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보게 되어고 내용도 내용인지라 꽤나 따분하리라 생각했다. 결말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도 알고 있었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었던 건 정말 일부였을 뿐이었고 밤이라는 조건이 사람을 좀 더 센티메탈하게 만들어서인지 하품 한 번 안 하고 잘 봤다.
여자 친구는 항상 그 자리에 있을꺼라고 믿고 있고, 그래서 여자친구와 자신의 일을 저울질할 때 일이 우선인 남자 주인공 이안. 대부분 영화에 나오는 남성상이고 그래서 식상한 면도 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비슷하게 되리라 생각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왠지 현실감이 느껴져 좋았다.
어쨌든 그런 그에게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는 무엇보다도 사랑이 먼저다. 사랑하게 되면 누군가가 더 사랑하게 된다지만 그게 자신이 아니었으면 한다는 아만다. 하지만 그녀는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이안의 행동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많이 아쉽지만 여전히 사랑한다.
그런 두 커플에게 독특한 경험이 찾아온다. 커플이라기보단 남자에게군. 이 설정이 오래된 영화 과 비슷한 듯한데 재밌게도 사건을 섞어 버림으로써 식상함을 떨쳐버렸다.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다가온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알고 있는 이안. 하지만 그 운명을 바꿀수 없는 이안.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 때 쯤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안이 아만다를 위해 준비한 작은 이벤트들. 특히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졸업 콘서트에서 부르게 된 아만다의 노래가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한다. 단 몇 분간의 노래지만 영화속에서 가장 행복한 장면이다. 그리고 여기서 이안은 이 영화의 결말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가장 멋있는 결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감독이 그렇게 만들지는 않으리라 건방진 생각을 했었는데...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그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것이었을까?
정말 별 것 아닌 영환데 왜 이렇게 재밌게 봤는지 모르겠다. '사랑'이란 걸 믿지도 않으면서 이런 영화를 보면 '사랑'이란게 참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영화와 현실은 틀리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