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2001)
감독 : 장-피에르 주네
주연 :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아멜리에는 어렸을 적 부터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혼자 자라야만 했다. 그녀는 혼자서 놀아야 했으며, 특히 어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에는 그 슬픔에 빠져 집에서만 지내는 아버지와 함께 더 더욱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성장기를 보내게 된다. 성인이 된 아멜리
에는 독립해서 식당에서 서빙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난 채로 그저 바라만 보는 고독한 생활이다.
그러던 중 자신의 집의 전주인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소년의 장난감 상자를 구석에서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는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임에 분
명한 그 물건을 돌려주기로 마음 먹는다.
<"아멜리에가 꿈속의 세계에 살고 싶다면, 그건 그녀의 권리야. 왜냐면 삶을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고유한 권리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말야......>
남 모르게 전해준 그 장난감 상자의 주인은 크게 기뻐하며, 일 밖에 모르던 자신의 주위에도 가족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광경을 본 아
밀리에는 숨어서 하는 선행으로 주위의 외로운 사람들을 서서히 바꿔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특별한 고독을 지고 있는 남자에게
한눈에 빠져들게 된다. 그에게도 여전히 자신을 숨긴채 선행을 베품으로서 애정표현을 한다.
과연 아밀리에는 자신의껍질을 깨고 나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줄거리를 쓰면서 깜짝 놀랐지만, 이 웃긴 코미디영화의 줄거리는 매우 음울해. 실제론 장르를 규정한다는 것조차 무의미 하지만....>
주네라는 이 천재적인 감독과 오드리 토투의 깜찍함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영화 내내 한두번의 박장대소와 함께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가 얼
굴에 떠나지 않게 만들어준다. 왜 어떤 이들은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라고 부르는지도 알 법하다.
또 한가지. 어둡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 이 모순적인 캐릭터탓일까? 이 영화의 화면은 강렬한 색조와 함께 어느 컷을 캡쳐한다고 할지라도
마치 한편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화면 만으로 구성해나간다. 감미로운 ost와 함께 절묘한 편집은 정말 프랑스 영화만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
낸다.
<오드리 토투는 두명이 있어. 아멜리에를 찍기 전의 오드리 토투와 아멜리에 이 후의 오드리 토투.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그녀가 이렇게 빛이 났을까?>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툴고 자신만의 공간에 빠져 있는 아멜리에는 고독한 외톨이의 캐릭터이다. 시쳇말로 오타쿠이다. 하지만 그런 점에
도 불구하고 그녀의 톡톡 튀는 사랑스러움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든다.
감독 주네는 아멜리에의 시선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를 짓는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는 모양이다. 아멜리에의 주변인들은
전부 괴짜에 고독한 군상들로 가득차있다. 이 개인주의로 팽배한 사회에서 타인과의 연결은 우리에겐 아멜리에처럼 서툴고 낯선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서툰 현대인에게 인간 관계에 대해 괴짜짓을 보여 줌으로서 두가지 조언을 한다.
<가족들보다는 컴퓨터나 티브이만 보는 나, 소중한 이를 실망시키는 나, 이익에 관련된 가식적인 만남들, 휘청이는 불빛아래의 즉석만남들. 우리도 실은 고독한 괴짜들 중 한명이 아닌가?>
첫번째는 관찰과 소통이다. 영화속 고독한 이들은 타인을 눈으론 보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말하고 있지만, 대화하고 있진 않
는다. 서로를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영화속 괴짜들은 진심으로 대화하는 쪽보다는, 망원경으로 훔쳐보고, 버려진
사진을 주우며, 녹음기로 녹음하며, 캠코더로 녹화할 뿐이다.
아멜리에는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자신을 감추는 방식을 선택했다. 마치 몰래카메라처럼 말이다. 또한, 사랑하는 누
군가와 데이트 하기보다는, 숨바꼭질 처럼 꼬리를 슬쩍 보여주고 다시 도망가서는 그런 자신을 상대가 찾길 원했다.
<이런게 정말 괴짜짓 같은가?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것이라도 과연 하고 있을까?>
또 하나는 용기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후에야 얻을 수 있었던 진실한 사랑. 자신의 가치관이나, 편리, 생활방식등은 사랑앞에서는 '그
저 찌꺼기일뿐...' 영화속의 아멜리에가 사랑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는 직접확인하시길 바란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우리는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끊임없는 관계에 얽혀있다. 아멜리에처럼 단절된 관계인듯 뵈지만, 실은 연결되어 있
는 관계. 그리고, 그 누군가와의 연결고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한번 더 말한다.
너. 외롭다고 그저 주저앉아있으면 안돼. 그리고, 사랑한다면, 너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하라.
<너무 무겁고 우울하다고? 어이~이봐 ... 그러지말고 웰컴투동막골의 이 소녀가 그냥 미치기만 했다는건 아니겠지? 어쩐지 비슷하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