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하고 친구들끼리 떠든 말이 있다. 평소 영화를 싫어하는 친구까지도 "어릴때 이런 생각 안해본 남자애가 어디있겠냐. 이건 꼭 봐줘야한다."면서 낄낄댄 기억이 있다. 나도 어릴적 비슷한 상상을 했던 기억과 물건너 다른 나라 다른 사람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묘한 동질감에 빠져 영화를 직접 보기에 이르렀다.
확실히 상상력은 기발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던 것을 영화로 표현하는 것이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미 성인이 되어 어릴적 잠깐 스쳐지나간 단편적인 기억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 소재를 영화로 창조해낸 점은 높이 사야한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단순명쾌하다. 이미 제목이나 광고물에서 기본적인 공식은 모두 설명한터라 괜히 시간을 끌며 뜸을 들이지 않는다. 약간의 도입부를 거친 후, 바로 오락적인 요소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긴, 심각한 것을 기대하진 않고 찾았으니 당연한 전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유치함의 문제. 대다수의 사람이 지적하건데, 이 영화는 유치하다. 좀 과격한 표현을 쓰자면 개념이 부족하다. 단순히 동심을 잃은 어른들의 메마른 감정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 입장에서 보더라도 유치하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는 소재의 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소재 자체는 앞서도 밝혔듯이 참신하다. 세기말적인 어둡고 무거운 소재만이 훌륭한 것은 결코 아니듯이 이런 소재도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문제는 전개과정에서 드러난다. 이 영화는 필연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왜 이 사건이 일어나야했는지, 왜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했는지에 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먼저, 박물관이 살아나는 이유. 확실히 약간의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황당하다고 할 설정이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어떤 고객층을 노렸는가를 생각해본다면 쉽게 비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주 고객층인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 다가간 것일까. 나도 지금와서야 생각하건데,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저런 설정도 아이들에게는 꽤 먹혀들어갈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물관이 살아나는 이유에 어떻든 간에 좋다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뒷부분은 그야말로 실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광고를 접하면서 기대했던 공룡씬. 이부분은 정말 직접 봐야한다. 원래부터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은 글을 쓰기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건 직접 봐야지 그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인공에 닥치는 위기와 그를 이겨내는 과정도 뻔하디뻔한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봐온 장면들이고, 주인공이 안고있는 기본적인 문제점도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이다.
이외에도 후반부부터 드러나는 본격적인 위기도 역시 식상한 것이며, 극복하는 방법도 참신함을 찾아볼 수는 없다. 마지막 반전을 기다렸지만, 반전마저도 좋게말해서 평범.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어디선가 본 장면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내 입맛이 썼다. 단순히 이 영화만 놓고 보면 우연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고 진행이 억지로 짜맞춘 듯한 단점 정도만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과 연계해서 생각해본다면 영화의 하나하나가 다른 영화들과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점을 피해가긴 어렵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그동안 수도없이 나왔던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와 다를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