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와이프>가 끝났다. 흑. 무려 7년이라고 한다. 이 시리즈가 달려온 지가.
찾아보니 나도 2010년부터 봤더라. 함께 7년을 살아왔구나 우리.
시즌을 달려 함께 한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섹스 앤 시티>도 있고, <앨리의 사랑 만들기>도 있고, 띄엄띄엄 봤지만 <멘탈리스트>나 <고스트 앤 크라임>도 마지막을 서운한 마음으로 보며 떠나보냈다.
하지만 <굿 와이프>는...뭐랄까? 미드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 그냥 재밌어서 봤던 작품들과 달리 수많은 미드 중 시즌1에서 끝내지 않고 마지막까지 달렸다는 점, 어른들의 드라마라는 점...한 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여튼 남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내 중년 드라마 시청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흠흠)
마지막 시즌인 이번 7시즌에는 퇴장한 컬린다 대신 똑똑하고 스마트한 변호사 루카와 윌의 자리를 채워준 조사관 제이슨이 합류했다. 루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마음에 들었고, 점점 더 좋아졌지만, 제이슨은 빙글빙글 웃으며 아무 말 없이 사람을 쳐다볼 때 넘나 느끼해서 오일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 전적으로 좋아하기는 좀 힘들었다. 그런데 알리샤는 이혼하기로 했겠다 이제 겁도 없이 키스하고 애정표현하고, 후반에는 거의 둘이서 벗고 뒹굴었다. 나의 이런(=거북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제작자는 마지막회에 윌을 소환한다.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누가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냐는 루카의 물음에 남편을, 제이슨을 대입하며 상상하던 알리샤는 자신도 모르고 마지막에 윌을 떠올리고 만다. 그때 마음이 툭 떨어졌던 시청자가 나 하나만은 아니었으리라. 그래, 알리샤와 제이슨이 뒹굴 때 거북했던 건 윌 때문이었구나! 그랬구나! 그때서야 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굿 와이프라면서 피터에겐 1도 미안함이 없는데, 어째 윌에게 이렇게 미안한 건지....)
윌처럼 컬린다도 한번 나와줬으면 좋겠더라만 (주연 줄리아 마굴리스와 컬리다역의 아치 판자비의 사이가 안좋다는 루머 때문인지) 그건 나의 욕심이었고, 윌이라도 실컷 봐서 넘넘 좋았다.
그리고 그녀 알리샤는 비록 친구에게 뺨을 맞고, 기다리던 연인에게 바람을 맞고, 남편의 손을 민망하게 쌩 치고 나왔지만, 여전히 투피스를 가다듬고 머리를 정돈하고 하이힐 또각또각 자기 갈 길을 간다. <굿 와이프>다운 결말이었다.
<섹스 앤 시티>에서도 밉상이었던 피터는 <굿 와이프>에도 그런 역을 이어갔고(즉, 그런 역에는 적격이라는 걸 보여줬고), <맘마미아>에서 애송이에게 기저귀 벗고 오라고 일갈했던 다이앤 록하트는 <굿 와이프>로 인해 나에겐 완전히 잊을 수 없는 배우가 됐다. 하긴 이 드라마의 누구 하나인들 잊을 수 있으랴. 컬린다, 일라이 골드, 캐리 아고스, 데이비드 리, 캐닝, 수많은 개성있는 변호사들, 조사관들, 그리고 딸, 아들, 시어머니와 친정 어머니까지...
지난 7년간 볼 수 없었던 '알리샤'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암시하며 마무리된 <굿와이프>...올 가을 새 시즌이 나올것만 같기도.다음주 딱 1편만 더 나온다면 좋을텐데 생각할정도로 아쉽지만, 결말 자체는 더없이 산뜻
이제 스핀오프가 나오는 것만 남았나...<굿와이프> 파이널 시즌을 확정지으면서 스핀오프에 대한 이야기가 부지런히 나오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고 합니다. 가능성 있는 인물로, 타시오니, 루카, 캐리등이 거론되는 중.
국내에서는 올 여름 전도연/유지태 주연의 <굿와이프>가 기다리고 있지요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제 떠나보낸다... 연휴 둘째날 <굿와이프> 처음부터 다시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