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란 장르는 참 극적이다. 주인공에게 시련이 닥치고 그 시련을 가까스로 이겨낸다. 밑바닥 인생이 삶의 희망을 찾게 되고 선이 악을 이기게 된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런 뻔한 줄기를 가지고 있건만 사람들은 여전히 영화를 본다. 영화 속 현실을 믿고 싶어서. 혹은 현실도 그러하리라 믿기 때문에... 그러니 삶을 살아갈 희망이 생기고 나도 영화속 주인공처럼 착하게 살면 언젠가 성공할꺼라고 생각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이런 믿음 아닌 믿음 때문에 영화 속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나 혹은 한 팀이다. 그리고 선과 악이 확실히 구분된다.
근데 이 영화는 그런 틀을 깼다. 아무 연관도 없는 두 주인공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악착같이 달려든다. 둘 다 비참하기 짝이 없는 인생을 살고 있고 그 삶 속에서 유일한 희망이 신인왕 타이틀이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 과연 누가 타이틀을 따게 될지 항상 궁금했었다. 마음 같아선 둘 다 주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서로 다른 영화에서 각자 주인공을 맡아야 될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만났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좋게 돌려 말해서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삶의 희망을 찾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희망을 주기 위해서 흔히들 그런 식으로 말하지만 당사자 입장은 어떻겠냐. 그것만이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 속 천호진의 말마따나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누가 더 불쌍하고 누가 더 애틋하고 그런건 없다. 서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 동안의 영화보단 오히려 이 영화가 그런면에서 더 현실적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사람만 온갖 시련을 이겨낸 인물일까? 예선 탈락한 사람들도 똑같다. 다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악착같이 사는거고 그 현실 속에서 때론 환희를 때론 좌절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결말이 어땠어도 나한테는 느낌이 비슷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 감독이 대단해 보일 따름이다. 류승완 감독도 그렇고 류승범도 그렇고 점점 더 좋아지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