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감 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 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힐러리 스웽크, 모건 프리먼
클린트 할아버지가 또 일냈다. 아카데미 7개 부문에 한쪽 발을 담가놓는 문어발식 행각을 벌이더니 결국 그중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 남우조연상을 낼롬 가져가 버리고 말았다. 74세라는 노인정에서 캡짱 먹을 나이에 그가 보여준 노익장은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이라며 울부짖던 옆집 아저씨의 절규가 근거없는 것이 아니였음을 몸소 증명해 주셨다.
인생을 복싱에 비유했던 영화들은 많았다. 챔피언이라는 꿈을 위해 피를 튀기며 주먹을 휘두른다는 복싱의 드라마틱한 부분이 우리내의 인생살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권투는 곧잘 인생과 비유되며 영화의 소재로 많이 쓰였다. 화끈한 복싱 장면에 있어보이는 인생 철학까지. 이것이 바로 꿩먹고 알먹는다는 일거양득성 소재인 것이다.
그럼 왜 이런 평범한 권투 소재의 영화가 4개나 되는 아카데미 상을 거머쥔 것일까? 클린트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록키를 뛰어넘는 권투 영화를 만들어 낸 것인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 “이 영화는 '록키'의 여성버전이 아니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권투 영화라 하기엔 뭔가 갸우뚱 하다. 이거 권투의 탈 만 썼을 뿐 권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러함 들은 없다. 땀 줄줄 흘리며 로드웍 하는 장면도, 줄넘기 묘기도 볼 수 없다. 경기 장면은 더 하다. 이거 완전 원 샷 원 킬 (one shot, one kill)이다. 경기의 긴장감 따위는 느낄 겨를도 없다. 오죽 했으면 영화 속에서 프랭키가 제발 1회전에 ko시키지 말라고 까지 했겠는가!
그렇다. 클린트 할아버지는 권투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던 거다. 이 영화를 통해 후회와 슬픔, 사랑과 그리움, 그리고 그 전부를 감싸고 있는 인생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화려함, 격정따위는 없다. 그저 스크랩의 낮은 음성과 프랭키의 주름진 눈빛과 매기의 연민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구차한 삶 만이 잔잔히 영화 전체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