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영화를 잘못 알고 있었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이 영화는 +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이 영화를 내가 생각하고 있던 틀에 맞춘다면 형편없는 영화가 되겠지만 영화가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면 그다지 나쁜 영화는 아님을 알게된다. 이건 순전히 영화에 대해 사전 정보를 최대한 적게 알고 보려고 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나온 결과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건 주인공 현우의 삶이지 도계 중학교 관악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진정한 음악을 하고 싶었던 현우는 돈 때문에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 신념 때문에 삶은 더욱 비참해질 뿐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사랑하면서 헤어지고, 친구와 싸우고, 홀어머니 공양도 제대로 못하고... 갈때까지 간 자기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게 강원도 산골 마을의 중학교 관악부 선생님이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현실과 타협하는 법을 배우고 인생의 맛을 알게 된다. 현실과 타협하는게 결코 비겁해지 것은 아니라고 그는 깨닫게 된다.
이 정도의 영화가 되면 뭔가 극적인 장치가 있을 법한데 이 영화는 그런게 전혀 없다. 누구나 상상할 법한 도계 중학교의 전국 대회 성적이라든지 현우와 마을 약사 수연과의 로맨스라든지..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평범하게 지나쳐버린다. 오히려 시종 일관 우리 주위 이웃들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그들이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 역시 감동 찡한 장면이 아니라 관객에게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처리해서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들 그렇게 얘기한다. "너보다 불행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 힘내라" 너무도 자명한 진리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것을 외면하고 부정하려 한다. 그럴 때 이 영화를 한번 보라. 너무 밋밋한 영화일 수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당신에게 엄청난 희망을 안겨 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