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내공 : 어중간
괴물 이후 간만에 리뷰 씁니다.
예고편 보고 벼르고 별렀던 [일본침몰]. 22일 서울극장에서 시사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잔뜩 기대했건만 이 영화,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신지 감독, 일 고따구로 할꺼야?' 되겠습니다.
대강의 줄거리
30~50년 안에 일본 열도가 침몰할 것이라는 美 지질학회의 예견에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의 세계 각국으로의 분산과 국보의 보존, 경제력 유지와 관련한 대책위를 소집.
그러나 일본의 지구과학 박사 타도코로는 일본 열도를 얹고 있는 플레이트 표본에서
미생물에 의한 가스 발생 현상을 발견, 이 가스가 플레이트의 침강 현상을 더욱 가속화 하게
될 것을 예측, 데이터 분석 결과 일본 열도 완전 침몰까지 남은 시간은 338일 정도로 1년도
채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완전 침몰의 전조로 일본 전역에서는 거대한 지진과 화산폭발, 쓰나미 등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재해와 사고, 일본을 떠나려는 피난 행렬이 모든 공항, 항구, 도로로 쏟아져 아비규환이 된다.
무시무시한 자연재해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도피 뿐인가.
어떻게 손쓸 방도도 없이 일본 열도의 침몰이 진행되던 중 타도코로 박사는 러시아(맞나?)에서
개발 중인 N2 폭약을 전 세계의 시추선들의 도움을 받아, 끌려내려가는 플레이트의 연결
부위에 연쇄적으로 심은 후 폭발, 플레이트를 끊어 침몰을 중단시킬 작전을 구상,
박사의 연구에 함께 해오던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난강이형)'가 목숨을 걸고 작전에 투입,
천신만고 끝에 일본열도를 구출한다.
침몰의 기본 이론
(제가 지구과학에는 거의 문외한이라 명칭이나 설명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냥 이런 원리구나,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작한 허접 이미지를 참고해 주세요.
태평양 플레이트가 일본 열도 플레이트 밑으로 서서히 파고 듭니다. 침강한 플레이트는
밀도가 다른 멘틀 위에 쌓이게 되는데 이를 메갈리스라고 한답니다. 쌓인 플레이트의 무게로
멘틀과의 경계면이 붕괴되면서 부근의 일본 열도 플레이트도 밑으로 가라앉고 이로 인해
일본 열도는 수면 아래로 사라진다는.. (이게 이론상으로도 가능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수효과
일본식 블록버스터 영화가 그렇듯 [일본침몰]도 사이사이에 신파가 짜증날 것이라는 예상을
이미 하고 감상에 들어갔기 때문에 'CG로 보상받자', '예고편이 이 정도였으니 뭔가 제대로
된 거 한방만이라도 보면 손해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예고편이나 메이킹 등으로
공개된 CG가 영화 속 CG 전체 분량의 90% 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CG 예고편에서
다 보여준 거였습니다. 재난 장면도 좀 진행될 만하면 바닷물이 화면을 덮치고 끝납니다.
(무슨 80년대 재난영화냐)
세세한 재난 장면을 만들기 힘들었는지 인공위성의 위치에서 일본 전역이 불타오르는 장면이
심심하면 한번씩 나옵니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것도 지적할 만한 점. 재난의 장면은 대부분 원거리 샷으로 처리해 실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기가 어렵고, 참혹한 재난의 현장에서 사람들의 시체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 또한 아쉬운 점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신봉자는 아니지만 아마게돈,
딥임팩트, 포세이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실제 상황 같은 디테일한 화면 구성에 비하면
일본 침몰은 거의 초딩 수준. ('아마게돈' 중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붕괴 시 건물 내 사람들이
추락하는 장면이나 '포세이돈' 중 곳곳에 널부러져 있는 참혹한 시체들.. 사실감 있고 참
좋았는데 말이죠)
드라마 속에 간간히 CG가 삽입된 느낌?
난강이 형과 시바사키 코우 양의 러브 스토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조연 여자아이의 엄마와
사별 장면, 난강이 형과 엄마의 마지막 대화 장면, 시바사키 양의 과거 이야기 장면 등 울고
짜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삽입되었고 또 반복되고 있어서 지루함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난강이형 주연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 드라마 사이에 간간히 CG가 삽입된 느낌이랄까..
한국을 타겟으로 한 영화 아냐?
솔직히 악평이 넘쳐나지 않는 한 관객들의 호기심에 어느 정도 흥행은 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적어도 제 생각으로는 한국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는 아닌 듯 싶습니다.
영화 중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은 (졸아서 못본 장면 10분 정도 빼고) 한줄.
'북한과 한국으로의 자력 탈출은 불허한다' 뿐이었습니다.
수출국 정세에 맞게 편집할 거라는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상에서는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중국 쪽으로 보내거나 간다는 이야기 뿐 우리 나라는 관심 밖인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정리
"출발 비됴여행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보셔도 무방"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하나비, 조제, 메종드히미코 같은 괜찮은 일본영화들이 우리나라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것에 안타까운 생각을 들었던 저 입니다만, [일본침몰] 같은 영화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좋은 일본 영화들이 더 외면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제가 상당히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 눈에는 이 영화가 이 정도로 밖에는
안 보였는데요 나중에 직접 보시고 더 좋은 리뷰 써주시면 잘 읽도록 하겠습니다.
역시나 두서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S. 도모토 츠요시와 료코 히로스에 주연의 일드 '썸머스노우' 보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썸머스노에서 히로스에와 같은 병으로 입원해 있던 꼬마 소녀 기억하시는지..
영화 초반 시바사키 코우가 구출하는 아이 역으로 영화에서 조금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 같습니다. 이쁘게 잘 컸습니다. 반갑더라구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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