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던옵저의 평가는 뒤에 다시 내려질지도 모르겠다.

케이즈 작성일 16.03.28 1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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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 내내 던옵저의 긍정적인 리뷰를 다시 살펴봤다.만족했다면 어느 부분에 만족했는지, 왜 만족했는지.
이견이 별로 없는 장점을 몇까지 꼽아보자면,
영상자체는 잘 만졌다. 예쁘고 멋있게 잘 나왔다.액션씬 멋졌다.원더우먼 짱짱맨.
2.수많은 욕을 먹는 '우리 엄마 마사'의 쉴드를 보면,대사만 잘 따라갔어도, 영상만 잘 확인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이었다고 한다.단 몇컷만으로 배트맨의 모든 심정을 이해하라는건 납득하기 힘들지만,어쨌든 영화는 배트맨의 트라우마에 대해 짚어주기는 했다.
문제는 그게 두시간 넘게 '배트맨이 슈퍼맨과 싸워야하는 이유'를 한방에 날려버릴 정도였냐에 대해공감이 별로 안갔다는 것에 있다.
대략적인 설명이 모두 생략되어 있었기에 단 몇컨만으로 그걸 모두 유추하라는 것은,그냥 제목과 예고만 보고 내용을 짐작했던 일반 관객들에게 너무 집중도가 높은 요구였다.문제는, 영화 전반부의 늘어짐 때문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는 것.
때문에 '어머 처음에 죽은 줄 알았던 배트맨 엄마가 사실 어찌어찌 살아남아서 슈퍼맨의 엄마가 되었나봐'하는 얼척없는 뇌내망상을 허용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발생했다.이걸 오롯이 그 뇌가 청순하신 분만을 탓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불친절했다.차라리 엄마에 대한 기억보다 부모에 대한 기억으로 바꿔주는건 설득력이 없었을까?
3.사람들이 많이 하는 지적중에, 시점변화가 너무 심하다는 것에 있다.배트맨의 심정을 따라가려하지만, 슈퍼맨의 사연도 따라가야한다.둘의 사연을 모두 따라가고 두 주인공의 고뇌를 모두 따라가야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둘의 대립 이유가 '불확실한 존재에 대한 미지의 공포'에서 유발된거라면-그래서 배트맨이 기를 쓰고 그를 처단하려고 했던거라고 느꼈다면 내가 영화를 잘못 본 거였을까?
사원들이 죽어나가고 사람들이 슈퍼맨의 영웅적인 행동에 고통받는 것을 보며,그로인해 예지몽인지 악몽인지까지 꿔가며 키웠던 슈퍼맨에 대한 적개심을 일순간에 해소시킨다는 것 자체가,그것도 두시간동안 몇 컷 나오지 않았던 브루스의 심리에 기반했다는 것이라면'니가 영화에 집중안해서 이해 못한거다'라고 비난하기는 어렵다는거다.
이걸 잘 만져주고 부각시켜주는게 감독의 역할이다.설사 정말 브루스의 엄마에 대한 애틋함 때문에 슈퍼맨에게 연민을 느꼈다면 좀 더 그걸 살려줘야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배트맨에게 짊어진 역할이 너무 많았다.엄마도 그리워해야하고 사원들도 걱정해야하고 슈퍼맨도 견제해야하고 힘의 한계도 느껴야했고심지어는 지난 20년간 엄청나게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도 표현해야했다.
슈퍼맨과 배트맨, 둘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는데배트맨은 그렇게 나누어진 시간속에서 저걸 모두 해내야했다.사과형님께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쉽지 않았을거다.
4.둘의 대립은 제껴두고, '저스티스의 시작'을 중심으로 보자면참 이 영화는 뜬금포의 축제였다. 다른 말로는 떡밥의 향연이었다.
배트맨은 분명 무슨 일을 당했었다.뭔진 모르지만 그게 배트맨에게 큰 영향을 줬었다.
원더우먼도 뭔가에 회의를 느껴 활동을 접었었다.뭔진 모르지만 원더우먼이 백년간 사라진 계기였다.
이름모를 뻘건놈도 툭 튀어나와 브루스에게 네가 옳았다며 소리지른다.아는 사람은 플래쉬인걸 알았겠지만.
원더우먼은 메타휴먼에 대한 영상을 하나하나 클릭하며 앞으로 나올 히어로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거기에 그린랜턴은 없었지만.
자신의 능력밖의 괴물들을 처리해줄 수 있는 히어로조차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저스티스리그의 필요성을 부각시킨다.물론 슈퍼맨은 다시 살아나겠지만.
또한 플래쉬+브루스의 악몽+루터의 초상화를 이어보면 슈퍼맨이 변할수도 있을거라는 떡밥도 던진다.
DC팬들에게는 정말 축제의 향연과도 같은 떡밥난무다.

앞으로 뭐가 나올지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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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제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피가 떡이 되도록 치고받고 싸우던가뭔가 가치관의 대립 때문에 둘의 관계 싸움이 나오길 관객들은,결국 '그런거 없는데?'라는걸 봐야하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 그래서 왜 타이틀이 배트맨 대 슈퍼맨인지를 고민해야하는건 관객이다.
그런 거창한 타이틀을 써붙일 정도로 둘은 피가 튀기도록 싸우지도 않고,슈퍼맨에 대한 배트맨의 적개심은 너무 쉽게 사라져버렸다.
이쯤되면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이해가 간다.
6.이 영화의 포인트는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아니다.
포인트를 굳이 꼽자면 힘의 한계를 느끼는 배트맨이다.지구의 위기는 계속 될거고, 불멸일줄만 알았던 슈퍼맨도 죽었다.때문에 다른 영웅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게 포인트이다.
그렇다면 왜 그냥 '저스티스의 시작' 또는 '배트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아니라굳이 배트맨 대 슈퍼맨이라는 중요한 떡밥을 써버렸을까?
난 이게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높으신 분들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이미 탄탄한 세계관을 갖추고 저 멀리 떠나가는 마블의 행보를 쫓아가려면,불필요한 사전운동은 제껴두는게 맞을거다.
마블마냥 배트맨 한편, 원더우먼 한편, 이런식으로 차근차근 밟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빠른 시간내에 저쪽 '어벤져스'에 대적할만한 '저스티스 리그'를 선보이기 위해서는기반다지기 작업을 최소한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그리고 어쨌든 그 역할은 배트맨을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문제는 배트맨이라는 컨텐츠가 이미 놀란 감독에 의해 충분히 활용된 직후라는 점이다.따라서 배트맨의 단독 타이틀을 한번 더 내기에는 전작과의 비교는 필요불가결이었다.그렇다고 배트맨을 패스하고 저스티스리그부터 짠하고 등장시킬수는 없었다.기반다지기는 필요했고, 어쨌건 관객들이 그걸 보게 해야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이 영화는 스스로의 컨텐츠와 남의 컨텐츠 속 사이에 끼인 발버둥이었다.
7.이쯤되면 문제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왜 혹평 속에서도 관객수가 많은지 설명이 된다.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대결이라는 떡밥에 낚여서 좋던 싫던 DC확장유니버스의 기반작업을 공부하게 되었다.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도 예습하게 되었다.
다들 잭 스나이더를 욕하지만, 사실 그에게는 책임 밖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어쨌건 화려한 영상으로 최대한 살려줘'였으니.
결과는 절반쯤 성공했다.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았고, 어쨌거나 액션은 좋으니 후속작에서도 그것에 대한 기대는 할 수 있게 되었고,원더우먼은 매력적이었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을 생각하면 뜬금없이 원더우먼이 부각되는게 치명적인 단점이지만,이 영화를 단순히 예고편으로만 놓고 보자면 훌륭하게 성공한거다.남은건 원더우먼 스스로가 그걸 어떻게 활용하냐에 달렸을 뿐.
8.그래서 결론이다.이 영화는 어쩌면, 나중에 DC확장유니버스가 쭉쭉 나왔을 때 재평가 받을 수도 있겠다.
다만 나는 어메이징스파이더맨 1이 나왔을 때 같은 기대를 했었고,2가 나왔을 때 확신을 가졌지만3가 나오기 전에 엎어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개연성의 어거지라던지, 장기말처럼 쉽게 캐릭터들이 버려지는 행태가 목격되긴 하지만-만약 그것이 추후에 나올 후속작에서 충분히 다시 재탕될 소지가 있다면,그렇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다시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다만 그때까지는 혹독한 비평을 들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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