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개봉 당시 화려한 출연진과 특히 한석규의 재기에 관심이 쏠리면서 화제가 됐으나 비참히 실패한 작품.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으나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 그런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어둡고 침침하고 암울한. 등장 인물 중 어느 누구도 정상적인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 한석규와 이은주의 불륜. 피해자와 형사로 만난 한석규와 성현아.
이 영화는 스릴러와 멜로를 적당히 혼합하려고 한 듯 보이지만 많이 어설프다. 결말 부분에 밝혀지는 사건의 범인은 반전이란 것도 없고 연결 고리도 약해 전혀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되버렸다. 한침 잊고 있다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후다닥 해치운 듯한 느낌. 이렇듯 스릴러를 표방한 내용은 너무 부실하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암울한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보여줄 듯 하지만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멜로라고 하기엔 너무 어설픈 그들의 위험한 관계 역시 많이 부족하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점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배우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석규나 이은주 둘 다 괜찮은 배우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갑작스러운 이미지 변화 시도는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안쓰러워 보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어이없는 결말이다. 장난이 죽음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런 결말이 굳히 필요했을까? 불행한 그들의 삶과 용서 받지 못할 행동들. 그것에 대한 징벌이라고 보기엔 너무 코믹해 보인다. 이것저것 흐트러 놓은 영화를 결말 짓기 위해 감독이 많은 생각을 했겠지만 이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