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된 영화를 만난 기분이다. 그 흥분이 아직까지 가슴 에 남아 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대부분 작위적인 요소나 또는 범접할 수 없는 영웅적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 거부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왠지 다랐다. 우선 실화이고 주인공들의 행동들을 그렇게 영웅처럼 치켜세우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업적보다 그들의 과정에 더 집중하고 있다.
탄광촌에서 태어나 아버지처럼 광부나 될 운명에 있는 주인공. 어느날 문득 구소련의 첫 인공위성 발사소식을 듣고 문득 로켓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별것 없는 친한 친구 둘과 학교의 괴짜 범생 한명과 함께.
주어진 인생을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다 문득 이것이 하고 싶다. 그래서 뛰어든다. 너무 멋있지 않은가? 우리는 길이 정해져 있고 그 길을 따라 가도록 강요받고 있다. 그래서 주인공처럼 필이 꽂히는 경우도 드물고 그래봤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버린다. 왜냐면 정해진 길을 열심히 따라가면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이란 걸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면에서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물론 난관도 있었지만 어떤 일에 그렇게 매달릴 수 있다는 것. 그들은 그만큼 순수했고 열정적이었다.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버렸고.
영화의 초점은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꿈과 노력이다. 안타깝게 친구들의 비중이 너무 작지만 가볍게 용서하겠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초점이 주인공에게 있지만 다른 주위 인물들도 적절히 기용됐다는 것이다. 누구도 혼자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에게 대들면서까지 끝까지 학생들을 믿고 응원해준 선생님, 주인공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을 적절히 조정해준 어머니, 주인공의 부탁을 터무니없다고 생각치 않고 세심히 들어준 공장 직원들. 그리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마지막에 아들에게 포옹을 건네는 아버지. 탄광촌이란 아주 작은 마을에 이렇게 훌륭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많다니. 어쩌면 우리는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기만 할 뿐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진가를 모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너무 흥분된다. 장면 하나 하나 기억이 나고, 등장 인물 한명 한명이 너무 인상 깊다. 꿈과 희망에 대해 솔직히 부정적인 입장이 크다. 그래도 이런 영화를 보면 믿어보고 싶다. 성공하지 않아도 되니 나도 그런 꿈 한번쯤 가져보고 열정적으로 살아보는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