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몇주간 격조했습니다만, 간만에 리뷰를 쓸만한 작품을 만나 글을 올리게 됩니다. 이번 영화는 람보4 - 라스트블러드입니다.
[람보 시리즈를 연 첫번째 작품, first blood]
뜬금없이 람보 1편의 포스터가 게재되었습니다만....1982년 이 영화가 개봉되었을 당시, 평단의 반응은 대단했습니다.
람보는 본데이빗 모렐의 소설 〈first blood〉를 영화화한 1982년 작품입니다. 당시만 해도 포스터에서 보시다시피 "람보"라는 제목이 아니었지요.
제 판단에 람보 시리즈 중에서 제 1편만큼은 정말로 제대로 된 영화입니다. 사실 〈first blood〉는 액션을 추구하기는 했지만, 그 기반에 사회문화적인 불만과 분노를 잘 담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의 작품들이 원작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말아먹고, 결국은 대량살상 액션블록버스터가 되어버렸지만요.(여기에 제임스 카메론이 일조를 합니다. 2편의 감독이지요.)
따라서 람보의 이야기를 할때, 우리는 2편, 3편은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본편인 1편을 놓고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적어도 스토리라는게 존재하는 시리즈는 제가 판단하건대 1편과 이번 4편이 전부니까요.
[액션의 끝? 람보의 끝이겠지...]
사실 람보4편을 이해하기 위해 2, 3편을 봐야할 필요는 전혀, 진짜로 전혀 없습니다. 그냥 1편을 보고난 다음 람보가 타이에 갔구나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두 편은 깔끔하게 이어집니다. 또한 이 영화는 실베스타 스탤론이 자신의 성공작인 <람보>를 총정리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꽤나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first blood〉에서 제시한 것이 전쟁에서 귀향한 군인의 박탈감과 무력감 등을 소재로 삼았다면, <last blood>는 그 연장선상에서 방황하던 군인이 드디어 모든 것을 정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 기간이 무려 40년이 걸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전쟁의 상흔에 괴로워하던 한 인간의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필요한 법일 겁니다.
또한 <first blood>에서 람보의 전투는 야생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가 싸우는 방법은 진절머리나는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배운 철저한 자기보호 및 방어본능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본능은 <last blood>에서도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last blood>에서 그의 싸우는 모습은 전투기술을 능수능란하게 발휘하는 전투기계라기 보다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잔악하고 두려우며 괴로운 것인가를 폭로하려는 듯 하다는 겁니다.
여기에 사용된 소재로서 봉사활동을 나간 기독교인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들은 람보가 다시 싸움을 선택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할 뿐, 스토리 상으로는 거의 기여가 없습니다. 다만 그들에게 날리는 람보의 한 마디는 마음에 남는군요.
"당신들은 아무것도 바꿀수 없어."라는 그의 염세적 발언은 사실 이 영화를 꿰뚫는 진정한 한마디이기도 합니다.
[액션성은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말 잘 싸운다]
<last blood>에서 람보는 활과 권총, 그리고 기관총만 가지고 싸웁니다. 그러나 뛰고 달리며 적을 어떻게 하면 화려하게 죽일까 고심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찢어지고 부서져나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버립니다. 이러한 영상의 모습은 [전쟁은 게임기 오락같은게 아니다. 이런 것이 전쟁의 모습이다]라고 울부짖는듯 합니다.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낱 개인의 선함 따위는 티끌만큼이나 의미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괴감은 등장인물을 통해 바라보는 미국의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죽음은 아름답지 않다. 추하고 처절한 지옥이다.]
미국은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그동안 세계적 단위로 치른 것도 손꼽을 정도고, 국지전까지 합치면 전쟁을 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는 평가가 맞을 정도입니다.
그러한 전쟁을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을 실현하려 애썼고, 세계의 경찰국가라는 소리도 한때 들었지만 그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지금에 와서는 전쟁에 빠진 패권주의 선진국이라는 경멸에 찬 시선을 받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처를 더욱 헤집은 것은 그들이 일으킨 <이라크 자유 작전>이나 <테러와의 전쟁>같은 미국인조차 이해하기 힘든 전쟁의 흔적이었습니다.
전쟁에는 미학도, 즐거움도 없습니다. 무자비한 폭력과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을 뿐입니다.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지옥에 저당잡힌 전쟁수행자들의 모습은 아비지옥의 한 모습을 보는듯 처절하기만 합니다. 버마 내전의 배경이 람보의 상대가 되는 자들을 "악"으로 만들고 있지만, 람보는 단 한번도 그들을 상대로 "악"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는 묵묵히 싸우고 또 싸울 뿐입니다.
끊임없는 전투와 가시지 않는 피비린내 속에서 지내기를 수십년......람보는 마지막 지옥 속에서 결국 본래의 자기 모습을 되찾는듯 합니다. 전투에서는 이겼으되 시체와 죽음이 굴러다니는 전장을 굽어보는 그의 눈에서 우리는 그의 기나긴 세월을 읽을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방황했던 그 때를 뒤로 하고 노병은 추억의 길을 스스로 다시 걷습니다. 아주 오래된 낡은 더플백과 외투를 걸치고 말이지요. 이 오랜 추억의 장면을 마지막으로 응시하며, 저도 퇴장하는 람보의 등뒤에 이별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영화로서 대단한 작품은 아닐지라도.......그와 함께했던 기나긴 시간을 추억할 가치는 있었으니까요.
저는 이 영화에 별을 네개 주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는 세개에 불과하지만 추억의 가치를 더해 네개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만일 30대 언저리에 계신 분이라면 보셔도 후회가 없을테니까요.
참고로 비위가 약한 여성 분들이나 전쟁을 미화하려는 찌질이들은 관람을 자제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살상을 하는 정도가 거의 홀로코스트 수준이더군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