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의 개봉을 딱 하루 앞두고 방학이 끝나 기숙사로 돌아갔다. TV에서 떠들어대던 엄청난 스케일과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이 침몰한다는 소리를 들어 꼭 보고가려고했지만, 빠듯한 학과 일정에 밀려 할 수 없이 학교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수호신이 배려해준 것이었으나 우매한 나는 그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해 이렇게 통한의 글을 남기게 되었으니...
오랜만에 주말을 만나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저런 일을 하고 집에 가려했는데 시내에서 극장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번쩍 떠오른 일본침몰.
생각난김에 꼭 보고가자는 생각이 들어 극장으로 들어갔다. 당시 시간은 대략 10시... 굳이 심야가 아니라도 마지막 시간대는 한두개 남아있겠지... 싶었는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뚝방전설, 그리고 다른 외화만 걸려있었다. 그때라도 그냥 집으로 발길을 돌렸어야했건만...
여하튼 결과만 말하자면 밤늦게까지 일본침몰을 걸어놓은 극장은 없었다. 세개의 극장에 문의를 해보고 마지막으로 물어본 가장 큰 영화관의 9관에서 11시 반에 상영한다는걸 듣고 바로 예매했다.
상영시간까지는 무려 1시간 반이나 남았지만, 그간 기대했던 일본침몰의 스펙타클한 장면과 일본!!이 침몰한다는 흥분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밤은 깊어 구경할 상점도 하나둘 문닫는 그때. 아무 할일없이 1시간 가량을 돌아다니다가 앉았다가 비오는걸 지켜봤다가... 하며 1시간 반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