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 무엇을 위한 영웅이고,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카케찌 작성일 06.08.04 1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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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내공 : 우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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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을 토대로 태어난 프랑스의 성녀이자 영웅인 잔다르크의
일생을 의미있게 그려낸 영화이다. 어린나이에 전쟁의 잔혹함을 겪게 되었고,
우리나라사람이 일본사람이면 이를 가는 것처럼 그녀 역시 영국인이라면 이를 갈게 된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고생하는 것은 평민들. 귀족사회였던 시대만큼 평민들의 고생은
말로 이룰 수 없이 고달프다. 그런 그들에게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예수' 같은 존재가
필요했고, 결국 그 존재로 잔이 선택된다. 민중들에 의해서 프랑스군의 영웅으로 추앙
받게되고, 결국 '로렌의처녀'로써 신의 사자를 자청하며, 왕실에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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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큰 위기에 처해있던 프랑스 왕 샤를7세와 주위 귀족들 역시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었고, 신의 사자라고 믿어져온 잔에게 군대를 내어주게 된다. 이때부터 잔의 신화는
시작된다. 잔이 나타나는 곳마다 패전을 일삼던 프랑스 군대는 승승장구하게 되었고,
그녀는 더욱더 신의 사자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되어진 것이다.

불리한 상황을 유리한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 잔의 힘 덕분에 무사히 왕실을 재건하고
왕위에 오르게 된 샤를7세는 더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영국과의 협상을
하려고 한다. 당시 상황으로 불리했던 위치를 동등한 위치까지 만들었음으로 프랑스왕실의
입장에서는 더이상의 손해 없이 전쟁을 종결시키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영웅이였던 잔은 영국에 대한 복수심으로 차 있었고, 이 전쟁을 통해 또 신의힘을
통해 영국군을 몰아내고자 한다. 왕실과 잔의 대립이 시작되고, 왕실로서는 영웅이며, 또
민중들에게 왕보다 더 위대한 존재로 각광받고 있는 잔의 존재는 더이상 영웅이 아닌 불필요한
존재일 뿐이였다. 그때부터 은밀하게 진행된 음모로 잔은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만다.

프랑스 왕실에서는 영웅이였던 잔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웠고, 그런 그녀를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단. 그래서 잔은 영웅이 아닌 마녀로서 인정시키고자 거짓 서명을 잔에게 강요했다.
평민이였던 잔. 그녀는 글조차 몰랐으며, 민중들에 의해 신의 사자로 올라서게 된 약자였다.
자유롭게 되길 바랬던 소녀 잔. 결국 왕실에 속아 자신이 마녀라고 인정하게 되는 서명을 하게
되고, 그녀는 서서히 아무런 힘도 없는 약자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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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무엇일까?
그녀의 마음속에선 선과 악이 대립하게 된다. 환영으로 존재하는 신은 선이 되기도 하고
혹은 악이 되기도 하며, 그 환영속의 잔 역시 신의 사자가 되기도 하고, 마녀가 되기도 한다.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후반부에서 잔의 심리를 잘 묘사였고, 그 당시 잔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를 확실하게 보여줬던 장면이였던 것 같다.
마녀집행 날짜는 서서히 다가오고 그녀를 영웅으로 받들었던 민중들은 그녀를 더이상 영웅이
아닌 간악한 마녀로서 전쟁의 희생양으로 저주하고 비난한다. 전쟁으로 피폐해져 버린 민중들
또한 자신들의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모두가 믿어줌으로서 신의 사자가 되었던 잔.
그녀를 믿어주었던 모든 이들이 그녀의 믿음을 배신함으로써 더이상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신은 죽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마녀집행날. 수많은 민중들 앞에서 그녀는 결국 마녀로서 화영
당하고 만다. 그녀의 발부터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모든 것을
집어 삼켰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로부터 몇백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다시 한번
성녀로서 인정받게 된다.

이 영화는 참으로 내면적인 심리영화라고 표현하고 싶다. 어린 나이에 전쟁을 경험하게 되었고
"프랑스를 구하라"는 신의 목소리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 상황으로 봐서는 신의 목소리
였다기 보다는 가려린 그녀를 신의 사자로써 떠민 민중들에 의해 그녀는 자신을 신의 사자라고
최면을 걸어버린 것이 아닐까? 위기에 처한 프랑스를 구한 영웅이자 성녀로써 인정받고 있는
그녀는 모든 것이 끝난 뒤에 희생되어 버린 불운한 영웅이다.
믿음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달게 해주는 이 영화는 종교적인 개념을 떠나서
무엇인가 믿고 의지하려는 나약한 인간들의 심리를 표현해 주는 영화가 아닐까 한다.
또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이고, 그 전쟁안에서 보여주는 욕망 가득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려낸 명작이라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한번쯤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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