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몬스터] 섬뜻한

Coldday 작성일 05.10.26 21: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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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cut(증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다. 그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라든지 '올드보이'에서 보여줬던 그만의 잔혹한 화면과 독특한 내용은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의 전체적 소감은 다행스럽게도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우선 소재가 참 재밌다. 쓰리 몬스터의 다른 감독들 영화들 역시 소재가 독특하지만 이 영화는 어찌보면 현실에 가장 가깝고 그만큼 더 공포스럽다. 인간의 증오.

부자에다 잘생기고 착하고 능력있고 뭐 하나 빠질게 없는 영화 감독에 대한 돈 없고 무명에 얼굴까지 못생긴 엑스트라가 느끼는 증오는 어찌보면 이해 할 수 있는 내용이다.질투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질투가 더 커져 그 괴한을 몬스터로 만들었다. 자본주의가 낳은 사생아 '부익부 빈익빈'. 감독은 이 문제와 인간의 가장 근본적 속성인 증오를 엮어서 독특한 영화를 만든 것이다. 감독이 정확히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혹자는 그의 계급 투쟁적 성격의 내용이 너무 빈약하지 않냐고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얻고 싶었던 것은 그게 아니다. 인간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증오'가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이다.물론 그 '증오'의 원인을 찾아내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본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영화의 러닝 타임이 너무 짧다. 너무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책이든 영화든 자신이 전달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라도 제대로 전달한다면 성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재의 독특성 외에 영화에서 볼거리 중 하나가 그의 영상이다. 집과 똑같은 세트에서 이뤄지는 주인공들의 대치 상황과 심리 상태는 물론 부분 부분에 신경 쓴 감독의 노력이 보이는 영상이다. 특히 기괴하게 보이는 괴한의 모습이나 납치된 아이 그리고 이병헌의 부인역으로 나오는 강혜정의 모습은 밝은 배경과 비대칭적 균형을 보여준다.

처음 보는 아이의 목숨과 피아니스트인 부인의 손가락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병헌. 이병헌의 끊임없는 고뇌는 결말이 어떻게 끝날까 많은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게 역시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보다. 나 역시 다른 결말을 생각해내긴 힘들지만 그래도 좀 더 주제에 맞는 결말이었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있다.


-Box(질투)
영화 '착신아리'로 유명한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작품. 독특한 소재로 공포를 유발하는 그의 능력은 걸출하다는 표현이 맞을꺼다.그래서 가끔은 대중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아마 이 영화가 그런 종류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는 이 영화는 몽환적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어가며 20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을 끝맺는다. 쌍둥이 언니에 대한 쿄코의 질투. 그녀의 질투심과 불의의 사고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하얀 설원의 배경. 반복되는 장면마다 조금씩 다른 장면을 추가하여 관객들에게 뭔가를 추리하도록 유리한다. 그리고 범상치 않은 결말. 충격적이라고 하기엔 뭔가 약하지만 반전이긴 반전이다. 그의 이름에 많은 기대를 했던 사람에겐 약간은 실망스러운 결말일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말로 영화를 다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인다.

대사도 거의 없을 뿐더러 반복되는 장면 전환탓에 실질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이는 내용은 극히 일부이다. cut과 dumplings사이에서 결국 쉬는 시간의 역할 밖에 못한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dumplings(탐욕)
인육만두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내용과는 달리 화면이 너무도 깔끔하고 차분하다. 그들이 하고 있는 행위가 윤리적으로 옳고 그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너무 조용하게 흘러간다. 밝은 화면에 절제된 대사. 너무도 대조적 화면이기에 이 영화가 공포 영화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기에 충분하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서는 뭐든 하려고 하는 여배우. 그녀의 탐욕은 처음엔 거부스러워하던 인육만두를 나중에는 거의 중독되다시피 찾게 만든다. 그 만두가 진짜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치고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한 인간이 악마로 변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몇 명 나오지 않는 배우들이지만 각자 독특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신비스러운 인물인 주인공 메이와 탐욕에 눈이 먼 여배우. 그리고 젊음을 유지하고픈 그녀의 남편과 그의 수많은 정부.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한 딸. 누구 한명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현 시대의 윤리적 추락을 잘 보여준다.

갈수록 외모 지상주의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은근히 대중 매체들이 그런 사실들을 부추기고 있다. 예뻐지고 젊어지려는 욕심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시간의 힘을 거스를 수 없다는게 사실이다. 아직도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차리자. 곱게 늙으면 더 아름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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