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밴티지 포인트, 노병과 일반인이여 궐기하라!

유민수 작성일 08.03.16 1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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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그간 리뷰가 뜸했습니다만......신년 시작무렵이라 나름 바빴습니다. 영화 볼 시간도 많이 없었지요.

아무튼 이번 영화는 간만에 관람한 영화 [밴티지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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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미스테리한 포스터. 하지만 그런거 전혀 없다, 개뿔....]

 

이 영화의 감독은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피트 트래비스 감독입니다. 그는 1998년 북 아일랜드 ‘오마’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이후의 상황을 다룬 영화 <오마>로 데뷔, 2004년 토론토 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비롯한 세바스찬 영화제 최우수 유럽 영화상, 영국 bafta상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 받아, 할리우드에서 처음 메가폰을 잡은 것이 이번 영화입니다.

 

이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테러"라는 소재에 대해 무척이나 자세히 알며 또한 능숙한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저격당하다"라는 소재를 끌어내어 사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테러에 대해 잘 알고있는 영국인이며, 또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끝없는 역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런 영화가 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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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테러와의 전쟁을 치러온 영국과 ira]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깊게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만 영국과 아일랜드 공화국군, 흔히 ira라 하는 단체와의 테러 전쟁은 피로 피를 씻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ira, 급진주의적 아일랜드 공화국군 혹은 pira(provisional irish republican army)는 1969년 조직된 아일랜드의 무장 테러 단체입니다. 이들은 북아일랜드에서의 영국의 철수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공화국과의 통일 아일랜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oira와는 성향이 다른 과격파적 무장단체입니다. 흔히들 테러조직으로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ira의 활동은 크게 해외의 영국 공관 폭파, 영국 정치인, 영국에 협조하는 아일랜드인 암살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영국에 대한 테러 행위 외에 군자금, 무기 등을 모으기 위해 마약 밀매, 밀수품 거래, 돈세탁 등을 조직적으로 했으며, 아일랜드와 영국에 위치한 수많은 은행과 우체국 등을 상대로 강도 행각을 벌여 군자금을 확보했고, 민간인을 유괴해 돈을 강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ira의 수뇌부가 창립했던 신페인당이 영국과 협상을 하여 무장해제를 했지요.

 

다시말해 영국에서 치른 "테러와의 전쟁"은 무려 36년간이나 계속되었던 겁니다.(미국이 앞으로 치러야할 전쟁도 이보다 길었으면 길었지, 짧지는 않을 겁니다. 일단 스케일이 다르니까요. 빅사이즈를 선호하는 미국 답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영국인 출신의 감독은 이러한 점을 뼈아프게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밴티지 포인트]를 찍을 때에도, 일반 할리우드 영화가 주절대는 기묘한 공식따위는 완전히 배제해 버립니다.

솔직히 제가 이 영화를 보고난 후 드는 생각은 미국이 치르는 '테러와의 전쟁'이라기 보다는 영국이 치른 'ira 항쟁사'를 아메리카 버전으로 바꾼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두가지 관점에서 기존의 할리우드 테러관련 액션영화와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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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반즈 역의 데니스 퀘이드. 노병귀환!]

 

첫째,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액션히어로는 없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가장 큰 공식이었던 "영웅주의"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는 점이죠.

[밴티지 포인트]의 주인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경호인 "토머스 반즈" 는 유능한 sa이긴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영화 속에서 그는 신경쇠약에 걸린 전문인으로서 자신의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 애쓰는 소시민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근본적으로 "토머스 반즈"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그의 시각을 따라 관중들은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위해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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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화 되어버린 소시민 하워드 루이스의 출현!]

 

다만 어쩔수 없는 할리우드의 공식이라면 소시민의 영웅화라는 겁니다.

"하워드 루이스" 역의 포레스트 휘태커는 이런 면에서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별거를 앞두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스페인으로 여행온 여행객이, 자신의 디지털캠코더에 모든 사건을 해결할 단서들이 촬영되었다는 것을 알고 최선을 다해 달리는 모습은 영웅적 소시민, 아메리카 히어로즘을 적절히 발휘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히 존경받을만한 행동을 하는 영웅적 소시민에 대한 이야기는 9.11 사건 이후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으로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또한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아주 잘 알려진 배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영웅주의가 필요없는 감독의 접근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데니스 퀘이드 조차 "노병"일 뿐 완벽한 영웅은 아니지 않습니까? 더구나 [투모로우]에서 보여준 연기도 그렇고 그는 전형적인 귀환노병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꽤나 적절한 캐스팅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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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 및 협박에 의해 어쩔수 없이 가담하는 동조자들]

 

둘째, 테러 단체의 테러 공식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전의 할리우드 테러영화를 보면, 기본적으로 기관총 들고 돌격하는 극렬주의자들이 기본을 이룹니다. 그것은 마치 '너희 테러분자들은 무식해서 이런 방식 외에는 없을거다'라고 하는 미국 특유의 오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트루 라이즈]나 [콜래트럴 데미지](그러고보니 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영화군요)의 테러범들이 그렇듯 그들은 무식하고 저돌적이라 오히려 상대하기 쉬운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밴티지 포인트]의 테러범들은 철저히 미끼와 세포를 적절히 흩어놓아 미국의 접근을 혼란시켜 목적을 취합니다.

테러의 핵심 역할을 했던 힛트맨이나, 폭탄을 운반했던 운반책이 모두 협박과 납치로 만든 일시적 동조자들이였던 것을 보자면 테러단체의 방식이 얼마나 지능적인가를 새삼 절감할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런 방식은 할리우드 테러영화 중 가장 세련된 접근방식이라 생각됩니다만......영국에서는 꽤나 자주 당했던 사례가 있었던 셈이지요. 확실히 테러관련 지식과 관련해서는 영국인이 우위라고 봅니다.

아무튼 [밴티지 포인트]는 테러범들의 공식이 보다 첨단화되고 지능화됨을 보여줌으로써, 일반인조차 휘말려버리는 상황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용당한 자는 모두 죽을수 밖에 없다"는 것을 툭 내던지듯 설명함으로써 향후 테러범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선도를 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어보이긴 합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스포일러성 내용을 적자면, 이 영화는 해피엔딩입니다. 하지만 정말 해피엔딩일까 싶기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전쟁은 끝나지 않아"라고 했던 영화 중 테러범의 이야기가 뼈아프게 와 닿는 것을 보면, 이미 멈출수 있는 시점은 지나버린듯 싶긴 합니다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전쟁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그나마 영화를 통해 위안받을 수 있는 점은 위대한 액션히어로는 없어도, 우리는 행복해 질수 있다는 메시지 입니다.

또한 우리가 협력하고 애써야 하는 것은 빌어먹을 국가의 위대함 따위가 아니라, 가장 곁에 있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도움의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는 소시민의 소소한 도움의 손을 통해 모든 일을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것이 테러를 종식시키는 가장 큰 방법이라고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최후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별점을 매기자면 별 다섯개 만점에 별 세개 반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영화비 8천원이 아깝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로 끝나버렸기에, 약간의 감점이 되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다크스폰이었습니다.

 

ps. 읽을만 하셨다면 추천이나 리플 한방 쌔려주세요. 글쟁이의 가장 큰 낙이랍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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