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스 크로싱 - 코엔식 요짐보

gubo77 작성일 08.12.17 12: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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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영화의 3번째 리뷰.

 

밀러스 크로싱 입니다.

 

코엔이 그려낸 '마피아'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1. 모자

 

이 영화는 두 마피아 세력간의 알력관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양쪽을 모두 오가며 사건을 '정리'해 버린다는 점에서

 

'구로자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연상시키도 하는군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에게는 아주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마피아 영화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싸움쟁이'는 절대 아니라는 점입니다.

 

주먹질도 그저 그렇고, 총질도 뭐 별볼일 없고, 몸놀림도 평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인공은 관객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의 '머리' 때문이죠.

 

 

이 사람을 적으로 돌렸을 경우, 절대로 무사하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포스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케릭터를 살리기 위한 소품이 바로 '모자' 였겠지요.

 

이 영화에서 '모자'는 풍부한 상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화 도입부에서 주인공이 도박으로 잃은 모자를 찾으러 간다던지,

 

얻어 맞아 쓰러지면서도 모자를 꼭 챙긴다던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인 숲속에서 모자가 날리는 씬도

 

주인공이 꾸는 꿈이죠.

 

 

'마피아' 임에도 불구하고 총이 아닌 머리를 쓰는 주인공을 이 '모자'를 통해

 

잘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2. 주인공에 대한 오해

 

 

주인공의 이러한 케릭터에 의해, 일견 이 영화는 히어로물 비슷한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더군요.

 

이 영화를 포스팅 해 놓은 블로그 들을 돌아다녀 보아도,

 

무섭고도 멋진 주인공에 의한 히어로 물 식의 감상이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음...스팅일까요?

 

그러니까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 뿐만 아니라, 보는 관객까지도 모두 속인 후에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계획했던 트릭 또는 전략을 보여 줌으로써

 

무섭도록 완벽한 '주인공'의 한판 판벌림에 대한 감상 같은거 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완벽한 '틀 짜기'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아마도 주인공이 괴수급 '포커 페이스'이기 때문이겠죠.

 

 

코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도 발생하는 사건을 전체적으로 통찰하며 사건을 자신의 뜻대로 조작해 나가는

 

그런 전지적 인물이 아닙니다.

 

주인공 역시 한치 앞에 발생할 사건을 모르고 해매이는 인물일 뿐이죠.

 

 

감정에 휘말려 자비를 배풀어서 엄청난 고생을 합니다.

 

후에 발생할 고생을 처리할 자신이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죠.

 

총을 들고 맨발로 창문을 타고 내려가

 

꼴사납게 바닦에 뒹구는 꼴을 한번 보세요.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시껍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입니다.

 

 

단 그런 설래발도 너무 '태연한' 표정으로 저지르기에,

 

'저놈 사실은 다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오해를 낳게 하는 것이죠.

 

 

하긴, 자신의 배신이 드러나 총맞아 죽기 일보 직전에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구토를 할지언정,

 

표정은 눈하나 깜박하지 않을 정도이니

 

그점은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여전히 '평범한' 다마고치 일 뿐이죠.

 

코엔이 던져준 '무언가'를 열열히 갈망하며 우리에게 재미를 주는 다마코치 말이죠.

 

 

 

3. 자존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인공은 여전히 멋있습니다.

 

이는 순전히 저와 일맥상통하는 '마초'식 '허세' 또는 '자존심' 때문이죠.

 

권가야의 '남자이야기'가 그려내는, 남자의 피를 끓게 하는 그런 허세 말입니다.

 

 

1). 도박

 

주인공은 참 도박을 못합니다. 맨날 잃어서 영화 내내 시달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님'의 도움을 끝까지 거부합니다.

 

왜냐. 남자니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빚쟁이한테 다리가 부러지는게 남자니까.

 

 

2). 모자

 

주인공이 모자에 얼마나 집착하는지는 앞에서 이야기 했었죠.

 

이 험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모자' 즉 자신의 머리밖에 믿을게 없다는걸 주인공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 하는 말좀 보세요.

 

 

'남자가 떨어진 모자를 주으러 쫒아가는 것만큼 꼴사나운 것도 없지'

 

 

하하. 이 남자. 자기도 '머리'가 아닌 '주먹'을 갖고 태어나길 바랬을 지도 모르겠네요.

 

 

3). '형님'과의 이별

 

영화의 끝에 이 '형님'이 자신의 오해를 사과하며 다시 한번 자기를 위해 일해 주기를 청합니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거절하죠.

 

마치 자기가 일부러 배신을 했고, 상대 조직에 들어가 자신의 계획대로 조직을 박살내고

 

이 '형님'의 오해를 모두 풀어 놓은 뒤, 마지막에 이 형님한테,

 

'싫어'

 

라는 말을 하겠다는 계획을 처음부터 세워 놓았다는 듯이 말입니다.

 

 

뻔뻔하기도 하죠.

 

주인공의 배신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더이상 자신의 부정을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나온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뿐이고,

 

상대 조직을 박살내 버린 것도 자신이 살기 위한 몸부림에 몇번의 우연이 겹쳐 발생한 결과일

 

뿐이었는데,

 

그 모든것이 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계획 이었는 양,

 

'싫어'

 

라뇨.

 

이런 허세. 평범한 인간이 자신의 평범함을 숨기기 위해,

 

운좋게 얻어진 승리를 뽐내는 이런 거들먹거림은 정말 '나'의 그것과 너무 똑같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주인공에 공감이 가고 멋있다고도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다시 보니 정말 재밌는 영화네요.

 

15년 전에 보았을때는,

 

싸움 못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마피아' 영화라서

 

참 지루하게 보았었는데,

 

다시보니 역시 코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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