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란 (白蘭 2001)
감독 : 송해성
주연 : 최민식, 장백지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감독 : 이와이 슌지
주연 : 나까야마 미호
이 리뷰는 파이란의 원작이 러브레터라는 이야기를 흘려듣고 그러려니 했던 한 무지한 일에서 시작된다.
*포1르1노나 팔던 '강재'는 자신의 꿈이었던 배 한척을 위해 친구의 죄를 뒤집어쓰고 미래를 판다. 그러던 중 생계를 위해 자신과 위장결혼 했던 '백란'의 죽음을 접해 듣고 그녀의 편지를 받게 된다. 감옥에 가기전에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신을 처리하기위해 시골로 내려가는데...
<강재씨가 제일 친절 합니다. 나와 결혼해주셨으니까요. 이 부분부터 나는 벌써 가슴이 울컥거렸다.>
'히로코'는 약혼자 '이츠키'를 조난사고로 잃게된다. 그를 너무 사랑했던 히로코는 슬픔끝에 그만 그의 졸업앨범을 보고 그의 옛주소로 편지를 보내는데, 왠일인지 이츠키로부터 답장이 날아든다. 그러나 그 것은 동명이인이었던 과거 여급우 '이츠키'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와의 사랑의 깊이만큼의 추억의 깊이도 컸을까? 죽은 연인에게 편지를 보낸다.>
애초부터 결말이 나버린 이 두 영화는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마치 책의 젤 뒷부분을 미리 봐버린 것처럼 왠지 힘빠지는듯한 도입부. 이미 죽어버린 연인과 펼쳐지게될 사랑이야기는 마치 강도가 꺼내든 칼처럼 잔인하게 처음부터 그 비극의 결말을 관객에게 들이민다.
만날 수 없는 연인에게서 날아온 편지를 읽고, 낯선 타국여인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어버린 강재. 그는 소외되고, 외로웠던 스스로에게 그녀의 편지는 자신이 잃었던,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자신이 부정하려 했던 감정을 편지 속에서 만나게 된다.
결국 애초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안타까움 오열하며, 그녀를 부른다.
<여기서 진짜 안 울 수 있어? 주변 시선도 안느껴질만큼 꺽꺽대며 우는 통에....>
여자 이츠키와 주고 받는 편지로 소통한 그의 추억은 묘한 느낌을 갖게 되었고, 히로코는 그녀를 만나고 나서야, 이츠키(男)가 사랑했었던, 히로코, 그리고 이츠키(女)에 대해 다시 알게 된다. 잔잔한 시처럼 흘러가는 애정의 이야기를 알게되는 히로코는 그와의 추억을 정리하고, 이츠키(女)는 동명의 사내였던 이츠키(男)의 감정을 결국 알게 된다.
사랑과 질투, 애증이 교차하면서도 여전히 사랑하는 그를 이제는 갈무리 하려는 그녀의 외침!
<그 유명한 오겡끼 데쓰까. 그 아린 마음이 절절하다.>
청순한 장백지의 백치미나, 이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공형진,손병호 모두 좋았지만, 파이란의 진수는 역시 최민식의 압도적인 열연이다. 그리고 가슴 깊이 울리는 ost.
영화 전반에 걸쳐 그 감정의 표출을 잔잔하게 이끌어가다 폭발시켜버려 마침내 종국에는 아린 추억으로 까지 내딛게한 기승전결의 감정구도는 정말 아름답다.
<이 눈빛. 어떻게 어떻게 이런 눈빛을 보일 수 가 있지?>
감각적인 이와이 슌지의 빼어난 영상미와 더불어 나까야마 미호의 1인2역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매력이다. 일본영화 특유의 영상과 서정성을 가장 잘 표현한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첫번째로 꼽을 수 있을 만한 영화라고 망설임 없이 이야기 할 수 있다. 진한 슬픔까지 깊숙히 절제해버려 오히려 종국에는 그 '슬픔의 여백'때문에 더욱 가슴 아린 영화.
<좀 더 몰입해보면, 가려진 슬픔에 대한 아릿함이 절절하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절대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여성상을 그린다.
낯선 땅에서 병들어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위장결혼 상대자를 순애보적인 사랑을 펼쳐보이는 백란.
죽은 약혼자의 과거를 알아가면서도, 그에게 보이는 절대적인 사랑의 단면을 이야기하는 히로코.
두 여인들이 최루탄처럼 뿌려대는 '이 순결한 페로몬'은 남자들에게 일종의 '이상향'과 그와 똑같은 크기의 '슬픔'을 보여준다. 소설이나, 영화속에서만 존재하는 이 여자들은 소나기에서 자신의 옷을 묻어달라던 그 소녀처럼 아련한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이 박히게 만들었다.
<'싸구려 신파'(?)는 정말로 정말로 간악스러울만큼 내 마음을 저어버렸다. 엉엉~~>
자신의 감정을 백지위에 차분히 써 내려가는 편지.
두 영화 속 편지들은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진심을 이야기한다. 추억을 이야기 한다. 자신도 몰랐던 걸 알게 하는것을 이야기 한다 . 진실한 인간의 소통을 이야기 한다.
시간과 공간의 공백을 넘을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통신인 편지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편지 문화가 실종되버린 2008년에 사는 우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에 대한 이야기에 아련한 향수도 느낀다. 버튼 조작들로 이루어진 즉각적이고, 스피디한 핸드폰 세대가 정말 이 두 영화의 아련함을 백분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조악한 의문도 가져본다.
우체통에 편지를 넣을지 말지 조차 쑥쓰러웠던 그 감정의 조각들....
진짜 연애 편지란 이제는 없어져 버렸을까?
< 몇번이나 뒤돌아섰던 장백지의 그 귀여움이란 진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감독들의 방식도 다르고, 떠나가버린 연인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도 다른 이 두 영화.
자유를 향한 배 한척의 꿈이 끝내 자신의 목덜미에 닻을 내리는 비극을 주지만, 새로운 사랑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강재
진실한 사랑의 추억에 보낸 편지 한통이 끝내 자신의 사랑에 칼자국을 내지만, 그의 사랑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히로꼬와 이치키
이 두 주인공의 결코 쉽지 않은 추억속의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편지'를 통해 이야기 한 두 영화.
오해에서 시작된 리뷰였지만, 이 두영화의 공통점과 다른점을 다시 느껴보는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