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우수함
*** 영화 끝부분에 대한 언급이 글 중간에 조금 나옵니다. ***
*** 영화 끝부분을 미리 알고싶지 않으시다면 표시해둔 부분은 건너뛰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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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공유에선 조금 철지난 영화지만,
그래도 오늘 봤습니다..
항상 여기서 구한 영화는 보기 전에 대략 감상기를 훑고 보는지라..
디센트도 사람들 평가를 조금 보고 봤더랬죠..
뭐 아시다시피 대부분 B급 호러물..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나,,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 보면서 이것 저것 왜 지미있나 따지기는 뭣하지만,,
일단 재미있게 본 이유가,
동굴의 어둡기 그지없고 폐쇄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야 동굴 하면 거의 관광지죠..
강원도 단양 삼척 쪽에 동굴이나..제주도 동굴들..
전부 환하게 불 켜놓고 기념 사진 찍고.. 온통 빛으로 물들어
번쩍번쩍 빛나는 동굴안 풍경들.
그러나, 그런 동굴이 아니라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천연의 동굴은 그야말로 꽉 막힌 공간입니다.
앞뒤 어느곳에서도 숨통 트일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빛이라곤 전혀 없이 그저
정면에 깜깜한 어둠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
정말 어두운 곳은 무섭습니다. 인간의 본능적인 공포를 일으키죠..
불빛 전혀 없는 밤에 바닷속에 들어가보셨는지.
(그렇고 그런 해수욕장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저 깊은 곳을 물안경 쓰고 응시하면 그야말로 공포가 좌악 밀려옵니다.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그게 더 무섭죠.
혼자 외딴 산길을 걸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말 어두운 곳은, 그야말로 까맣습니다.
암만 눈을 부릅떠도 아무것도 안보이죠.
숲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조차 없습니다.
거기다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리죠..
어둠이 주는 공포는 원초적이죠.
뭐가 있을지 전혀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정보의 50% 이상을 눈으로 얻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두려워 합니다.
한편으로 인간은 좁은 곳에 갇히면 오래 견디질 못합니다.
예전 쪽발이가 마루타로 사람을 실험할 때에도
사람 하나 간신히 운신할 만한 곳에 마루타를 집어넣고
얼마동안 견디는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실험하기도 했죠.
그만큼 좁은 곳은 신체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본능적으로 사람이 기피하게 합니다.
영화에도 잠깐 언급되죠. "폐소 공포증"
정신병명을 따로 가질만큼 폐쇄된 좁은 공간도 사람에겐 본능적 기피 대상입니다.
..,, 암튼,
그런 어둠과 폐쇄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워크와 화면의 배치, 구도, 그리고 인물의 심리를 통해서 말이죠.
특히 거기다가 첨가한 괴물들;;;
생긴것이나 실제 인간과의 대결에 있어서
기존의 괴물 영화들에 비해서 포스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것이 공포를 반감시킨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영화 마지막에서도 볼 수 있듯이..
******** 스포일러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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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혼자 살아 동굴을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문명 세계로 돌아오려고 발버둥쳐 내려오죠..
그러나 자동차 옆자리에 탄 귀신(?)을 보고 깜짝 놀라 꿈에서 깨보니
여전히 깊은 동굴 속...
그때에 허탈함과 함께 끝나지 않을 답답함을 느낀건
저 혼자만인가요?
'영원히 동굴에서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막연한 상상을 하다가 영화는 그냥 끝나버립니다.
찜찜하고,, 답답하고,,
영화가 끝났지만 끝난것 같지도 않습니다.
왜냐??
주인공이 여전히 동굴 속에 갇혀 있으니까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주인공과 자신을 일치시켜 감정 이입을 하게 됩니다.
주인공과 함께 모험을 하면서 일종의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죠.
(굳이 영화 뿐 아니라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때문에 우리는 주인공이 위험에 처하면 같이 위기감을 느끼고,
행복하게 끝나면 역시 같이 개운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니죠.
지저분하고 유혈이 낭자한 모험을 겪었으나
그것이 끝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될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 자신이 영원히 동굴속에 갇힌 기분이 되버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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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끝 *****************
공포 영화로서 이 영화는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집어서 표현했고
그런대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저는 적어도 영화 다보고 나서도 찜찜하고 답답한 기분을 지울 수 없으니까요.
이것이 바로 진정한 공포영화가 아닐까요?
그냥 개운하고 깔끔하게 끝나버리면
그건 공포영화가 아닙니다.
긴장감 조금 주다 마는 그냥 스릴러물이죠.
인간에게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게 해주고
영화가 긑난 뒤까지 여운을 남게 해주는 것은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반부의 공포와는 그다지 상관 없이 깜짝 놀래키는 사고 씬이라든가,
동굴이 나오기 까지의 주인공 심리를 위해 준비된 장면들은
조금 영화에 집중을 흐트려 놓더군요..
그 부분들도 긴장감 조성에 일조하긴 하지만,,
왠지 집중이 안되고 지루한 건..;;;
(뭐 그래서 B급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결론 : 이 영화는 잘 만든 공포영화가 맞습니다.
추신 : 왜 공포물에만 유독 B급을 쓸까요?
액션물, 드라마, 코미디에도 B급 많습니다.
B급을 찾는다면 넘치고 넘처나는 헐리우드 블록 버스터 액션이 쌔고 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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