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latteup 작성일 18.06.14 09: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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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우리 삶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과장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감독이기에 예고편으로 공개된 버닝은 그가 개척하는 색다른 장르라 기대가 매우 컸던것이다. 사실상 그의 영화는 자극적인 영화만 찾는 요즘의 대중성있는 상업영화와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게 사실이고 약간 호불호가 갈리는것도 사실이며 이와는 별개로 평론가의 평은 독보적이다는 말이 어울릴만큼 좋은데 이러한 이유로 조금더 대중이 다가가기 좋을 법한 소재로 찾아온 그가 더 반가운 이유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영화의 평을 간략히 하자면 과연 "이창동 이구나!" 싶었다. 놀랍게도 이영화를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에서부터 아! 내가 여지껏 너무 작위적이고 자극적인 영화에만 심취해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등장인물은 알려진대로 해미 종수 벤 이 세사람이 거의 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며 스토리 또한 심플하다 못해 굉장히 단조롭다는 느낌마저 들게한다. 이러한 상황에 주위를 세심히 살피는 탐정의 시선처럼 아주 느릿느릿한 템포로 진행되는 일련의 구성방식은 역시나 이창동 감독이 추구해왔던 그의 스타일에서 색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것은 아닌듯 보였다. 그럼에도 연출면에선 확실히 그가 전작에 보여왔던 것과는 약간 대비되어 좀 더 세련된 색채적 감각이 돋보였고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메타포라던지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듯한 풍경또한 큰 여운을 남긴다. 다르게 요약하자면 내용 자체는 다소 불편하지만 그것이 표현된 방식은 너무나 깔끔하고 거부감 없는 죽을 먹는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중에 하나는 초중반 종수의 아버지가 재판을 받는 장면인데 정말 현실 그대로 옮긴듯 모든 인물들의 대사톤이 하나도 작위적이지 않고 실제 법정을 구경하는 느낌이다. (마치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듯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대체로 준수한 수준이다. 신예 여배우인 전종서는 그야말로 속을 알수없는 인물로 뭔지 모를 색다른 매력과 분위기를 발산하고 스티븐 연은 물론 미국배우의 습관이 남아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미스테리한 벤이란 인물의 면모를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던 것 같았다. 유아인은 이번 작품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불안감을 적으로 계속해서 휩쓸리는 청년인 종수를 잘 표현하였다.작품 내적으로 태우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자와 그것을 즐기는 자라는 구도도 재미있었고 작중에서 태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내포하는지를 고민하면서 보면 더욱 이 작품을 즐길수 있을 것이다.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상당히 많은 해석의 여지가 될수있는 추상적인 문법은 여전히 이작품에도 통용된다. 

 

그래서 다행인것이 러닝타임도 두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긴 편이다.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가지 말씀 드린다면 정말 모처럼만에 미스테리란 장르로 영화의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 흠뻑 적셔서 깊게 음미할 수있는 너무나도 괜찮은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 영화만큼은 스토리에 집중하긴보단 영화 그 자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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