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가고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들게끔 했던 영화.
체 게바라 평전을 딱 저 여행하는 부분까지만 읽었었다. 거기까지 읽고는 너무 재미없어서 때려치웠었는데, 같은 내용을 스크린에서 실제 모습으로 접하니 훨씬 재미있고, 즐거웠다.
다만 군데군데 영화를 보면서 약간의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아무리 영화 시작에서부터 '이 영화는 한 위대한 개인의 영웅담이 아니다' 뭐 이런 내용의 자막을 깔고 들어갔다 하더라도 말이다.
'혁명'이라는 꽤나 과격한 단어를 영화에서의 에르네스토처럼 쉽게 입에 주워담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래도 그 근방에서의 고민이랄까, 주위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받았던 사람으로서 저 남아메리카의 '민중'과 비교해서 윤택하고 안온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불편함'이 전적으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서만 다가온 것도 아니다.
혁명.
이 단어를 에르네스토와 알베르토는 참으로 가볍게(?) 입에 주워담는다.(이 영화가 '각성'하기 이전의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렇게 잦은 '혁명'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혁명합시다'를 '열심히 삽시다'와 비슷한 뉘앙스로 느끼게끔 만들기까지 한다. 과연 혁명이 그렇게 가볍게 툭툭 다른이에게 던질 만한 무게의 것이었던가.
개인적으로 결국 혁명이라는 것도, 더 인간다운 삶으로의 과정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한 체제를 뒤엎는 사건으로서의 혁명 자체에만 만족하지 않는다면, 일상을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소소한 비인간적인 찌꺼기들과의 싸움도 계속 해나가야 진정한 혁명의 목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거창한 의미에서의 '혁명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가벼운 혁명의 이야기는 결국, 일상의 영역에서 책임져야할 고뇌의 부분까지 교묘하게 그것을 책임질 수 없는 혁명의 십자가 위에 얹어서 자기책임을 회피해버리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이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까지 이르는 것은 좀 오버이긴 하지만.
'두 주인공의 남아메리카 혁명사에서의 무게감'이라는 부담을 걷어내고 보면, 결국 이 영화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고, 만남에 대한 이야기일것이며, 두 사람이 칠레 국경에서 느꼈던 것처럼 떠나보냄에 대한 아쉬움과 새 출발에 대한 흥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결국, 이런 느낌을 가져다 주는 낯선 곳에서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막판의 모습처럼 조금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숨막힐듯 웅장하고 아름다운 남아메리카의 풍광과, 너무나 자연적인 얼굴이라 반들반들한 도회의 우리 모습을 부끄럽게까지 만드는 촌부들의 얼굴,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조용하면서도 서사적인 음악이 인상적인 영화. 나도 그 둘의 여행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준 것,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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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스쿠터를 사서 여행할려고 지금 돈을 모으고 있답니다..^^
젊은날 자신의 꿈을 향해서라면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