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애무경험자관람불가-이터널선샤인

아자가올 작성일 06.07.09 09: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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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상상초월


멜로 영화는 크게 두가지로 구분지어 질 수 있죠
첫번째는 자신의 이상과 닿아 있지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로맨틱 코미디물이나 최루성 멜로가 그것이고요
두번째는 개인적 경험과의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관객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경우입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 하려는것도 이러한 영화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감을 유도함으로써 감정을 유도 하는 영화라면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서 여러 영화들이 있는데
지금 제가 리뷰를 쓰려고 하는건 짐캐리 주연의 이터널 선샤인 입니다.

영화상의 구성이나 장치가 꽤나 복잡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법도 시간차순이 아니다보니
영화를 보는내내 불편할 수 도 있지만
나중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오히려 그러한 장치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 높여준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의 구성을 단순화 시키자면 아래와 같죠.
1.짐캐리(조엘)와 케이트 윈슬렛(클레멘타인)의 기억제거 시술 이전의 관계
2.박사와 커스틴 던스트과의 관계
3.일리야우드와 케이트 윈슬렛의 관계
4.짐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의 기억제거 시술 이후의 관계
5.짐캐리의 기억제거 시술중 짐캐리 무의식속의 관계

이렇게 크게 4가지 관계로 요약되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1~5번까지의 관계가 시간흐름순이나 사건 발생의 전후로
설명 되어 지진 않습니다.

관객 입작에서는 꽤나 불친절한 구성이지만
천재 작가라 불리는 필립 카우프만이 단순히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
이러한 구성을 선택하지 않았다는것은 영화가 끝난후면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오히려 일반적인 시간흐름상의 스토리 텔링 보다 더욱 극적인 효과를 끌어내게 되죠.
하나의 중심 이야기 중에 그에 따른 곁가지들을 마치 옴니버스 영화인양
아무 무리없이 풀어내지만 이야기 사이를 잇는 매음새는 옴니버스식 구성이
흔히 가지는 딱딱 끊어지는 흐름없이 새로운 형식의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는 아닙니다)

세계 일류들만 모여있다는 헐리우드에서도 필립 카우프만이 천재작가로 구분되는 이유를
이영화를 통해 확실히 입증하게 되는것이죠.

1~5번의 구분은 주인공인 짐캐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중심으로
구분 지을수 있습니다.
1번과 4번의 스토리 같은 경우 짐캐리의 무의식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설명한 것이고 나머지것을 짐캐리가 의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 들이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영화는 관객들의 개인적 경험을 집요하게 파고 듭니다.
물론 관객들이 기억제거 시술을 받은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잊고싶은 사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심리를 절묘하게 자극 하는거죠.

이를테면 이런 경험들 말이죠.
잊고 살아가는줄 알았지만 문득 어느날 서랍정리를 하던중 버린줄 알았던
그녀의 흔적이 눈에라도 띈다면
원래 찾고 있던 물건은 생각지도 못하고
그녀에 대한 기억이 다시 술생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그런 보편적 공감대 말이죠.
버리지도 못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가지고 있기에도 서글픈 그런 선물처럼 말이죠.


차라리 깔끔하게 날려 버렸으면 좋으련만...
아픈 사랑의 기억들을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중적 욕망을
작가는 기억제거 시술이란 약간은 황당무계한 장치를 이용함으로써
그러한 관객들에게 대리체험을 해보길 권합니다.


연인사이에 있을법한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 들은 빠지지않고 모조리 등장합니다.
술먹고 늦게 들어온 그녀와의 사소한 다툼,
그녀를 부르는 나만의 애칭
같은 자질구레한 모든것들 까지도 지워줄 수 있으니 효과는 걱정말라고 일러두지요.

하지만 당신은 과연 진정으로 그녀가 당신의 인생에서 지워지기를 원하는걸까요?
아마 이영화를 만든 감독과 작가는 부정적인 대답을 얻어낸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지는 그녀의 존재를 불안해하다가
결국 할머님에게 같이 찾아갔었던 그날의 기차역에서 소리치게 됩니다.
"내말 들리지 않나요?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번 시작된 시술은 멈출수가 없죠.

함박눈과 시린 바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그녀와 함께 찾아들어갔던
바닷가 외진 집이 무너져 내리고
그녀와 그의 기억은 결국 마지막 막다른 곳에까지 몰려서
이제는 마지막 기억의 장소만 남았습니다.
이 기억도 이제 조금 있으면 지워지게 되죠.

그리고 관객의 첫사랑인 그녀이기도 하면서 조엘의 연인이기도 한
클레멘타인은 마지막으로
조엘이기도 하고 영화를 보는 당신일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말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날 기억해줘.
Remember me.
Try your best.

그리고 그녀는 이제 당신의 머리속에서 완전히 지워지게 됩니다.

이쯤되면 관객은 감독과 작가의 의도를 어느정도 알게 됩니다.
지우는것이 기억하는것보다 훨씬 힘들다는것을 말이죠.


마지막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마무리와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쯤이면
관객은 뒤통수를 맞은것 마냥 멍해지게 됩니다
Beck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
이 귀에 흘러들어 오는것도 이때 쯤이죠.

아무래도 영화의 성격상 연애를 경험해보지 못하신 분에게는 크게 와닿지않고
그냥 단순히 지루하고 복잡한 영화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분께서 앞선 리뷰에서 평해놓으셨듯이
쓰레기 소리를 들을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조금 철지난 영화지만 리뷰를 다시 한번 써봅니다.

아마 쓰레기라고 말하셨던 분들도 나중에 혹시나
진한 사랑을 해보시고 난뒤에 이 영화를 다시 보시게 된다면
쓰레기라고 말했던 그 표현이 미안해지실 정도일겁니다.

박사가 짐 캐리에게 시술하기전에 하는말이 있죠.
"시술을 하기전에 한가지 유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의 머리속에서 누군가를 지워드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은 기억과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제목에도 써놓았지만 찐한 연애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하셨다면
개인적으로 비추지만
요즘처럼 비가 오는 꿉꿉한 날이며 생각나는 옛추억이 있으신분들께는
절대적으로 추천해 드리는 영화입니다.
이터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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