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하루 쉬고 싶었던 저를 아침에 깨워서 등갈비를 구워주시면서
요즘 명량이 재미있다더라고 압박을 주십니다.
등갈비는 연하고 부드러웠지만 압박은 질겼습니다.
굴복하고 역시나 부산에서 제일 화면이 크다는 스타뭐시기관을 예매했습니다.
인터넷 예매는 명량에서 벌어진 해전만큼이나 치열했습니다.
급한 물살처럼 밀려오는 예매자들에 맞서 저의 열두번의 클릭(열두번 더 되었을듯)으로
물리치고 겨우 시간에 맞춰 자리를 예매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극장에 가서 부모님 나이에 맞춘 팝콘과 콜라셋트를
안겨드리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버지 카라멜묻힌 팝콘을 그리 좋아하실줄이야.)
영화를 다보고 저녁을 먹으려 간 자리에서 어머니가 한 말씀하십니다.
이 영화 제작비 많이 들였냐?
제작비 150억 들였다던데요.
그런데 왜 배는 잘 안 나오고 싸움박질만 하냐
어머니깨서도 아마 해전을 본건지 지상전을 본건지 헷갈려하시나 봅니다.
아버지께서는 영화가 너무 사실감이 떨어진다고 열변을 토하십니다.
소용돌이 빨려들어가는 배를 겨우 몇배의 돛단척배가 사람손으로 끌어내냐면서
말을 이어가십니다.
(아버지 제일 집중해서 보시더만.)
판옥선의 노가 살짝살짝 움직이는데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는 판옥선의 능력에
감동받던 저의 기분이 무너집니다.
어머니께서 영화가 별로엿다고 푸념을 하십니다.
(최근에 트랜스포머 4가 더 재미있으셨다고 합니다.
취향이 아닌 영화를 억지로 봐야하는 것도 고역이라는 사실을 트랜스포머볼때마다 느낍니다.
어머니께서 트랜스포머 광팬이라서....)
아버지께서는 나름 만족하신듯 싶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장면마다 나오는 배경음악이 없엇으면 심심한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내내 모든 장면마다 음악이 다 깔려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감동을 주기 위한 양념도 너무 과하면 몰입감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진구와 이정현 장면은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과
거북선이 불타오로는 장면 또한 너무 과한 픽션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뭐 어떻게던 가면 된다고 두시간동안 시간가는지 모르고 보기는 했습니다.
너무 과한 픽션은 빼고 이순신 장군과 구루지마와 대립을 굵은 선으로 보여줬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나쁘지도 아주 좋지도 않은 영화였습니다.
3부작으로 찍는다던데 2부에서는 더 나은 걸작으로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