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현대판 오이디푸스'(스포주의)

gubo77 작성일 09.06.07 23: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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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전에 딴 얘기 먼저.

 

'용비불패'란 만화가 있었죠. 만화 자체도 참 재밌었지만, 주인공이 매력적이었습니다.

 

괴물들이 설치는 무림속에서 주인공 용비 역시 한명의 '괴물'임에는 틀림이 없죠.

 

하지만 용비는 내공이 아닌 외공의 달인입니다.

 

그럴싸한 문파에서 수양을 쌓은 것이 아니라 북방의 사지에서 사투를 벌이며 몸으로 체득한 밑바닥 무공이죠.

 

아무튼 다른 무협물과는 다르게, 주인공이 '외공'으로 버틴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봉준호의 영화도 그런 느낌이 들죠. 특히 '박찬욱'과 동시대를 살아가기에 그 비교는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박찬욱보다는 역시 봉준호. 라는 생각이었죠.

 

주제의식에 사로잡혀 정작 영화의 작법 자체는 유치하기까지한 박찬욱보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써의 너무도 완벽한 영화적 작법과 세심한 디테일을 선보이는 봉준호에게서

 

마치 용비처럼 통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봉준호가 좀 삐졌나 봅니다. 흥행은 잘되는데 상복이 없어서. 어깨에 힘이 아주 '팍' 들어가 버렸네요.

 

 

 

봉준호의 이번 작품인 '마더'는 대놓고 외국에서의 수상을 노린 흔적이 역력해 보입니다.

 

아주 대놓고 '오이디푸스 대왕'의 재해석이니까요.

 

 

 

원작은 이렇습니다.

 

 

 

부모의 손에 죽을 운명이었으나,

 

어머니가 마음약해 죽음을 피해갔고,

 

커서는 어머니와 잠자리를 같이 하죠.

 

그리고 왕이 되어서는

 

국가에 내려진 저주의 근원을 찾아 해맨끝에

 

그 저주의 근원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곤 스스로 눈을 멀게 한후,

 

전국을 걸인으로 방황하며 속죄를 구하게 됩니다.

 

 

 

역시 원작에서는 대부분의 고전이 그러하듯이 숭고한 자기희생과 구원 같은 거창한 주제로 마무리를 하고 있지만,

 

봉준호의 재해석판에서는 눈대신 '망각의 통점'을 찌르고 비굴한 일상으로의 복귀로 마무리를 하는군요.

 

 

 

어깨에 힘들어간 거에 비해서 주제가 너무 상투적이라 좀 김빠지는 느낌입니다.

 

또 앞 뒤 연결에 너무 완벽성을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복선이 너무 과도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여전히 세심한 디테일이나 영화적 작법에서는 완전히 무르익은 원숙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예전 영화에 비해서는 '잔재주'에 치우친 영화라는 생각까지 드는군요.

 

 

뭐, 오이디푸스를 재해석하며 나름 주제의식을 담으려 하긴 했지만, 박찬욱식의 장중함이나 엄숙한 느낌은 없어서

 

외국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다음 작품에서는 힘좀 빼고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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