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군대에서 하루종일 근무와 고참의 한따까리에 시달리다,
정신 줄 놓고 침상에 누으면 들려오던 그 한마디.
난생 처음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시작하던 그 칙칙한 훈련소에서,
몸부림 쳐가며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
그 아련하고 뇌 주름마다 속속히 틀여박혀서 내 가슴을 설레게도 하고 시리게도 했던 그 단어...
돌아봐야 되는데,
날 부르는 그 친구를 보기위해 돌아봐야 하는데
돌아봐서 보고 싶었었다고 이야기 해줘야 되는데
등신같이 흘려대는 눈물이 세상 최고로 궁색해서 돌아볼 수가 없었어.
고개만 숙인채로 멈추지 않는 눈물하고 콧물만 닦고 있었는데,
내 시선에 체크무늬 단화가 들어왔어.
그녀가 내앞에 서 있는거야.
손등으로 내 눈물도 아닌 콧물을 닦아주면서...
"신발.. 쪽팔리네.. 잘있었지?"
입에서 스스로에게 한심한 욕지거리 흘리면서 말했어.
고개 끄덕거리며 내 청승에 합류하는 그녀..
콧물 닦아주는 그녀 손을 훔쳐서 씩씩하게 악수했어.
날 기다려주지 않은 그 원망,
널 안고싶다는 그 갈망,
정말 행복했으면 한다는 그 소망을 담은 악수.
기억에서 멋있게 남고 싶어서,
더이상 그녀 앞에 서 있는 것은
콧물 훌쩍거리는 초딩이 되어 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만 남을 것이라 여기고,
"나중에 시간되면 식사나 한끼 하자. 잘살아라"
하고 어색한 웃음 지어주며 손을 놓고 무단횡단으로 슈퍼를 향해 달렸지.
기숙사에 다시 돌아와서 옷을 챙겨 입었어.
학교에 더 있다가는 다시 마주칠까봐.
지지배,
휴학을 했는데 학교에 왜 나와.
왕따라면서 친구는 있는 모양이네.
혼자 피식거리기도 하면서, 샐쭉거리기도 하면서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
기숙사 형들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데,
백크형이 저녁에 그 친구의 남친이 된 형을 만나고 가래.
지금 학교안에 있다고,
만나서 똥이되든 꿀이되든 만나서 이야기 하고 가래.
만나서 뭐라그래..
형 행복하세요.
형 사고치셨네요.
형 잘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옷을 벗고 있는 나는 도대체 뭐지...
저녁이 되고,
형들 패거리가 다시 기숙사 방에 모였을 때쯤,
나는 그형 방으로 갔어.
아 이런 어색한 상황 정말 싫다.
방문을 노크하고 열었더니,
책상에 앉아서 무엇인가 열심히 적고 있는 형이 보였어.
까만 뿔테 안경에 마른 몸매.
그리고 아주 선하디 선한 그 웃음.
어색한 인사가 오갔어.
잘 있어냐, 군생활 할만하냐, 밥은 먹었냐...
그러던 중 형이 갑자기 컴퓨터에서 몇번 클릭질 하더니,
막 출시되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던 디아블로2를 실행시켜주더라고.
입대전에 디아블로1과 스타크레프트를 열심히 하던 내가 생각 났는지,
이번 2에서는 스케일도 커졌고 마법도 다양해 졌으며 그래픽도 좋아졌다고 ㅋㅋㅋ
이봐요 아저씨 지금 게임할 때가 아니잖아.. 근데 디게 잼있어 뵈네요.
정말 웃기는건,
그 자리에 앉아서 내가 그 게임을 집중해서 했다는거야.
이것저것 열심히 가르쳐 주는 그 형 옆에서,
오!아! 이러면서 겜을 하다보니 금방 새벽까지 시간이 왔더라고 ㅋㅋ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하고,
형 나 이제 갈께 하고 방으로 돌아와 버렸어.
어쩌면,
이게 맞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어차피 일은 터졌고,
사람을 뺏긴 나보다,
대형 사고를 친 형이 더 고통스러웠겠지.
그 여자친구 성격을 내가 잘 알고,
그 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독약을 들이키는 것과 같다는 것.
정작 자신 둘은 잘 못느끼지만,
둘 빼고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적이 되어 버린다는 것.
내가 굳이 다그치고 욕하고 되물어봤자,
형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겠어.
그 선하고 착한 형이라도 내 곁에 남겨두면,
간간히 그 여자친구 소식도 들을 수 있을 것이고,
그 주변 형들도 그 형을 이해하고 다시 전처럼 테두리 이루어서,
저녁에 술먹고 기숙사 담벼락에 오줌 휘어 갈기고,
밤에 음담과 패설을 하며 킥킥대기도하고,
서로서로 전공책 돌려봐가며,
대학시절 가장 친한 친구 혹은 형동생이 되어
서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그 모습 보며,
지금 내가 괴로워 하는 이 것은,
내가 낮에 했던 디아블로의 번외 퀘스트처럼,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고 잊혀 지겠지.
내가 지금은 마음이 많이 쓸쓸하고 힘들더라도,
22살 청년이니까,
전역하고 정말 정말 과거 따위 아무것도 없는 깔끔한 청년으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어.
보름의 휴가는 정말 빨리 지나갔고,
입고 나왔던 회색 군복 챙겨입고 다시 부대로 복귀했어.
복귀 전날밤 부대에서 전화가 왔더라고.
부대에서도 알고 있었거든.
여자친구 도망가 버린거.
복귀할꺼지? 지금 집 맞지?
집에 전화해놓고 별걸 다 물어보셔...
남은 군생활 18개월,
그냥 신나게 생활하자.
시간이 지나면,
나도 짝대기 네개 찬란 왕고가 되어,
침상에 가로누워 담배 뽀끔 펴대며,
막내들 웃기면서 살겠지.
좋은 고참으로 남아서,
더이상 사람 잃지 말고 그냥 그 여자친구를 몰랐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자.
시간은 정말 잘 가더라고,
죽을 듯한 폭동진압훈련과 순회 점검을 준비하며,
내 다리통은 헐크가 되어 갔고,
한대라도 안맞으면 잠이 안오던 그 공포의 시절을 지나,
짝대기 네개를 머리에 다는 순간,
이놈의 짝대기가 무거워서 머리가 잘 안들어졌어.
"막내야 이 모자 써볼텨?"
"아닙니다!"
"아니 한번 들어봐. 무거워서 들어지지가 않아"
생활잘하는 3개월차 막내놈은
내가 던진 모자 받아 들면서 팔이 빠지는 시늉을 했고,
정말로 거짓말 처럼 잊혀진 일년전 그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행복한 병장 생활로 잊혀 진다고 생각했어.
일년전이니까..
다 잊었으니까..
둘이 잘 살고 있다고 했고,
그 형도 졸업해서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고 했으니까.
조금 지나면 둘이 결혼한다고 청첩장 돌리겠고,
나도 그 청첩장 받을 수 있을까?
추위가 좀 이른감이 있지만,
11월 찬바람 맞으면서 초소 근무를 서고 있었어.
근무지 각 초소마다 연탄난로가 있어서 난로 옆에 쪼그려 앉아 은행열매 튀기고 있었지.
그러다 정말 문득 뜬금없게도 그 둘은 잘 지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내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그 착한 형 만이라도 연락해서 지내고 싶었지만
결국 두사람 모두 연락을 못하게 됐고,
정말 두사람 언제쯤 결혼하는지..
애기는 낳았는지 궁금해 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차피 애기를 낳았을 시기니까,
어차피 애 있는 유부녀,
연락이나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
순수한 호기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어.
전화하기 전까지는 말이야..
왜 두근거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친구의 신호 대기음이 울리는데,
가슴이 떡메 치는 것 마냥 덜컹 거리더라고.
두근두근 이런거 아니야.
덜컥덜컥이야.
터질 것 같았어...
그냥 받지마.. 그냥 받지마...
한번 안받으면 다음에는 초라해져서 전화를 안할 것 같았거든.
난 그냥 궁금해서,
아무 감정도 없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만 해서 싱겁게 전화를 들었을 뿐이니까
정말 예전에 나눴던 그 감정은 모두 배제했으니까,
정말 그랬으니까, 그랬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얄궃게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나임을 확인하고 굉장히 반가워 하는 그 목소리.
쉴새없이 궁금해 하는 내 군생활, 건강 등등..
내가 궁금한 것들은 묻지도 못했어.
전화는 굉장히 싱겁게 끝났거든.
굉장히 간단하게..
"오빠 많이 궁금하다. 나 면회갈께. 주소 불러줘"
뭐가 씌었지.
내가 정상적이고 정말 연민, 그리움 다 잊고,
그 형과 정상적이고 친한 사이 유지하려면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날짜까지 다 정해버렸어.
그리고 나란 등신은 그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어.
내 생일.
11월 26일.
막사로 택시 한대가 올라오고,
그 택시에서 여전히 삐쩍마른 여자와 그 와 닮은 여자 한명이 더 내렸어.
동생하고 둘이서 면회를 온거야.
나의 이 지랄맞은 스토리를 아는 군대 후임, 동기 들은
덩달아 궁금했는지,
신병 올 때 그 순간처럼 창틀에 달라붙어 그 친구를 구경했어.
중대본부에 신고를 하고,
면회실로 둘을 안내했어.
그리고 뻘쭘한 두시간의 면회.
눈치없는 동생은 우리의 상황을 얼마나 아는지
많이 힘들지 않았냐,
우리 언니는 아직 그 오빠와 사귄다..
이런 소리만 짓껄여 주시고,
내가 궁금해 했던 아기..
그 이야기는 쏙 뺀걸 보니,
아마 아기는 없는 듯 했어.
지웠거나 지워졌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
두시간동안,
몇마디 못했어.
그 몇마디 뱉은 말도,
나는 경비교도대원인데 경비교도대는 해병대, 특전사, 네이비씰과 맞먹는
지상 최대의 인간병기들만 모여 있는 법무부 산하 특수 부대로서,
매일 사람을 수십명씩 죽인 살인범들과 피를 튀기는 사투를 벌이는
지상 최대의 전장이라는 군바리 특유의 뻥튀기만 했던 것 같아.
마주보고 앉아서 가끔 웃어주기도 하지만,
그 두시간 내내 슬픈눈으로 쳐다보는 그녀는 내 눈에서 자꾸 밟혔어.
그렇게 그냥 두시간이 지나고,
원래는 하루종일 있어도 되는데,
정말 두시간만,
그 짧은 두시간만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어.
편지 한장만 주고.
저녁에 편지를 읽었어.
원래 글을 좀 쓸줄 아는 친구였는데,
글이 두서가 하나도 안맞아.
날 걱정 하는 듯 하면서도 자기는 잘 살고 있는데,
그 형과 사이는 좋은데 결혼은 할지 안할지 모르겠고,
최근 소원해 져서 나도 생각이 나고 뭐 어쩌고..
분위기는 딱 "오빠 다시 만나고 싶다.. 잡아달라"
이런 분위기..
날버리고 간여자.
날 버리고 자기 행복 찾아갔다가
상처만 받고 돌아오려는 그 여자.
내 자존심, 상처 뭐 이런건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였어.
난 정말 둘이 행복하길 바랬고,
둘이 잘되는 것이 날 위한 것이라 되씹었는데,
결국 또 이런식으로 주위를 맴돌게 될 줄이야...
그리고 일주일 뒤에,
막사에 다시 올라온 택시,
그리고 혼자서 내리는 그 친구...
며칠전 보다 더 이뻐졌고,
화장도 더 짙어 졌으며,
양손에 들고 있는 음식도 더 많아졌어.
그리고,
눈치없는 우리 소대장은,
군생활 참 열심히 하는 우등대원(나 우등대원상 받았다~)을 위해,
주말을 이용해 이발을 해야되는 대원은 무시하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며 특별히 이발실을 면회장소로 내주고
굳게 문을 닫고 나가버렸어.
그리고 점호 전까지만 가면 된다고,
하루종일 같이 있으라면서.. ㅋㅋㅋ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어.
나에게 주었던 그 편지 그 내용 그대로,
오빠가 기다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그 형이 너무 나를 잘 챙겨 주니까,
학교에서 나는 왕따였으니까,
오빠와 같이 놀던 그 형들이 나한테 너무 잘해주니까,
적어도 형들하고 같이 있을 때는
캠퍼스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
그렇게 어울리다보니 바람이 나셨데.
그리고,
지금은 그 형과 사이가 안좋으며,
연락 안한지도 몇일 씩이나 되셔서,
자꾸 내 생각이 난다면서..
일주일동안 얼마나 많이 울고 후회했는지 모른다면서..
내손을 꼬옥 잡는데,
내가 느낀것?
넌 정말 안되겠다..
넌 내가 거두면 안되는 애다..
라는 결론만 얻었어.
이 친구를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날 믿는 사람에 대한 배신?
물론 배신은 그 형이 먼저 했지만,
이렇게 이 애를 다시 거두게 되더라도 나 또한 예전처럼,
형들과 이 친구와 즐겁던 생활을 할 수도 없고,
분명 한사람을 잃어야 된다면,
그 형이 아닌 이 친구를 버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
눈물을 흘리면서 하소연을 하고,
갑작스럽게 입술을 덥치기도 했지만,
내 결론된 이성은 단단하게 굳어서
이친구를 밀어내기 바뻤어.
물론 몸은 그녀를 기억해.
적어도 내가 다른 사람의 체온을 느낀 첫여자잖아.
하지만, 몸이 기억할 뿐이야.
여기는 이발실이고, 군대지 모텔이 아니잖아.
아침일찍 찾아온 그친구,
점심시간 즈음에 차비 줘서 보냈어.
대쪽같이 넌 안돼 꺼져버려 이러진 못했어.
니맘 다 이해하고 나는 정말 괜찮고,
지금은 결정을 못내리겠으니까 일단 집으로 돌아가버려줄래.
집으로 돌아가서 형한테 나 면회 왔었다고 이실직고 하고,
그리고 앞으로 면회오지 말고,
전역해서 내 정신도 너의 정신도 정상범주에 있을 때 만나서
다시 한번 얘기 해보자고 했어.
6개월 후니까.
당장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이 설 수 있는 그 때,
내가..
내가 받을 수 있든 내치든 얼굴 보고 이야기 할테니까,
그 때까지 정말 형한테 잘해주고 싸우지 말고 제발 좀 잘 살아달라고.
전역 일주일전 받은 말년휴가.
그 친구가 사는 그 도시로 가는 기차를 탔어.
군대 동기놈 중 하나가 그 도시 시내에 있는 이모네 음식점에서
숙식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고,
몸은 그 친구가 아르바이트 하는 그 낙지 연포탕 집으로 향하고
마음은 그 여자친구를 향해 달렸어.
지금 이 글을 쓰는 10년 후도,
당시 기차를 타고 가는 그 기차안에서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기분은 매한가지야.
정말 막연한 그리움.
정말 아름다운 추억.
그로인해 떠오르는 음악같은 추억들.
친구의 그 음식점 문을 닫고,
앞에 있는 그 여자친구와 백세주를 마시면서,
그 상황만이라도 그 형도, 날 버렸던 기억도 다 잊고,
그냥 내가 사랑했던 여자와
좋은 추억으로만 좋은 술맛 느끼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 술이 왼수지...
12시부터 마시던 술은 몸과 마음에 심지를 댕겼고,
급기야 셋이 먹던 그 술자리에 동기놈이 자러 간다고 건너 방으로 사라지자,
약속이나 한듯이 옆자리에 꼭 붙어서,
2년전 그 때처럼 마음이 섞이기 시작했고,
둘다 미쳤는지..
아니 내가 제대로 미쳤는지,
그녀의 몸에 눈을 훓기 시작하자
잘 익은 홍시 손으로 찌르면 그 탐스러움 빛갈과 맛이 배어 나오듯이
나에게 1밀리라도 더 붙어 버리는 그녀의 움직임에
잠시 이성을 놓는가 싶었어.
하지만,
정말 위험수위에 다다렀을 때쯤,
내 머릿속에 던져진 질문.
"나 이러면 앞으로 어떻해야 하는거지?"
그냥 하룻밤 몸 섞으며 지나치는 젊은 청춘 남녀라면,
그날밤 2년 2개월간 허벅지 근육을 숙성시켜온 군바리의 참 힘을 보여줬겠지만,
이친구와 그러기에는 너무 얽혀 있는 일들이 많았고,
내가 정말 여기서 유희를 위해 원숭이 흉내를 내게 되면,
난 전부터 고민했던 모두와의 연이 끊기게 되는 것이였어.
동기라고 특별히 마련해준 푹신한 솜이불에
교태롭게 누워 지그시 눈감고 턱을 한껏 올린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다짜고짜 반쯤 분리된 그녀의 옷들을 입히기 시작했어.
그리고 어안이 벙벙해 하는 그녀를 가계에서 끌고나와 택시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갔어.
"엄마 걱정하신다."
이성을 차리지 못했으면,
지금 쓰는 이글이 애틋한 군시절 연애이야기가 아닌 야설이 되었겠지.
하지만,
난 그날, 군대가는 그날처럼 쿨하게 집에 들여보냈어.
물론 이성을 잃고 잠시 허튼짓 할뻔하긴 했어도,
엄마가 걱정하신다며 집앞에서 등을 떠밀고 타고온 택시를 타고 돌아온 것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한 짓 같아.
물론 당시 돌아오는 택시에서
정신으로는 내일 부터 이 친구를 평생 볼 수 없어서 괴롭겠구나라는 아픔을 느꼈고,
몸으로는 건강한 사내놈이 다 차려준 밥상 내친 것에 진상같은 후회를 했어도...
시간이 지나,
학교에 복학하고 그 형들 중 유난히 눈치없던
형한테 전화가 왔어.
이번주말에 둘이 결혼하는데 안갈꺼냐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언제가나 귀찮아 죽겠는데,
연락안한지 2년이 넘었고,
연애 새롭게 시작해서 인생의 승부를 건 여자도 있는데,
전 여자친구 결혼식을 뭐하러가나.
그냥 멀리서 진심으로 둘만의 가정이 생긴 것에 마음으로 축하해줘야지.
벌써 10년전 일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그데로 웃픈 추억이지요.
다음 이야기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군생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글들은 저작권 그런거 없습니다. 가끔 못난글 어디가져가고 싶다고 쪽지도 오고 하시는데 모자라고 같지도 않은 글 맘대로 하셔도 됩니다. 참고로 자유글터에도 제글 많으니까 심심하시면 읽어보세요. 네이버에 제 닉넴으로 검색하니까 벌써 두어개 돌아다니는데 글쓰는 사람으로서 흐뭇하지 화나고 그런거 뭐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이야기는 특정인을 언급하는 실제 사연글이니까 요런 글만 퍼뜨리지 않아 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