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사라진 사람들>은 영화 <공정사회>를 통해 기존의 복수극과는 차원이 다른 전개와 충격적인 결말로 사회적인 메시지에 통쾌함을 선사한 이지승 감독 3년 만의 신작으로 또 한번의 실화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영화는 2014년 2월, 염전에서 수년간 감금당한 채 강제노역과 폭행을 당하고 임금을 착취당한 행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이른바 '염전노예사건'을 모티브로 사실(fact)과 허구(fiction)로 구성한 팩션(faction)으로 완성됐다.
염전노예사건 제보를 받은 공정뉴스TV 기자 혜리(박효주)는 카메라기자 석훈(이현욱)과 사건이 일어난 '섬'으로 잠입 취재를 떠난다. 다큐멘터리 촬영으로 위장해 '섬' 사람들에게 접근해보지만 그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 혜리는 염전의 인부들과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염전주인 아들의 방해를 받는다
혜리와 석훈은 염전노동착취의 중심에 있는 한 집을 알게 되고, 그 곳에서 기거하는 인부들과 인터뷰를 시도하지만 그들은 이상한 말만 할 뿐, 그들의 노동실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혜리는 구타당한 흔적이 뚜렷한 염전의 일꾼 상호(배성우)를 돕고자, 평소 알고 지내던 강형사(마동석)에게 연락을 취해 그의 가족을 수소문한다.
하지만 취재 도중 '섬'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사건에 얽힌 혜리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염전 주인(최일화)과 아들(류준열), 인부 상호는 행방불명이다. 미디어와 대중의 논란이 가속화되자 서둘러 수사는 종결된다.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극의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일반 뉴스영상 혹은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메이킹 영상’ 기법을 활용하여 시종일관 사건을 직접 바라보는 시선에 주목한다. 페이크 다큐(fake docu) 형식을 빌려 영화의 내용이 사실인 것처럼 극을 이끌어나간다.
▲ 염전 강제노역을 밝히기 위해 취재를 하는 혜리와 석훈은 위험한 순간에 맞닥뜨린다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하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메이킹 영상' 방식에 독특한 전개방식으로 폐쇄된 섬과 섬사람들의 비밀을 파헤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서스펜스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연기파 배우 박효주와 배성우, 이현욱이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열혈 사회부 기자 혜리를 연기하는 박효주는 사건을 추적하는 내내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를 연기해, 내공 있는 연기를 펼친다. 그와 함께 사건에 뛰어든 카메라기자 석훈 역의 이현욱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는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선배인 혜리를 돕는 언론인 본연의 모습을 연기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노예 상호를 연기하는 배성우는 어떤 연유로 외딴섬에 들어오게 됐는지 과거 행적이 묘연한 인물로, 사건을 파헤치는 혜리의 모성본능을 자극하면서 섬의 실상을 온 몸으로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의 치열한 대립으로 영화의 긴장감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