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한번있는 문화의 날에 맞춰 탑건 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을 반값에 예매하고 어제 봤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국내 영화관계자와 인터뷰할때 이영화는 형사영화 + 멜로 영화다 그러면서 둘의 비중을 최대한 비슷하게 가져가려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이 둘이 일반적으로 잘 어울리는 성격의 영화가 아니라는건 쉽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일단 형사물은 살인사건과 같은 거침, 공격, 증오 복수 속임과 같은 감정을 공유해야 하고 멜로는 말그대로 부드럽고 평화로운 고요하고 은밀한 분위기 같은 감정이기 때문에 이 둘을 한 영화에 섞는다?
그것은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최악의 영화가 될수도 있기 때문일것입니다.
박찬욱 감독이 이러한 난제를 얼마나 잘 헤쳐나갔느냐가 이영화에 대한 관객이 주는 평가가 될것입니다.
또 관객 입장에서도 한쪽에만 집중해서 본다면 다른쪽의 의미를 놓치기가 쉽습니다.
저같은 경우..탕웨이가 어눌한 한국말을 쓰는 중국인 역할로 나오는데 그래서 인지 무슨말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초반에 70% 정도만 들렸고 짐작으로 상황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또 분위기를 끌어올려 감정을 고조시키는 장치같은것이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죽 보여주며 직진만 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보는사람입장에서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점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릴때 영웅본색이나 주성치가 나오는 느와르나 코믹액션 홍콩영화를 보다가 그와 대비하여 화양연화를 보고 엄청 실망했던 그런느낌? 즉 어떤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실망할수도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생활에 일어날법한 일들을 있는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주듯이 영화를 찍는 홍상수 감독의 매운맛 버전이나 어두운 버전 플러스 알파 같은 영화느낌인데 여기서 플러스 알파란 영상미학 즉 장소나 경치 풍경에서 오랜공을 들여 좋은화면을 만들려는 노력과 결실같은것이 보였습니다.
형사영화 + 멜로영화이기 때문에 형사역할 박해일의 연기도 탕웨이 못지않게 중요했다고 봅니다.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등에서 벽지의 무늬나 색감을 통해서 그영화를 표현하려 한것처럼 여기서도 벽지나 여자 주인공의 옷의 색깔 쵤영기법등을 통한 의미전달을 하고자 하는 정교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음악이나 효과음도 많이 특이한 편입니다. 영화의 분위기상 이완맥그리거가 주연으로 나왔던 유령작가와 비슷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지 영화를 분석하거나 디테일한 의미를 찾는 영화학도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라 생각되고 저같은 경우 형사물쪽에 집착해서인지 멜로적인 감정은 많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대사에 (수정: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잉크가 물에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랑도 있는거야 처럼 나중에 봤을때 더 많이 좋아질지도 몰라 지금 판단내리기엔 망설여지는 그런류의 영화였습니다.
10점 만점에 8.5점
(솔직히 박찬욱 감독영화 인지 모르고 그냥 봤으면 오우 쉣트~! 나왔을지도…ㅎㅎㅎ)