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스트, 근원적 공포와 잔혹한 희망의 세레나데

유민수 작성일 08.01.12 13: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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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본래 크리쳐 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나름 b급에 매력을 느끼는 터였기에 약간 기대를 하고 갔더랩니다.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비록 '미스트'가 b급 영화는 아니었지만요.

 

[가장 스티븐 킹 다운 영화, 카피는 마음에 안든다.]

 

저는 원작을 읽어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스티븐 킹 다운 영화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영화화가 된 것이 많습니다.

캐리(1974), 샤이닝(1977), 스켈레톤 크루(1985), 미저리(1987), 그린마일(1996) 등등....기본적으로 공포에 기반을 두는 그의 소설은 사실 크리쳐 물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습니다.

스티븐 킹의 공포는 크리쳐와는 다른 무언가 더욱 근원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억압과 폭발(캐리)일 수도 있고 집착(미저리)일수도 있으며, 또한 어찌할수 없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스켈레톤 크루)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1985년작 단편집 '스켈레톤 크루'에 수록된 한편의 단편입니다. 단편이어서 그랬는지 장편을 영화화 한 것에 비해 소재가 아닌 주제를 가장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들이 맞닥뜨리고 공감하는 것은 '미스트'로 대변되는 모호함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이 영화를 단적으로 대변해주는 대사가 있습니다.

 

"안개 속에 무언가가 있다!"

 

그렇습니다. 배우나 관객 모두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안개를 직면합니다. 너무나도 짙은 안개때문에 몇발자국 앞도 알지 못하며, 또한 어디를 지나왔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자신이 가야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알수 없음'에 대한 공포를 근원적으로 건드리는 것이 '미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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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의 크리쳐. 그들은 주도적이지 않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끼는 것이지만, '미스트'의 크리쳐들은 일부러 사람을 죽이려 하지 않습니다.

이미 보신 분들 중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나는 길에 먹잇감을 보고 덮친"것에 불과합니다. 그들은 사람을 향해 일부러 달려들지도 않고 무한한 증오를 품고 덤비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나다 보니 인간이 있었더라일 뿐입니다.

 

이 영화의 크리쳐는 크게 네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날벌레 형태의 작은 독벌레. 두번째는 거미(사진의 형태), 세번째는 벌레를 먹고사는 새 형태, 마지막은 그 모두를 훨씬 뛰어넘는 대형 포식자.

제가 일일이 설명을 하는 이유는 크리쳐들은 서로를 잡아먹고 살 뿐이지 인간에 대한 증오따위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인들이 현재 상황에 느끼는 당혹감을 대변하는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문명의 충돌'로 대변되는 미국인들의 세계 인식은, 아들 부시의 뻘짓 이후 문득 정신이 들어보니 그저 홀로 공포에 떨어 칼을 휘둘렀다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진 상황입니다. 그로인해 "주적"이라 생각했던 그들이 사실은 아무런 관련조차 없는 별개의 존재였음에 도리어 당혹해한 것이지요.

 

실제로 '지하드'라는 말을 퍼트린 국가는 아랍이 아닙니다. 그 말을 언론매체에 떠들면서 아랍의 사람들이 미국인을 학살할 것이라 외치고 다닌 제정신이 아닌 전도사는 바로 미국인, 그것도 정치인이었지요. 이러한 풍경은 영화 '미스트'에서 정신나간 종교인카모디 부인으로 대변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집에 사로잡혀 자신의 편견이 진리인양 모두를 호도하고 전혀 의미없는 '제물'을 바쳐가며 살아남고자 노력합니다. 그런 모습이 아들 부시의 광기와 유사하다면 그저 미국을 싫어하는 제 성향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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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폭풍 이후 본래의 생활로 돌아가려는 마을의 사람들은 뜻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식품점에 갇힙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군상의 가장 저열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냅니다.

 

이 영화는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결여된 무엇'을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1차, 2차대전 이후 인간이 이성에 대해 보냈던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이성이 얼굴에 눌러쓴 한장의 가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은 이 영화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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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이 된 인간은 그저 열등한 원숭이일 뿐이다]

 

이 영화의 주제와 핵심은 결국 맨 마지막 장면에서 드러납니다. 스포일러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결국 이 사태는 해결국면을 맞습니다.

다만 이러한 해결은 그저 미래에 대한 잔혹한 희망일 뿐입니다.

피와 공포로 점철된 현재에 대한 회고이며 또한 스스로에게 대한 비난의 세레나데는 맨 마지막의 씬 위를 슬프게 맴돌 뿐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별 다섯개 작품입니다. 감히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읽을만 했다고 생각하신다면 추천 날려주세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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