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꽤나 설명되지 않는 영화였다. 인물들의 전사가 적절히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캐릭터들이 지닌 카리스마는 사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빈약이 영화에 몰입하는데 큰 장애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각각의 배우들이 매우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스크린 밖의 나를 위협하지 않는다. 그들이 저지르는 폭력이 두려웠지 그들의 존재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어. 무뢰한의 김혜경이 돌보던 마약쟁이가 더 무서웠다면 말 다했지. 그 와중에 선전하는 김성령 언니의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도 아쉽기만 하다.
또한 영화의 반전이 너무나도 쉽게 간파된다. 더욱이 영화 초반 그것이 드러나 보인 탓에 범죄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긴장감을 앗아가 버렸다. 모두가 예상한 그것이 그것이 아니었다면 더욱 반전이었겠지. 후후. 마지막에 던져진 열린 결말 또한 김이 샜어요. 앞의 맥락도 와 닿지 않았는데 결론의 해석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 어떤 의미에서는 아귀가 맞아 떨어지는데 아귀가 하나도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구석구석 색칠되어져 있지 않은데 굉장히 화려하다. 뭐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한 바를 충실히 수행한 영화이다. 초여름의 더위를 제대로 저격한달까. 영화가 지닌 화려함이, 15세라는 관람가를 적절하게 혹은 넘치게 줄타기하는 폭력성이, 배우들의 멋진 연기가 영화 마지막까지 관객을 안전하게 끌고 간다. 사실 어렵지 않게 영화의 핵심을 꿰뚫은 관객이 영화를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지닌 힘이 상당하다는 소리겠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에 정신차려보니 마지막이었어요. '쉴 틈'이 정말 없었던건 함정이지만. 공연이 막 끝난 듯 컨페티가 바닥에 흐드러진 텅빈 무대와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