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교도대 이야기 2편

건데기만세 작성일 11.07.22 18: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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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배치-

"자대배치"와 같은 말이야

법무연수원에서 마지막 밤이 지나고,

아침일찍 친히 훈련병들을 모시러 자소에서 버스가 왔어

각 교도소는 관할 청이 있고(대전청, 서울청, 부산청 등등)

본인은 대전청 소속의 00교도소로 배정받았어.

혹시나 해서 교도소 이름은 밝히지 않겠어.

어쨌거나,

우리는 닭장차를 타고 어디론가 또 끌려갔어

당시 우리버스에는 약 20명 정도 탄걸로 기억해.

처음에 대전교도소에서 몇명이 내리고

또 청주였던가;;;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암튼 거기서 버스를 갈아탔어.

20인승 콤비에 9명의 동기들과 버스를 탔는데.....

자소 소속 찬란한 행정 수교가 인솔했어.

잘생겼어.

성격도 좋아보였어.

버스에 타자마자 창밖을 보면서 사색에 잠기고,

걱정과 근심을 마음에 가득 채운채 자소로 향해 달리는데

그 잘생기고 성격 좋아보이던 수교께서 드디어 입을 열었지.

"너희는 이제부터 세마디만 할 수 있다"

응;;;;;????

우리가 무슨 동네 강아지도 아니고,

하물며 돌고래도 80가지가 넘은 언어를 구사한다고 알고 잇는데,

3가지???

3가지??

"네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아닙니다"

요 세가지야.

근데 희한한게 요 세가지 언어만 있어도 모든말이 가능한거야.

우리는 그냥 진지하게 듣기만 했어.

높고 높으신,

신과 맞담배 피신다는 수교의 면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말이야.

근데 수교님께서

"니들은 이제부터 나를 쳐다볼 수 없다 니들이 볼수 있는것은 천장과 벽이 연결된 모서리 뿐이다"

강력했어.

뭔가 이상했어.

우리는 법무연수원에서 이야기 하던 그 "구타"라는 것을 번뜩 떠올리고

신속하게 하라는 데로 했지.

"모서리 뚫어"

이 단어가 그렇게 무서운 말인지 몰랐어.

그러다 친구의 앞주머니에서 훈련소때 쓰던 펜 하나가 정말 우연찮게 또르르 굴러 떨어진거야.

자동차 엔진소리만 들리던 버스안에서 그 소리는 마치 쇳덩이가 철판위에 떨어지는 소리처럼 크게 들렸고,

우리는 동시에 그놈을 쳐다봤지.

"모서리 뚫어"

다시 한마디 들렸어.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인자하신 고참이야

모서리만 쳐다보라는 경고를 한번더 주신거지.

근데 한놈이 그 볼펜을 줍는다고 고개를 숙여서 펜을 집은거야.

순식간에 눈앞에서 수교님이 사라지고

'퍽,푹,엏,엉긍억크억어어`~~`;;;;'

우리의 공포는 시작되었어.

워카발이 동기의 머리에 꼿히는걸 보았을 때,

우리가 가는 곳은 정말 군대가 맞는걸까.

혹시 삼청교육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햇어

어쨌든 그 이후 두명의 동기가 정리(?)되고

여차여차 자소에 도착했지

 

-자소에서-

어느 부대와 같이 우리는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자소에 도착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나에게 정말 흥미로운 일이였어.

입구부터 열열하게 환영해주는 고참들이 죽을 정도로 고마웠지.

참고로,

교도소는 외벽과 내벽이 있어.

외벽은 지오피 같이 철조망으로 교도소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벽을 의미하고,

내벽은 콘크리트 벽으로 수용자들이 살고있는 공간을 막고 있는 벽을 의미해.

우리는 외벽의 문인 외정문에 내려졌고,

그곳에서 헌병대 복장을 하고 위병을 서는 고참들을 만났지.

얼마나 환영이 열렬하던지,

쳐다보면 존재자체를 없애버릴 듯한 폭언으로 우리를 환영해 줬고,

"쌔거(새것의 부름말)"

라고 누차 반복했어.

그래 우리는 쌔거 였어. 헌것이 아닌 쌔거.

각종 보급품을 쇼핑백에 한가득 싫고

전역할 고참들의 개구리복을 직접 몸에 걸치고

오신 쌔거.

유사단어로는 보급품이라고도 해.

첨에 들었을 때 쌔거가 뭔지.

왜 쌔거라고 하는지 몰랐어.

마냥 무섭기만 했거든.

사람눈이 많아서 인지 발기발기 찢어 죽여버릴 듯한 지하세계 언어를 내뱉으면서도,

때리지는 않는 것이 고맙기만 했어.

훈련소 큰걸음.

알만한 사람은 알꺼야.

9명이 2열로 쭉 서서

큰걸음으로 막사까지 군가를 부르면서 올라가는데

멀리 막사가 보이기 시작했어.

연병장에 올라서 막사가 전부 보일 때 쯤,

파리처럼 막사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를 맞아주는 고참들을 봤을 때 괜히 겁먹었구나 싶었어.

이렇게 지극히 맞아 주는데

이렇게 좋아들 해 주시는데

나만 잘하면 왜 나를 갈구겠나

여기는 그렇게 어려운곳이 아니겠구나.

연수원 수교는 지상 최대의 뻥쟁이 였구나.

가소로운 세키 ㅋㅋㅋㅋㅋㅋㅋ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고

입가 잔잔한 미소도 흘렀지.

ㅎㅎㅎㅎㅎㅎ

;;;;;;

미소를 흘린것이 추후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줄은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어.

아무튼,

막사 앞에서 짝대기가 한개 또는 두개인 사람 여럿이서 우리의 쇼핑백을 탈환키 위해 달려들었어.

아 앞에서 설명 안했는데,

인솔수교가 우리에게

"절대 짐은 뺏기지 마라"

라고 햇었는데,

그걸 우리에게서 뺏어가려고 달려드는거야.

어쩔까..

도대체 어떻해야 하는걸까...

그냥 달려들어서 가져가려는게 아니더라고.

쌍욕을 해대며 발 아래는 조인트를 춘리의 그 발차기처럼 다다다닥 날리면서

내놔내놔하고 뺏기 시작하는데,

얼떨결에 맞는게 싫어서 나는 그냥 줬어. 공손하게 두손으로;;;;

하지만 동기들은 그 백이 터질 때 까지 사수하려다.

결국 터져서

속옷이며, 꿍쳐왔던 담배며, 편지지며 암튼 이것저것 바닥에 퍼져버리고 아수라장이 되었지.

그걸 보며 창틀에 매달려 우리를 보던 고참들은 웃기다며 뒤로 넘어가고...

결국은 빈손으로 중대본부에 들어가고,

중대본부에 들어와서는

부대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쇼파에 아홉명이서 조르르 앉아 있었어.

너무 긴장됐어.

중대본부에 있던 행정병들은 신병이 왔는데

눈길한번 안주고,

무슨 취조 하듯이

군번 부르면 군번 대고,

이름 부르면 이름대고

뭐 이런식으로 대답만 하고 있었지.

가슴은 콩딱 거리지

밖에선 신병이 빠져서 짐을 다 뺏겼다느니

신병이 미쳐서 쳐 웃는다느니...

쳐 웃는다니..??

쳐 웃었다고???

자세히 들어보니

내얘길 하더라고.

키가 두번째로 크고

얼굴 길고

안경쓴 X나 빠진 그 쌔거

그세키 그냥 주던데??

막 이러면서 밖에서 내얘길 하고 있는거야

그세끼 좋다고 웃던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어나서 아무것도 안하고 식은 땀 그렇게 흘린건 처음일꺼야...

날씨는 분명 덥지 않은 5월의 어느날이였던거 같은데

내 국방생 브레이브맨은 점점 땀에 쩔어가기 시작했지

 

한시간 정도 취조하다가

전입신고를 하고,

인자해보이시고, 인자하시기까지한

중년의 소대장(7급공무원)님의 인솔에 따라

막사 복도를 따라 올라가

소대장 침실에 들어가 섰어.

우리는 모든게 신기해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아 이곳도 사람이 사는구나.

굉장히 바뻐 보이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굉장히 건강해 보이는 짧은 머리 군인 아저씨들이

무엇인가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생각하며

열심히 막사생활을 눈에 담고 있었고,

우리와 눈이 마주치는 고참의 얼굴을 볼때마다

무지막지한 살기가 느껴저서

눈길을 피하기도 했어.

근데 우리는 까먹고 있었던거야.

고참과 눈을 마주치면 안돼

아까 인솔수교가 강조 했잖아.

"모서리 뚫어"

이말을 모두가 까마득히 까먹고 있었던거야.

중년의 소대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우리 모두 잠시 정신을 놓았었지

그리고 그 댓가는 아주 금방 찾아왔지.

 

-막사 1일차-

소대장침실에서

동기들과 소근소근 대며 얘기하고 있었어.

동기 중 한명이 다리를 걷어 올렸는데

온통 쓸린 자국이야

아까 조인트를 막 쳤다고 했잖아.

서로 소근대며 킥킥 대기도 하고

걱정하며 한숨도 쉬고 있는데

유독 동기 하나만 말이 없는거야.

눈이 좀 처지고 눈빛이 흐리멍텅한 친구 였는데

표정이 너무 심각했어.

우리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천천히 입을 땠어

이 친구가 아까 동기들 중 가장 뒤에서 쫓아왔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조용히 얘기하더래

한시간뒤에 소대장침실에서 보자라고

덜컥 겁이나는거야.

밀폐된 공간이지만

누구도 우리를 방해 하지 않는다면 꽤나 편해보이기도 했거든.

근데 여기에 누군가 들어온다면,

그것은 마치 암토끼만 있는 우리안에

혈기 왕성한 숫토끼 한마리를 넣어두는 것과 같았어.

그것도 비아그라 한박스를 먹이고...

우리는 초긴장 상태였어.

초긴장이란 단어가 당시 나의 심정을 이해 시켜줄 수는 없지만,

서있을 힘도 없을 정도로

다리에 힘이 풀릴정도였으니까.

한시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문이 덜컥 열렸어.

어떻게 앉아있는지도 몰라서

그냥 아빠다리에 각만 잡고 있었어.

휴....

다행이도 들어온건 소대장이야.

소대장.

눈물이 다 나려고 해.

ㅎㅎㅎㅎㅎ

ㅎ;;;

ㅎ?????

뒤에 고참 두명이 따라 들어와.

한명은 유해진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였고,

한명은 슬램덩크에서 끝에 북산하고 붙었던 공고의 센터랑 똑같이 생겼어.

저말 똑같이;;;;

소대장은 우리에게

이 분들이 앞으로의 군생활에 대해서 알려줄꺼래

그리고

우리들의 간절한 눈빛을 뒤로한채

숫토끼 두마리를 남기고 나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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