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기맨이란 녀석은 미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서양귀신이다. 어렸을 때 부터 개인방을 쓰는 아메리카 보이들에게 컴컴한 방 옷장 속은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공포의 그것이었고 이러한 공포가 부기맨이라는 녀석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코딱지 만한 우리나라로 미국의 절반을 살 수 있다는 이 땅값 비싼 나라에서 자기방은 커녕 형제 혹은 모든 식구가 한 방에서 알콩달콩땅콩 지내야 했던 우리에겐 오히려 부기맨이랑 손만 잡고 자도 좋으니 내 방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다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존재론적 사유 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면 당 영화는 하얀 소복에 긴머리 풀어헤친 처자귀신이 등장하지 않아서 우리에겐 하나도 안무섭다는 소린가?! 아니다. 그럼 링이나 주온은 미국애들이 일본과 같은 문화권이라 무서웠겠냐. 이 영화의 비주얼이나 음향, 시나리오에서는 옥시크린으로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공포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공포는 다른 존재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만원도 안하는 영화티켓에 우린 굉장히 민감하다. 술 마실 때는 2,3만원 우습게 쓰면서도 이상하게 영화는 미리미리 여러매체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여 심적, 물적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조심스레 티켓을 구입한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사전조사에서도 걸러지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극장에 앉아 영화를 보고 있다가 상영 30분이 지나며 비로소 스크린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와 목덜미를 조여드는 쉣무비와 조우할 때 우린 진정한 공포와 맞딱드리게 된다. 어두운 방 옷장 안에서 아이들의 공포를 먹고사는 부기맨과 어두운 극장 스크린 안에 웅크리고 앉아 우리의 공포를 먹고사는 쉣무비. 결국 이 부기맨과 쉣무비는 우리의 공포를 먹고 산다는 점에서 같은 존재다.
그래서 어두운 극장 안에서 우리의 공포를 먹고있는 당 영화 '부기맨'은 영화 자체가 공포이자 부기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