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교도대 이야기 11편

건데기만세 작성일 12.07.06 15: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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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부에 이어서...
최근 쓴 글들을 보니  실제 군생활 내용을 너무 등하시 했네요.
5부까지가 이교 생활이였다고 하면, 이번엔 일교 생활입니다.

뜨거운 여름에 야간 감시대에 올라가 있다보면,
주벽(교도소를 둘러싼 콩크리트 하얀 벽)에 털이 난 것처럼 보여.
서치라이트가 비추고 있는 그 주벽을 자세히 뜯어보면
모기놈들이 털처럼 다닥다닥 붙어있거든.
날은 덥고,
모기는 많은데다가,
야간에 주벽을 비추는 서치라이트는,
사우론의 눈처럼 무시무시하게 밝고 뜨거워서,
밤벌레들에게는 태양과 같은 생활의 터전이였지.
이교때부터 겁나게 빠진 본부분대 놈들이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막사 복도를 한번도 걸어다녀 본적이 없고,
어리바리 대긴 했어도,
성격 좋다는 말을 친한 고참들 사이에서 들어올 만큼,
이 악물고 군생활을 버텨내고 있었어.
나는 자동차에 앉아서 잠을 못자.
잠자리를 많이 가리기 때문이야.
근데 주변 동기들이나 고참들, 밑에 놈들 보면
감시대에서 꾸벅 꾸벅 잘 졸더라고.
그것도 서있는데 말이야.
난 졸지도 못하고,
잠도 많지 않아서 졸음 때문에 근무에 지적당한적도 한번도 없었어.
감시대는 사각형으로 생긴 교도소 모서리 마다 한 개씩 총 네 개가 있어.
어찌보면 관제탑 같이 생기기도 했고,
어찌보면 등대처럼 생기기도 했어.
각 감시대에서 근무하는 대원들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는데,
뭐 특별한 것은 아니고,
소대장 순시 및 고참, 교도소 주요 인물들의 출현을
막사와 고참들에게 가장 빠르게 하달하는 역할을 해.
물론 주임무는 가장 높은 곳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 것이겠지만.
그런데 그날밤 4개의 감시대 중에서 가장 짬밥이 안되는 이교 말호봉이
대형사고를 치고 만거야.
하필 그날 중대장이 순시를 나왔는데,
신기하게 털처럼 붙어있는 그 모기들과 갖가지 잡벌레를 구경하느라,
중대장이 지나가는 것을 못봤어
뚫려 버린거야.
중대장은 당직 근무 없이 정확하게 6시면 퇴근을 했는데,
교도소 근처에서 술먹고 심심해서 막사에 순시를 한번 와본거야.
중대장은,
유유히 정문에서부터 4감시대를 돌아 3감시대를 거치고
막사로 아주 쉽게
그리고 느닺 없이 중대본부로 닥치게 됐고,
중대본부에서 스타크레프트를 하던 말년 분대장과,
담배를 뽀끔대며 성인사이트를 훈시하던 소대장은 무방비 상태로 중대장에게 노출이 됐지.
중대장이 그렇게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중대본부에 있던 당직 대원과 소대장이 세상모르고 자고 있거나,
심한 매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사람 좋은 웃음 짓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감시대 근무를 서는 짬도 안되는 하찮은 막내급 놈 때문에
발가벗겨진 것 같은 치욕을 느낀 중대본부는 말 그대로 초 비상이 났어.
소대장이야 그냥 공무원이니까 그냥 핀잔만 줬겠지.
하지만, 분대장은 대원이야.
중대장 순시를 뚫린 감시대에 곧장 인터폰을 쳐서
“내일 점호 끝나고 찾아와라”
라고 했어.
찾아와라...
우리 부대에서 가장 무서운 말이야.
일단 막내급이니까,
윗고참에게 말할테고,
윗고참은 일교 선임에게,
일교 선임은 상교 선임에게...
줄빳다 줄빳다...
막내는 네 번에 걸쳐서 짖이겨져야 하고,
윗고참 부터는 잘못도 없이 단계단계로 잘근잘근 씹히는거야.
그리고 마지막 상교선임에게 푸닥거리를 당하면
줄줄이 서서 분대장에게 가게 되고,
분대장은 왠만하면 밑에 대원들에게 손을 대지 않아.
대체로 썰어버린다. 뜯어버린다 등등 위협적인 말 몇마디하고 끝내지.
직접 손대면 천하에 몹쓸,
육군말로는 곱창.
경교대말로는 좁밥이 되어버리거든.

다음날 아침,
그 사고의 근원지 막내놈부터
차근차근 위에서 말한 단계를 타고 올라가 상교선임까지 줄빳다를 끝냈어.
근데 그 시간에 감시대 근무를 섰던 나머지 세명의 대원까지 전부 호출을 한거야.
그 대원을 제외하고는 그 중대장을 볼 수 없거든.
군대니까,
연대책임이니까 덩달아 억울한 세명도 그 폭풍속으로 끌려들어간거지.
막 상교선임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시범케이스로 신나게 줘 터진 것 같아.
난 그냥 죄가 없다는 것만으로 자위를 해대며,
‘군대니까 맞는거다’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렇게 떼로 몰려서 그 분대장을 찾아갔어.
그 분대장..
팔다리가 매우 길고,
얼굴은 호남형이며,
말발도 무지 쎘지만,
의외로 굉장히 남자다워서
작은 일은 그냥 무시하는 그런 타입이야.
고참들 말로는 예전에는 좁밥도 그런 상좁밥이 없었다는데,
병장 달고 나서는 사람이 변해서,
그냥 호탕하게 웃고 하급대원들 그냥 잔챙이로 여기며 지일만 조용히 하는 사람이 됐다는데,
그날..
우리가 끌려갔던 그날..
이양반이 대폭팔을 한거야.
감시대 뚫린 그놈도 그놈이지만,
하필,
우리를 인솔한 상교 선임이
분대장이 눈 밖에 난 사람이였던 것 같아.
우리를 보자마자 전부 박으라고 소리 지르더니,
한 대씩 발로 차버릴 기세로
육두문자 진득한 상욕을 퍼붓고,
근무 나갈 시간되니까 나중에 보자면서 철수를 시켰어.
오전 근무 내내 가시방석 이였어.
막사는 아주 산산조각이 났지.
분개한 상교 선임들이 이때다 싶어 근무 마치자마자 각 기수별로 집합을 시키고,
집합된 기수는 샌드백이 되어 털리고 또 털렸지.
막사에 피바람이 분거야.
하루종일 피투성이 이발실은 대원들이 멀쩡하게 들어가 비틀대며 나왔고,
수교들은 입에다가 군생활 편해서 그렇다고 노래를 하고 있었어.
그 기분을 예를 들자면,
어렸을 적 사고를 쳤는데,
전날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가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면서
“있다가 저녁때 들어와서 보자”
라고 한마디 뱉고간 그 말에
하루종일 혼이 나가서 두려움에 떨던 그 기분.
무지막지한 아버지의 매질이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에,
차라리 집을 나가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그 무자비한 기분...
낮 근무내내 수교 이하 대원들은 모두 같은 기분이였을꺼야.
그 누구도 웃는 모습을 못봤으니까.
오후 돼서 처량하게 장대비가 내리치는데,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훈련을 안하니까,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훈련이라도 하게되면,
그날은 온몸의 잔근육이 만갈래로 찢어지는 날이야.
그리고 푸닥거리로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지도 모를 일이고...

그 무서운 분위기 속에,
평소보다 더 쓸고 닦으며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어.
점호 한시간전,
문득 들려오는 방송...
“막사내 수교들은 휴게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이교 말호봉 때,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그 때,
막사 생활이 나름 익숙해지고,
고참들의 특성도 서서히 이해해가던 그때,
그날 밤도 똑같은 방송이 나온 적이 있었어.
이른바“수교회의”라고 불러지는 그 수교들의 회의는,
막사에 중대한 사항이 있을 때 한번씩 열리게 되는데,
주로 상교 선임들을 수교로 대우해 주는 상교 열외에 관한 것이라든지,
혹은 지랄 맞은 소대장으로 인해 억울한 처우가 있는데,
막사 전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던지,
아니면,
막사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 하다던지 할 때 열리게 되는데,
이교 말호봉 그때,
수교 회의가 열렸고,
그날 밤 이른바 “폭탄”이라고 불리는,
하급대원들에게 손을 대지 않는 막사의 수장들이
계급별로 내무반에 모아놓고
신나게 두드려 패는 그 폭탄이 터진날이야.
이교,일교,상교가 몇 대 때리는 것이랑은 차원이 달라.
보통은 길어야 10분동안 요기조기 얻어 터지는 일반 푸닥거리와 다르게,
맘먹고 집합시켜 약 한시간동안 굴리고 조지고 터뜨리는 그 폭탄은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폭탄을 맞았던지라,
그냥 죽겠구나 싶었거든.

근데,
그날 수교회의가 열린거야.
일교 5호봉쯤 된거 같아.
이제 알만한거 다 아니까,
수교회의 내내 다리가 덜덜 떨리기 시작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교들은 분위기도 모른채
걸레며 마대며 들고 여기저기 청소하고 있었고,
일교들은 청소고 뭐고
막사 주변에서 줄담배를 피워대며
하나같이 이제 죽었구나 하는 표정들을 짓고 있었어.
나는 운이 좋아서,
약 10개월 동안 세 번의 폭탄 중에 두 번을 피했는데,
이번엔 도망갈 근무도 없고,
이 폭탄의 근원지에 연루되어 있기까지 해서
그 공포에 다리에 힘을 풀어버릴 정도였어.
아직 모르잖아.
수교들이 왜 수교회의를 하는지 아직 모르잖아.
분명 아닐꺼야 아닐꺼야..
세뇌를 해봐도 공포에 쩔어버린 뇌는 그 긍정을 받아들이지 못했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점호 시간이 왔지.
전날 근무태만을 지적해대던 소대장이 지나가고
내무반장이 각 내무반을 돌고 있었지.
평소보다 과장되게 각을 잡고 내무반장을 기다리는데,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공포에 머리가 하얗게 질려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공포의 대기시간...
내 긍정적인 생각은 늘 빚나갔었어.
그날처럼...
재수없게 까마귀가 감시대 위에 앉더라니...
“이교는 3내무반, 일교는 2내무반, 상교는 1내무반으로 집합!!”
복도에서 들리는 그 소리.
그리고 그 말에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튀어올라 뿔뿔이 흩어지는 내무반 대원들의 표정엔,
노르망디에 상륙하던 그 미해병대 같은 비장함이 보였어.
죽지 말고 살아서 만나자...

11부 마칩니다.
12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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