 6개월간 미결수 동에서 지내다가 죄를 용서받고 타 소에 전출되어 무사히

전역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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