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바르게살자...소외된 자들의 유쾌한 살풀이...

유민수 작성일 07.11.11 12: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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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간만에 볼 영화가 없다가 "장진"표 영화가 하나 생겼길래 보러갔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는 '바르게 살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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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감독은 라희찬 감독입니다. 2005년작 '박수칠때 떠나라'에서 조감독으로 계시다가 이번이 감독으로 첫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스토리 전개나 컨셉 등이 장진의 분위기를 많이 닮았습니다. 물론 시나리오를 장진 감독께서 하셨기에 그런 분위기가 달라지진 않겠습니다만, 어쩌면 장진의 시나리오를 가장 잘 드러낼수 있는 다른 감독이 라희찬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 영화는 루저(loser)들에 의한, 루저 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매우 본격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만 블랙코미디에 가깝고 사람의 가슴 언저리를 피치못할 패배감으로 얼룩지게 했던 장진감독의 연출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습니다. 아마도 주류권과의 화합 내지는 '굳이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가. 화합할수 있는 길이 있을것이다'하는 느낌이 라희찬 감독의 컨셉인지도 모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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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굳이 표현하자면, 주인공 정도만은 진보적 루저입니다. 그는 프로라 불릴수 있을만큼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있지요.

하지만 타협하지 않는 프로다운 그의 고집은 주위와 연속적인 충돌을 일으킬 뿐입니다. 그래서 결국 소외되고 루저의 길을 걷습니다.

또한 은행강도 모의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은행강도에 대한 언급이 그다지 없는것도 특이합니다. 그보다는 강도질을 당하는 은행(정확하게는 신용금고)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죠.

인질이 되었던 은행의 직원들은 대개 주류권이라 보기 힘듭니다. 비주류인 신용금고에다가 그나마 안에서 왕따에 속하는 은행원 역의 이영은씨는 더욱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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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이영은씨 굉장히 예쁘게 나오는데, 아무튼 이 역할도 역시 루저에 속합니다. 그러나 정재영씨나 이영은씨나 모두 현실이 괴로워도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합니다.

그외 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웃기는 은행장이나, 히스테리 여성 텔러 등등....그들은 현실의 장벽에 좌절하고 굴복하여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모습은 우리네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요.

특히 학교에 안가는 동네아이 역이나 매일 은행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노인 역으로 봐서 알 수 있듯이, 루저들의 그런 힘겨운 삶을 지탱하는 것은 같은 루저들의 배려아닌 배려였습니다.

다만 색다른 상황에 처해지자 그들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들의 인생을 각자 즐겁게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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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장 역으로 나온 손병호씨 역시 유사합니다만 약간 다르지요. 그는 이 영화 통털어 가장 주류권에 있는 사람이지만, 비주류인 정도만에게 한방 먹고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가지요. 하지만 그는 미치지 않았고 사태를 슬기롭게 풀어나갑니다. 그것은 마치 '전술에는 패했으나 전략에서 승리하였다'라는 병법론을 보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손병호씨의 역할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진 스타일의 루저들에 의한 한풀이 내지는 살풀이 등등으로 "인생 다 그런거지. 달라질게 없어"식의 이야기 전개는 장진 스타일이 가진 한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라희찬 감독은 이러한 스타일을 손병호씨를 통해 밝게 풀어냈습니다.

 

정도만이 영화 속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프로페셔널에 대한 자긍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자긍심을 처음으로 이해해준 사람이 놀랍게도 부임 첫날 교통딱지를 떼였던 경찰서장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주류와 비주류 간의 사이에 공감대를 연결하고 그것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라희찬 감독 특유의 풀이방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무튼 좋은 영화였습니다. 큰 웃음은 없었지만 장진 식의 소소한 웃음이 선보였고, 패배감 대신 여운이 남는 행복과 함께 화합의 손길을 던져주었던 첫 시도라고 봅니다.

 

이제는 화합의 시대이니까요.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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